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마린, 매년 레저보트 100대 생산
스타마린, 매년 레저보트 100대 생산
  • 이새건 기자
  • 승인 2022.12.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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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 하우스형 보트로 승부한다
스타마린 직원들이 화장실과 선실이 딸린 고급하우스형 보트의 출고 작업을 점검하고 있다.
스타마린 직원들이 화장실과 선실이 딸린 고급하우스형 보트의 출고 작업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해양] 해양레저 산업기반이 약한 국내 레저 선박시장에서 매년 보트를 100대씩이나 생산하는 레저보트 제조사가 있다고 해서 수소문 끝에 찾았다. 경기 화성시 송산면 송산서로에 위치한 스타마린사는 2013년에 설립돼 지난 10년간 소형 보트를 자체 개발, 제작해온 토종 보트 제조 기업이다.

스타마린은 정일권 대표와 10명의 종업원이 공장에서 보트를 제작해 판매까지 책임지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중대형 선박과 달리 소형 레저 보트 제작시장이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스타마린은 설립 후 2년간 숱한 위기에 직면했지만 2015년도부터 FRP-490 신제품 보트를 생산하며 성장해 2019년부터는 조달청 경쟁 입찰자격을 획득했다. 이후 연간 100대 생산을 갱신하며 현재까지 탄탄대로를 밟고 있다.

주력제품은 낚시 보트와 레저보트이며 수리와 함께 리모델링 작업도 병행한다. 사업초기부터 보트 박람회에 참가해 해외수출도 적극 모색하는 활기 넘치는 보트 제조사다. 스타마린의 설립 배경은 낚시에서 시작된다. 2012년도까지만 해도 인테리어업에 종사했던 정일권 대표는 낚시마니아였다. 주말마다 강으로 바다로 낚시를 하러 다니다 보트를 타고 낚시를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보트 제작에 뛰어들었다. 정대표는 “인터넷에 자작보트 단어를 검색을 해보니 보트를 자가 제작해서 타고 다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작업장에서 처음 만들어봤다”며 보트 제작에 재미가 들려 인테리어 사업을 접고 보트빌더로 전향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정대표는 인테리어 작업장에서 재미삼아 보트를 만들다 이듬해인 2013년에 60평 공장을 계약해 스타마린을 시작했다.

 

뼈아픈 개발 실패, 유통으로 해결

사업초기 보트 제작 경험이 없었던 스타마린은 몇 달 지나지 않아 큰 위기에 봉착했다. 선박의 몸통을 구성하는 FRP제작 과정을 너무 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FRP는 한번 잘못 성형하면 수정하기 어려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3Dmax 프로그램으로 디자인을 하고 CAD프로그램으로 늑골을 만들어 목형을 제작하는 과정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FRP 선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아 매번 골치를 앓았다. FRP 제작 실패를 줄이기 위해 영세한 FRP업체에 하청을 맡겼지만 선박제작업체가 아니다 보니 제작방향을 이해하지 못해 마무리를 짓지 못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2년간을 개발에 투자했지만 스타마린은 완성품 보트를 만들어 내지 못한 나머지 3억 원을 탕진했고, 1억 원의 부채가 쌓였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도 겨울엔 임차했던 공장에서 화재가 나 거리로 내쫓기는 신세가 됐다. 잘 나가던 인테리어업체 대표에서 졸지에 노숙자로 전락한 정대표는 직원 두명과 석달간 찜질방에서 잠을 자며, 한끼에 6,000원 되는 한식 뷔페에 가서 몰래 음식을 포장해 와서 세끼를 나눠먹었다. 그렇게 와신상담하며 불이 난 공장 한켠에서 남은 임대기간이 도래할 때까지 보트를 개발했다.

궁즉통이라고 했나. 해가 바뀌고 스타마린은 가까스로 근처에 새 공장을 얻어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개발만 하다 낭패를 겪은 사례를 분석해 유통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FRP선박 공장에서 선체를 구매해 엔진을 얹어 조립해서 시중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발에 밀려 뒷전으로 생각했던 판매와 상품부터 먼저 만들어 팔아보자는 측면으로 시선이 옮아갔다. 100%설계와 제작이 아닌 메이크업을 해서 보트를 완성하기 시작하며 스타마린은 기사회생했다. 그때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달이 두세대씩 팔리기 시작한 보트가 2015년도가 지나기 전에 매월 네다섯대씩 판매됐다. 2016년도에 5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 시작한 스타마린의 행보는 2018년도에 와선 1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미뤄둔 보트 개발도 재착수에 돌입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년간 100대씩 판매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총매출 20억 원을 넘겼다. 일찍이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며 사업 감각을 키워 온 정대표는 “기존 판매되는 보트보다 더 세련된 디자인에 저렴한 판매가격과 철저한 AS 전략이 고객을 사로잡은 것 같다”며 매출 신장의 비결을 밝혔다. 사업 초기 보트제작과 FRP생산 기술이 전무했던 스타마린은 현재 FRP 생산라인 3명, FRP 조립라인 3명, 악세사리 셋팅 2명, 엔진셋팅 2명, 생산 관리자 1명을 두고 화성시 송산 공장에서 100%개발과 생산에 몰입하고 있다.

