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해양키워드로 되돌아보는 2022년, 그리고 2023년 전망
17. 해양키워드로 되돌아보는 2022년, 그리고 2023년 전망
  •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3.01.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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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현대해양] 2022 ‘해양’ 분야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구글 검색어 부분 국내 종합 TOP10으로 해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후변화’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뉴스 및 사회 TOP10에는 기후변화 1위, 초단기 강수 예측 2위, 태풍 힌남도 6위 등이 포함되면서 2022년은 그 어느 해보다 해양 분야가 주목받은 한 해였다.

 

2022년 해양키워드 ‘C.A.R.B.O.N.’

지난 일 년 ‘해양’ 분야 핫 이슈를 뉴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펴봤다. 2022년 해양키워드 TOP10은 해양치유, 해양쓰레기, 해양환경, 해양보호구역, 인천, 해양생태계, 완도군, 해양수산부, 활성화, 해양폐기물 등으로 확인됐다. 각 해양키워드 상세 연관검색어와 보도 내용,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6개의 해양키워드를 뽑아봤다. 해양치유(Care), 기후변화(Angry sea)와 블루카본, 해양보호구역(Reserve), 해양쓰레기(Bin)와 폐기물, 해양환경(Ocean), 해양생태계(Nature), 이상 6개 키워드를 압축해서 C.A.R.B.O.N. 이라고 하자.

‘CARBON’, 말 그대로 탄소 그 자체가 전 지구적 화두다. 특히, 작년 연말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탄소중립, 탄소세 등 탄소 관련 검색이 급증했다. 국가도, 기업도, 심지어 개인까지 ‘탄소’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해졌고, ‘탄소포비아’란 말도 생겼다. 그런데, 탄소배출을 줄이는 해법이 바다에 있다는 사실은 생각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망망대해 바다는 탄소흡수의 최적지다. 특히, K-갯벌은 우리가 펑펑 배출한 탄소를 팡팡 흡수해주고 있고, 그 과학적 결과도 작년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C.A.R.B.O.N.’으로 2022년 해양 이슈를 정리해봤다.

2022년 ‘해양’ 분야 연관키워드 (뉴스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22. 12. 26.)
2022년 ‘해양’ 분야 연관키워드 (뉴스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22. 12. 26.)

1. CARE ∥ 해양치유

지난해 ‘해양’과 가장 높은 연관성을 보인 키워드는 바로 ‘해양치유’였다. 2020년 ‘해양치유자원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지정됐다. 해양치유란 해양치유자원을 활용하여 체질 개선, 면역력 향상, 항노화 등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으로 정의된다.

‘해양치유’가 갑자기 생겨난 개념은 아니다. 2013년 국회에서 처음 공론화됐고, 2014년 해양수산부가 해양치유관광 과제를 시작하면서 차츰 공식 용어로 자리매김했고, 2020년 관련 법률이 마련되면서 해양치유 산업이 본격화됐다. 특히, 지난해 전남 완도에 국내 첫 해양치유센터가 들어섰고, 여러 지자체에서도 해양치유 산업을 위한 투자가 본궤도에 올랐다. 완도 외에 충남 태안, 경북 울진, 경남 고성이 해양치유 거점지역으로 선정된 것이다. 태안에서는 퇴적물의 일종인 토탄(피트, peat)을 활용하여 근골격계 질환 완화 상품을 개발하고 있고, 부산과 보령에서는 해양치유 프로그램을 선보인 바 있다. 제주와 강원 지자체도 용암해수와 해양심층수를 통한 웰니스 관광 산업 육성이 힘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양치유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만큼 그 성장 잠재력도 크다. 웰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최근까지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한적하고 청정한 자연 속 휴식공간이 각광을 받고 있어 해양치유산업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면사색의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서해, 남해, 동해, 그리고 제주바다까지 무궁무진한 치유자원이 발굴되고 잘 이용되기를 바라본다.

