왜 해양교육지원특별법인가!
왜 해양교육지원특별법인가!
  • 한원희 목포해양대 총장
  • 승인 2023.02.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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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희 목포해양대 총장

[현대해양] 지난해 10월 정부는 국가전략기술로 12개 분야를 선정하고, 이들 분야를 육성해 2027년까지 글로벌 5대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가전략기술’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인정되고 국민 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핵심 기술을 가리킨다. 12개 분야 중 ‘우주항공·해양’이 여섯 번째 전략 기술로 선정된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2021년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수출액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업 규모는 반도체 1,294억 달러, 석유화학제품 1,063억 달러, 자동차 707억 달러, 해운 371억 달러, 선박 220억 달러로 보고되었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연간수입 371억 달러로 수출 산업에서 네 번째 외화 가득원이며, 선박을 포함한 해양산업으로 묶으면 무려 591억 달러가 된다. 우리가 결코 해운과 해양산업을 포기하거나 등한시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해양산업은 대학 졸업 후 승선 및 현장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육상의 관련 산업분야로 진출했던 해양전문인력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현재도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국내외 각종 해양산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직 단체장들과 수많은 인재들이 선박의 항해사, 기관사로 바다 현장에서 근무하였던 사람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가의 재정을 최소한으로 투입하면서도 매우 가치가 높고 우수한 해양전문인력들을 ‘해양대학’이라는 고등교육기관에서 ‘해기사(海技士)’로 양성하여 전략적으로 활용해 왔다.

해기사들은 우리나라 해양산업계를 떠받치고 있는 실질적인 ‘씽크탱크’ 기반 세력인 것이다. 해기사 출신의 해양전문인력들이 없었다면 결코 우리나라가 현재의 조선산업 세계 1위, 선복량 세계 해운 6위, 원양어업 세계 5위의 해양강국을 실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었던 동력이 바로 수출입을 활용한 국제무역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수출입 국제물류의 99.7%를 담당한 것이 바로 ‘해운’이라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 해양인력에 대한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15~29세인 청년층 비율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적 문제는 이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이에 더하여 해양산업은 세월호 사고, 한진해운 파탄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산업자체의 매력이 많이 감소된 상태이다. 해양산업은 그 특성상 승선근무를 비롯하여 현장 근무가 많은 편이다. 요즘 젊은이들을 칭하는 MZ세대 및 알파세대의 의식구조를 반영한다면 해운과 해양산업으로 청년 인력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재와 같은 수준의 해상 임금과 복지 수준 그리고 해양 관련 고등교육에 투자되는 규모로는 해상 근무의 매력을 상승시켜 인력의 유입을 모색할 수가 없다.

 

해양인재 양성·예산 지원 근거 ‘시급’

해운 선진국이었던 영국은 한때 선원수가 20만 명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자국 선원의 교육기관이 줄어들고 선원도 감소하여 세계 17위의 해운소국으로 추락하였다. 일본은 70년대 약 5만 명의 자국 선원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2,000명 선에 마무르고 있다.

해양학자 파커(C.J.Parker)는 “국가안보와 해운력의 기초가 되는 제4군으로서 해운인력은 양성하는데 걸리는 Lead time이 길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한번 허물어진 교육기반은 다시 복원되기 어렵다”고 하였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해양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매우 미약한 수준으로 인력양성에 대한 법적, 재정적 지원에 대한 근거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비상시에는 보급·병참의 선봉에 서야하는 제4군 역할의 해기사가 절멸하고, 해운, 해양 산업에 대한 인재 공급이 끊어진다면 해양강국이라는 국가전략의 한 축이 무너질 것이다. 국가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관련 산업 분야에서의 전문 인력 구인난이 도미노처럼 밀려올 것이 뻔하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회에서는 기술이나 기업 구조, 고용과 산업인구 구성 등에 있어서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해양산업계도 바뀐 시대적 패러다임에 맞추어 우수한 자질을 가진 인재가 양성되어 산업계에 유입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과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적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해기사 양성 교육시스템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따른 공급에 의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국가적 관심과 지원의 실마리를 풀기 위하여 다음 두 가지 정책의 수립을 제안한다. 첫째, 선원들의 승선근무 처우 개선을 위한 법적인 근거 마련이다. 유럽 등 선진해양 국가들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선원 임금 전면 비과세’ 정책과 ‘3개월 승선근무 후 3개월 유급휴가’ 제도를 실행해 왔다. 우리나라도 시급히 이러한 선진 제도를 도입하고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해양인재 양성 고등교육과 예산 지원의 근거가 되는 가칭 ‘해양교육지원특별법’ 제정을 제안한다. 현재 우리나라 해양 관련 고등교육기관인 목포해양대학교와 한국해양대학교의 설립 근거인 ‘고등교육법’과 ‘국립학교설치령’에는 해기사 양성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 없이 학비보조규정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정책적 고려로 특별한 설립 취지와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대학들은 개별법에 의해 명문화된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농수산대학은 ‘한국농수산대학설치법’에, 또 최근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을 통하여 국가가 전략적으로 인재를 양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고 대비하면 화를 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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