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64. 초겨울, 천수만에 다녀왔습니다
청봉의 새이야기 64. 초겨울, 천수만에 다녀왔습니다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2.12.1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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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방조제 밖의 해안에서 관찰한 대백로, 중대백로 등

임인년(壬寅年), 입동(立冬)이 지나 소설(小雪)이 가까이 다가오는 주말 천수만 탐조에 참여했다. 계절의 절기는 하얀 눈을 기대하는 초겨울이지만 날씨는 예보된 기온보다 높고 겨울비가 내리다마다 반복하고 있다.

천수만은 충청남도 서해안 중부, 태안반도 남단에 있는 만(灣)으로, 예로부터 다양한 어종의 서식지이자 산란장이었으며, 국내에서는 가장 큰 철새 도래지였던 곳이다. 대대로 이어왔던 야생 생물들의 생명의 움터였던 천수만에는 1980년 대규모 매립사업으로 1만 5,500ha의 농지와 민물호수(간월호와 부남호)가 조성되었다.

이번 탐조 활동은 간월호의 북쪽부터 새들을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갈대숲에서 먹이활동 중인 기러기, 오리류, 흑꼬리도요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간월호의 중간 지점에 도달하였을 때 우리를 환영이라도 하는 듯이 약 10만 개체의 기러기 무리가 호숫가 모래톱에 모여앉은 모습 자체로 장관을 연출하였다. 매립농지의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다양한 새들을 찾아보았는데, 월동지인 순천만으로 이동 중인 흑두루미와 귀한 댕기물떼새도 만날 수 있었다.

오후에는 서산버드랜드를 방문하여 예산 황새복원센터로부터 한 쌍의 황새를 분양받아 천수만 생태환경 속에서 야생 적응훈련 중인 황새를 관찰하였다. 천수만 농지 밖의 갯벌 해안에서는 검은머리물떼새,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중대백로와 대백로 등을 추가로 관찰할 수 있었다.

해가 기울어져 어둑어둑해질 무렵에는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했던 기러기들이 수천 마리씩 무리를 지어 호수로 안전한 잠자리 터를 찾아 날아오는 기러기들의 모습과 소리 속에 탐조 대원들은 황홀 지경에 넋을 잠시 잃었다.

천수만의 자연환경이 더욱 안정화되어 온갖 생물들의 움터와 보금자리로 복원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마음에 담고 서울로 향했다.

간월호에 자리잡은 기러기 무리
간월호에 자리잡은 기러기 무리
안전한 잠터로 이동하는 기러기들
안전한 잠터로 이동하는 기러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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