 

2. ANGRY SEA ∥ 기후변화 + 블루카본

기후변화는 해양키워드에 속하지 않았지만, 전 지구적 관심사로 분야를 떠난 환경 분야 최대 이슈였다. 작금의 기후변화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성난 바다’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바다가 화산처럼 대폭발한 것이다. 뜨거워진 바다로부터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대기 중으로 유입되고, 그 수증기를 품은 거대한 기운의 슈퍼헤비급 태풍이 탄생한 것이다. 태풍 힌남노는 역대급으로 영남지역에 상륙해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고, 그 피해 복구비는 자그마치 7,800억 원을 상회했다.

기후변화와 밀접한 키워드로 ‘블루카본’도 급증한 키워드 중의 하나로 확인됐다. 블루카본은 2020년까지 연간 수십 회 수준의 보도에 불과했지만, 2021년 약 150회 보도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노출됐고, 특히 지난해에는 250회 이상 보도되면서 대중화된 키워드다. 블루카본은 염습지, 해초지, 갯벌 등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말한다. 블루카본은 육지 탄소흡수원인 그린카본에 비해 탄소가 안정적, 장기적으로 저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블루카본은 속도와 지속성 측면에서도 매우 효율적이라 가성비 높은 자연기반 탄소감축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탄소감축원으로 인증받고 있는 해양 서식지는 크게 세 가지로 맹그로브, 염습지, 해초지로 국한된다.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의 갯벌을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 갯벌 블루카본의 국제인증이 시급해졌다. 갯벌 블루카본 국제인증을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갯벌에서 탄소가 장기간 격리, 보존됨을 입증할 수 있는 더 많은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UNFCCC 인정을 위한 외교적, 정치적 노력도 필수적이다.

최근 10년(2013-2022) 해양 분야에서 ‘기후변화’와 ‘블루카본’의 뉴스기사 보도 횟수
최근 10년(2013-2022) 해양 분야에서 ‘기후변화’와 ‘블루카본’의 뉴스기사 보도 횟수

3. RESERVE ∥ 해양보호구역

‘해양보호구역’은 2017년 주요 키워드로 등장 이후 주춤하다 작년 해양 분야 상위 4번째 키워드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해양보호구역’이란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해양생태계 및 해양경관 등을 국가 또는 지자체가 지정·관리하는 것. 해양보호구역은 습지보전법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연안습지보호지역과 해양보호구역(해양생물보호구역, 해양생태계보호구역, 해양경관보호구역)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울진 나곡리 주변 해역이 해양생태계보호구역, 고흥 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추가되면서 현재까지 총 34개, ~1,900㎢에 달하는 지역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습지보호지역 4개 갯벌(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보성·순천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가 신안군에 들어서는 것으로 결정되기도 했다.

충남 서산과 태안에 위치한 가로림만과 경북 포항의 호미반도에서는 국가해양정원 사업 진행 여부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가로림만은 점박이물범 서식지로, 2016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해양생물과 주변 경관 등이 관리돼왔다. 포항 호미곶 주변 해역은 해안단구 중심의 넓은 암반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하지만 개발과 보존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최근까지도 해양보호구역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최근 해양생태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서 해양보호구역과 인근 해역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용,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재정비됐다. 나아가, 유엔 해양생물다양성협약(CBD)에서 논의돼왔던 2030년 해양보호구역 30% 지정이란 글로벌 목표 달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과 구체적 실천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에서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화두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4. BIN ∥ 해양쓰레기 및 폐기물

여전히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해양쓰레기’와 ‘해양폐기물’은 어김없이 ‘해양’과 깊이 관련된 키워드로 꼽혔다.

올해 상반기에만 1,880톤의 해양쓰레기를 치웠으나 바다에는 매년 4,000톤 이상의 해양쓰레기가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인간이 직접 쓰레기를 수거하는 정화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관 차원에서 인공위성, 드론,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도입하여 해양쓰레기를 탐색하고 수거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갈 길이 멀다.

