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의 가치, 국민 생활 속으로 들어오다
항만의 가치, 국민 생활 속으로 들어오다
  •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 승인 2023.01.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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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KMI 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농공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수문학(공학석사)을 전공했다. 이어 일본대학 이공학부에서 해양건축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김 원장은 KMI 기획조정본부장, 미래전략연구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해양수산부 해양수산과학기술위원회 위원,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실무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김종덕 KMI 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농공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수문학(공학석사)을 전공했다. 이어 일본대학 이공학부에서 해양건축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김 원장은 KMI 기획조정본부장, 미래전략연구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해양수산부 해양수산과학기술위원회 위원,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실무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현대해양] 대전에 사는 20대 대학생 박 군은 어머니를 위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건강식품을 주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생산공장에서 LA항으로 옮겨진 건강식품은 2만 4,000 TEU급 국적선사의 배에 실려 우리나라 부산항에서 하역된 후 항만배후지에 있는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 center)에 바로 입고된다. 이후 통관, 보관, 선별, 포장, 배송, 반품, 환불 등 박군이 물건을 받는 마지막 순간을 제외한 모든 물류활동이 항만에서 일괄적으로 이루어진다. 박 군이 주문한 건강식품을 가장 빠르고 저렴하며 편리한 방식으로 받는 과정이다.

항만은 우리나라 수출입의 99%를 책임지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항만은 컨테이너 약 3,000만 TEU, 화물 기준으로 16억톤을 처리했다. 3,000만 TEU를 일렬로 세우면 지구 5바퀴를 돌 수 있고, 16억톤은 보잉747 여객기 870만대 무게이다.

항만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공간을 터미널(Terminal)이라고 한다. 터미널은 선의 끝 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Terminus에서 유래했다.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선의 끝이자 결절점이 항만이다. 우리 경제활동과 국민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수입할 때 가장 먼저 받는 곳도, 제품을 수출할 때 최종적으로 모이는 곳도 항만이다. 수입과 수출이 지연되거나 막히면 그 피해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 우리는 항만을 기종점으로 하는 적체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물류대란이 우리를 포함한 세계경제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지를 보았다. 선박은 수십조원의 상품을 싣고 바다위에서 대기하고, 내륙운송은 막히고, 운임과 상품가격은 올라갔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항만의 기능과 가치가 전통적으로 무역을 원활하게 하고 경제발전을 촉진시키고 산업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항만을 둘러싼 산업생태계가 마비되는 경우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경험한 것이다.

 

국민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항만

이에 더해서 항만은 그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화물을 싣고 내리고 운송하던 기능 중심에서 국민생활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박군의 사례로 본 전자상거래이다. 전자상거래는 우리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일반국민들은 낮은 비용으로 보다 빠르고 다양한 서비스를 희망한다. 그러나 과거 보관 및 배송 중심의 물류센터를 활용하던 퍼스트마일(first-mile) 물류는 더 이상 이런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라스트마일(last-mile) 물류와 풀필먼트센터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다.

문제는 입지다. 입지선정은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이기도 하다. 항만은 이용 공간, 고객 접근성, 통관·검사, 이동 속도, 저렴한 비용 등 으로 봤을 때 풀필먼트센터의 최적 입지로 평가받고 있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세계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의 풀필먼트센터가 항만에 위치하는 이유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항만에 풀필먼트센 터를 설치하고 있다. 입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항만은 라스트마일 배송의 최적거점이 되었다.

풀필먼트 서비스 시장이 2022년 이후 연간 9.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항만의 역할도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전자상거래 운송 규모의 증가 및 품목의 대형화와 저렴한 운송비로 해상운송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2015년 우리나라 전자상 거래 교역의 5.4%만이 해상으로 운송되었으나 2021년에 38.5%까지 증가한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국민 편하게 하는 항만가치에 주목해야

국민의 먹거리도 마찬가지다. 보다 다양하고 보다 신선한 식품을 원한다. 기존 냉동컨테이너를 운송하던 방식으로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지 못한다. 냉동·냉장 화물을 가장 신속하게 첨단설비에 보관하고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공급할 수 있는 콜드센터를 항만에 설치하여 해결하고 있다. 머스크(Maersk) 등 글로벌 초대형 선사들도 해상운송과 연계한 콜드센터를 항만에 설치하여 시장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LA·LB, 뉴욕/뉴저지, 캘리포니아, 로테르담 등 주요 항만의 배후 도시민들은 항만에 설치된 콜드체인 인프라 덕분에 생선, 육류, 과일 및 채소 등을 언제든지 신선하고 안전하게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인천항 배후단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초저온 복합물류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렇듯 항만은 일상생활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보이지 않은 일꾼’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항만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생활편의는 달라진다. 항만의 가치가 국민 생활속에서 더 높아지는 것이다.

앞으로 항만은 물리적 공간도 확장되어야겠지만, 기능적으로 국민생활에 보다 가까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항만정책의 범위도 확장하고 정책적 수단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항만정책 범위 확장·정책적 수단 필요

전자상거래 및 콜드체인 수요를 항만수요에 반영하여 항만에서 수용 가능한 체계를 만들고, 항만과 내륙을 연계하는 디지털 정보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들의 전자상거래 수출 지원을 위한 풀필먼트센터를 항만에 구축하면 중소기업의 물류 지원과 함께 국민의 서비스 편리성도 대폭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국민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길이다.

거듭 밝히면, 항만이 국민생활에 보다 가까이 가기 위해서서는 물리적 공간도 확장되어야겠지만, 항만정책의 범위도 확장하고 정책적 수단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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