비가림이 콘솔형 빅스타520 보트 앞에 선 정일권 대표(오른쪽 세 번째)와 직원들.
비가림이 콘솔형 빅스타520 보트 앞에 선 정일권 대표(오른쪽 세 번째)와 직원들.

간판 없는 공장에서 보트 100대 제작

화성시 송산면 시골 공장단지에 위치한 스타마린은 간판도 없고 변변찮은 사무실도 없이 연간 보트 100대 이상의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간판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서 지금까지 간판을 내걸지 않았다는 것이 정대표의 답변이다. 스타마린은 초기에 겪은 실패를 거울삼아 연간 판매대수 50대를 유지할 때까지 철저한 대중화 전략에 제품 생산의 초점을 맞췄다. 어디서든지 구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콤비보트를 타깃 제품으로 정했다. 그러다 생산량이 100대로 늘어나고서 부터는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았던 (내부가 넓은 콤비보트) FRP430이라는 모델을 출시하며 일약 스타 제조업체가 됐다. FRP430제품이 대박나며 ‘극한직업’에서도 촬영을 해갈만큼 스타마린 제품은 시장에 널리 알려졌다.

지난 3년간 코로나시대를 지나온 스타마린은 최근에 22피트급(6m 80cm)보트 개발에 성공해 고급유저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이 보트의 특성은 바다에서 파도에 따라 선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선체에 탑재한 것이다. 자이로스코프로 불리는 이 기계는 대형선박이나 고급여객선에만 적용하는 기술인데 소형레저보트에 장착해 승선감을 개선하는 시도는 국내에서 스타마린이 처음이다.

바다에서 낚시를 하든, 어업을 하든, 바다는 항상 출렁거린다. 이 출렁거림의 90%를 잡아내면 멀미가 줄어들고 승선감이 향상된다. 여전히 제품 개발을 위해 낚시를 한다는 정대표는 “3년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발견해 개발시점만 생각하다 내부에 들어가는 기울기센서와 보드, 신호전달센서 같은 것을 직접 개발했다”며 경기테크노파크에서 3,000만 원을 지원받아 샘플제품을 개발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정대표의 말에 따르면 보트 크기가 소형일수록 해상에서 주행할 때 좌우쏠림이나 정지시 롤링이 심하다는 것. 스타마린은 보트전용 안티자이로스코프 기술개발이 완성되면 낚시 보트 생산량이 더욱 크게 증대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관련 기술 교수진과 프로그래머, 모터 전문가들과 협업으로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단계라 샘플개발에 이어 시제품 생산 전망도 밝다. 다만 시제품을 만들려면 3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기도기술개발사업의 R&D과제 지원책을 적극 알아보고 있다.

스타마린의 정 대표는 사업 안착의 성공 비결에 대해 특별한 점은 없다고 전한다. 그저 디자인이 멋지고, AS잘 되고, 어떠한 경우라도 침몰하지 않는 성능을 가진 보트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기자가 보기엔 스타마린 보트는 가성비도 좋지만 여타의 국내산 제작 보트에 비해 디자인에 우위가 있다. 일단 선체가 유려하고 하부에도 조파 능력을 키우기 위한 킬이 양쪽에 잡혀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행시 직진성 향상을 기대하게 한다.

외국 유명브랜드의 보트처럼 화이트와 블랙을 잘 섞어 만들어내는 도색 작업도 세련됐다. 그 때문인지 스타마린은 지난해 경기 국제보트쇼에서 140여 업체의 경쟁을 뚫고 해수부장관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백스코 보트쇼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특별한 홍보 없이 지금껏 입소문으로 보트를 판매해왔다는 스타마린은 내년부터 유튜브 채널도 만들고 홍보 전략도 마련해 생산량을 더 늘릴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대표는 “해외로 수출할 정도로 생산량이 받쳐주질 못해서 수출은 꿈도 꾸지 못한 형편이다”고 하지만 올해 중소조선협회에서 진행하는 수출 지원 사업에도 신청을 했다며 수출에 대한 소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이로스코프의 개발로 레저보트뿐 아니라 해경선과 어선을 제작해 관공서에도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스타마린사가 내년엔 얼마만큼 더 성장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선실과 화장실 옵션을 넣은 스타마린사 하우스형 보트
선실과 화장실 옵션을 넣은 스타마린사 하우스형 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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