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바다의 역할
기후 위기와 바다의 역할
  • 이종민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 박사
  • 승인 2023.01.10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민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 박사
이종민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 박사

[현대해양] 작금의 유례없는 사막화, 홍수, 가뭄, 산불 등 전 지구적 재앙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기후 온난화에 기인한다. 기후 온난화는 대기 중 기온 상승 뿐만 아니라 해양의 온도 상승으로 바다가 팽창하면서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이에 따라 해안침식, 생태계 파괴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1.5도 상승 제한을 목표로 하는 파리협약 이후 전 세계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으며, 최근에는 140여개 국이 ‘탄소중립’이란 글로벌 아젠다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탄소중립이란 단어가 이제 초등학생도 아는 일반어가 됐다. 쉽게 말하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해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은 정책적 전략으로 국가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전 세계적으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천명했다. 재작년 해양수산부가 탄소네거티브 전략을 발표하면서 바다의 역할과 잠재력은 보다 중요해졌다.

블루카본은 바다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하며, 현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인정하는 블루카본의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IPCC에서 블루카본으로 인정하는 바다의 탄소감축원은 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으로 크게 세가지다. 그런데 해양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세 가지 서식지만 탄소감축원으로 인정한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의아함이 든다. 분명 저 넓은 바다에 탄소가 순환되면서 저장되는 곳이 세 가지 서식지뿐만이 아닐 텐데 말이다. 당장 우리나라 바다에만 봐도 갯벌의 저서미세조류와 연안의 해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탄소가 저장될 수 있다. 이는 현재 인류가 생각하지도 못한 저 깊숙한 바다에까지 탄소가 저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하필 세 가지 서식지만이 현재 해양생태계 중 유일한 탄소감축원이 될 수 있었을까. 그 이면에는 그동안 해양의 탄소순환 연구 및 관심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의 블루카본 연구는…

블루카본은 2009년 국제 자연 보전 연맹(IUCN) 보고서에서 국제사회에 처음 소개되었고, 2010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에서 블루카본의 중요성에 대해 대두되기 시작했다. 블루카본이 국제적으로 공식화된 시기는 2013년 IPCC 방법론 보고서에서 탄소감축원으로 블루카본을 공식적으로 채택한 때부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블루카본 연구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때 당시만 해도 기후변화에 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전 미 정부에서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다시 재가입하여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였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 속에 블루카본 연구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현재 블루카본으로 인정받는 맹그로브는 우리나라에 없고, 염습지와 잘피림은 국내에서 그 규모가 크지 않다. 그렇기에 해양에서는 새로운 탄소감축원을 찾기 위한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던 중 2021년에 우리나라 갯벌이 승용차 11~20만 대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흡수한다는 서울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있었고, 이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갯벌이 흡수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었다. 해당 연구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블루카본으로 주목받지 못한 갯벌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국가 단위로 산정함으로써 갯벌의 블루카본 잠재력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갯벌이 국제사회에서 탄소감축원으로 인정받아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정책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지속가능한 미래 위해 바다에서 해야 하는 일은?

지금 전 세계는 각 나라가 내놓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중 해양은 육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되어있지 않아 잠재성이 크며, 그야말로 탄소중립 분야에서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들은 기존 블루카본 이외 새로운 블루카본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는 갯벌, 영국은 대륙붕 퇴적물, 네덜란드는 굴 패각, 그 외 국가들은 해조류를, 각 국가가 자국의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해양 서식지들을 새로운 블루카본 후보군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해야 이 치열한 탄소중립 격전지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해양의 탄소 흡수력에 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해양의 탄소흡수에 관한 연구논문 게재 수는 약 100여 편으로 전 세계 20위권 수준에 불과하다. 해당 연구논문 수가 수십 배에 달하는 선진국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세계자연유산이란 갯벌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블루카본 강국으로 도약할 희망이 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인 ‘블루카본 기반 기후변화 적응형 해안조성 기술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총 412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 탄소흡수원 확대가 포함된 만큼, 이 연구개발사업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해양수산부는 이 연구사업을 통해 해양생태계의 신규 탄소흡수원을 발굴하고, 이를 산정·증진할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신규 블루카본의 국제인증, 탄소흡수형 해안조성 기술 개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개발 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국내 최고 전문가 집단으로 평가받는 서울대, 군산대, 해양환경공단, ㈜오셔닉 등 산·학·연·공을 아우르는 26개 기관이 블루카본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다. 주관 연구기관은 서울대학교(주관 연구책임자 김종성 교수)가 맡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연구팀은 서울대학교 국가지원연구센터에 지정되었다. 사업단이 수행하는 일은 해양의 잠재적 탄소흡수량을 파악하고, 이를 증진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며 나아가 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증 기술까지 개발하는 것이다. 본 과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해양수산부의 탄소 네가티브 목표는 물론 국가 차원의 2050 탄소중립 목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바다가 기후위기의 해방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