수거된 해양폐기물을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하여 자원화하는 방안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전라남도에서는 2020년 기준 연간 7만 6,000톤의 조개껍데기가 발생했고, 겨울철에 대량 발생한 괭생이모자반에 대한 전향 재활용 계획이 주목받은 바 있다. 조개껍데기는 석회석을 사용하는 제철소와 화력발전소에서 활용하거나 농업용 비료로 사용하고, 괭생이모자반은 퇴비나 가축 사료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외에도 해양수산부에서는 폐로프, 폐어망, 플라스틱 생수병과 같은 폐기물을 수거, 재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사후 대책보다 더 절실한 것은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예방책일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로 흩어져있는 업무를 종합적으로 관리·운용하는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발생 저감대책 마련과 같은 해양쓰레기에 대한 관리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5. OCEAN ∥ 해양환경

2022년 해양치유, 해양쓰레기에 이어 3위에 랭크된 키워드는 ‘해양환경’이었다. 해양환경 주제별로 볼 때 영향평가, 해역이용영향평가, 해상풍력 발전사업 등이 크게 주목받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양개발의 적정성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 해역이용영향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해역이용영향평가에서 주목받고 있는 사업 분야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이다. 광범위한 해양 공간을 장기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최근 해양수산부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특화된 영향평가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해양물리·화학, 환경위해성, 해양생태, 인문·사회 등 4개 분야 17개 평가항목에 대한 상세한 지침이 담겨있다.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설치공사, 운영, 해체·교체 등 사업 단계별로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므로 단계별로 영향을 구분해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전자기장 등의 영향을 집중적으로 조사·분석할 필요가 있다.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활동도 지속적인 관심사로 나타났다. 인천시에서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갯벌생태계 복원, 해양쓰레기 정화, 생태관광 활성화 등을 전담하는 부서인 해양환경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가 2020년 시작해서 운영하는 반려 해변 제도도 범국민적 자원보호 활동으로 거듭나고 있다. ‘줍다’와 ‘조깅’을 결합한 소위 ‘줍깅’(정식명: 플로깅, plogging)도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하는 국민적 캠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6. NATURE ∥ 해양 생태계

‘해양생태계’ 역시 2022년 ‘해양’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를 지켰다. 해양생태계 가치의 발굴, 보호, 보존에 관한 기사들이 주류를 이뤘다. 건강한 해양환경 조성을 위한 한국수산자원공단의 대표사업인 바다숲 사업이 크게 주목받았다. 바다숲은 2009년부터 정부 주도로 진행돼왔고, 2030년까지 5만 4,000ha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2만 6,644ha의 바다숲이 새롭게 조성됐고, 공단 분석에 따르면 바다숲 사업 이후 해양생물 종다양성이 2020년 대비 2021년에 6.6% 증가했고, 갯녹음 해소율도 38.2% 향상됐다고 한다.

해양생태계의 가치를 발굴하는 사업의 하나로 전남 무안 갯벌의 염생식물 조사 결과가 소개되기도 했다. 염생식물 총 56종이 출현했고, 도립공원 내 총 14만m² 이상의 염생식물 군락지가 분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해양생태계 보호와 가치 발굴에 대한 보도와 더불어 해양생태계 파괴 현황도 지속적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일례로 지난해 국내 발전소에서 623억 7,000만 톤의 온배수를 해양으로 그대로 배출됐다는 충격적 보도도 있었다. 향후 온배수 해양 배출에 대한 규제와 관련연구가 시급해졌다. 한편 갯벌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정략적 가치 평가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기도 했다. 작년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 갯벌의 생태계서비스 가치가 연 18조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표했다.

최근 10년(2013-2022) 해양 주요 키워드의 뉴스기사 보도 횟수
최근 10년(2013-2022) 해양 주요 키워드의 뉴스기사 보도 횟수

 

키워드로 알아본 2022년 해양 6대 뉴스는 모두 환경적 측면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지난 10년간 해양환경에 대한 보도는 약 8만 6,000번으로 가장 많이 주목받았고, 해양생태계와 쓰레기에 대한 보도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는 해양환경 보존과 그 가치의 발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그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2023년의 ‘해양’도 ‘친자연’이 주류를 이룰 것임을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 전 세계가 2050 탄소 중립을 향해 달리고 있는 지금, 당분간 탄소를 중심으로 한 사회 각계의 관심과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해양학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우리 국민들이 2023년에는 바다와 좀 더 친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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