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ST 남해연구소 -해양탐사 연구 전진기지
KIOST 남해연구소 -해양탐사 연구 전진기지
  • 이새건 기자
  • 승인 2022.12.14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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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해양시료도서관 운영
KIOST 남해연구소. 연구원 35명, 승무원 25명, 총 60명 승선이 가능한 이사부호가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KIOST 남해연구소. 연구원 35명, 승무원 25명, 총 60명 승선이 가능한 이사부호가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해양]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는 우리나라 해양탐사 연구의 전진기지다. 이곳에 영화 ‘메갈로돈’에 나오는 것과 같은 대양을 누비며 해양환경을 연구하는 과학조사선이 있다.

남해연구소는 1992년부터 취항한 온누리호를 시작으로 현재 다섯 척의 수중, 지층 음파탐지기를 탑재한 종합해양연구선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2016년에 도입한 이사부호는 길이 99.8m, 선폭 18m, 5,894t의 대형 규모로 ‘떠다니는 바다 위의 연구소’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해양관측과 해양자원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친환경 연소 처리장치를 갖추고 각종 첨단 장비를 탑재해 한번 출항하면 지구 반대편 극지까지 항해할 수 있어 인근 해역뿐 아니라 전 세계 바다를 탐사한다고 한다. 이처럼 지구 대양을 항해할 수 있는 연구시설을 갖춘 기관이 과연 어떤 사업을 수행하는지 연구소가 있는 거제를 찾아가봤다. 방문 당일 이사부호와 모든 연구선이 먼 바다로 항해를 떠나 모항인 연구소 앞 선착장은 비어있었다.

 

종합해양연구선단 운영

해양과학기술원(KIOST) 남해연구소(이하 남해연구소)는 1973년에 설립돼 2012년에 국가해양과학기술 연구의 메카로 재출범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남해지역 분원이다. 남해연구소는 1997년 당시 해양연구소 장목 분소로 거제에 설치돼 지금껏 해양자원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오며 해양 분야 우수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국가해양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했다. 지난 30년간 해양연구선단을 운영하며 우리나라 해양과학탐사 역량향상에 기여한 것 외에도 남해연구소는 해양위해성 분석연구와 선박평형수 연구, 해양시료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해양시료도서관 운영 등 급변하는 해양환경에 능동적으로 발맞춰왔다. 특히 유류 유출, 미세플라스틱, 해양병원체, 선박평형수 등 다양한 해양환경 현안들의 생태위해성 평가연구에 독보적인 성과를 내며 해양과학기술 연구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운혁 소장과 연구진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임운혁 소장과 연구진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해양오염의 주범, 해양 미세플라스틱 연구 주도

국가적으로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과학적 관리기반을 구축한 것도 남해연구소의 혁혁한 업적이다. 남해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미세플라스틱의 환경위해성 연구를 수행해 국내 전 해역의 해양생태계 건강성을 평가하고 해양연구의 기초 데이터를 구축했다. 임운혁 연구소장(이학박사)은 “해양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언론보도를 통해 플라스틱 해양오염에 관한 연구 성과를 대외적으로 공유하며 국민 인식증진에 기여했다”며 그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양오염 영향조사와 해양오염 방제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연구를 넓혀가고 있는 현황에 대해 말했다. 연구진이 자주 바뀌는 여건에서도 남해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유류오염 이동 실험실을 운영해 유류유출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임 소장은 “태풍이 한번 불고나면 연구소 앞바다 해안에 떠밀려오는 쓰레기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바다에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은 해양플라스틱 쓰레기와 동일한 문제로 연결해서 봐야 된다”며 폐스티로폼 부이 등 바다에 떠도는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환경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소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 소장은 “연구 인프라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고, 연구 인력 양성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연구에 적응할만한 3년쯤 되면 보직이 바뀌는 실정”이라며 기초과학 연구에 전문성을 갖춘 연구진들의 고용이 안정돼야 과학기술연구가 더욱 성장할 수 있음을 피력했다.

현재 남해연구소는 해양생태계 보호기준 마련을 위한 위해성 평가와 해양쓰레기,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오는 2026년도 12월까지 총 사업비 123억 원을 들여 해양미세플라스틱 오염의 통합적 관리 기반 확립을 위한 연구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임운혁 소장이 태평양을 항해하는 조사선의 실시간 위치를 상황실에서 설명하고 있다
임운혁 소장이 태평양을 항해하는 조사선의 실시간 위치를 상황실에서 설명하고 있다

세계 최초 해양시료도서관

남해연구소 부지 한가운데엔 특이한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바다에서 채취한 다양한 시료를 저장하고 열람할 수 있는 대규모 시료도서관이다. 남해연구소가 자랑하는 해양시료도서관은 전 세계 해저퇴적물, 해양광물, 해양생물, 해양환경 시료 등의 해양과학연구시료를 통합적으로 수집해서 한곳에 저장했다. 일종의 기초자료박물관인 셈이다. 지구의 역사를 파악하기 위해 시추를 해야 되는데, 태평양이나 인도양에서 해양탐사를 하는 연구소 조사선의 일일 유류비만 해도 2,000만 원이 소요되는 만큼 해양시료 채취 과정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어렵게 채취한 시료가 연구기간이 끝나면 폐기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에 남해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해양 시료 보관을 위한 해양시료도서관을 개관했다. 각지에 흩어져 1차적으로 활용됐던 시료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저장고를 만든 것이다. 국가 연구비 확보가 어려운 유관기관과 연구자들에게 시료를 대여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은 획기적인 성과였다. 해양시료도서관의 인프라 구축으로 해양시료의 재활용이 가능해 짐에 따라 중복투자를 피하고, 국가 연구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양시료를 기초 연구에 제공하고, 연구 장비를 교육하거나 해양과학 전문실습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 활동에도 더욱 탄력이 붙었다.

해양시료도서관에 저장된 시료
해양시료도서관에 저장된 시료

 

현재 해양시료도서관에서는 해양시료 8만 3,045점 큐레이팅과 연구 활동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국공립 대학이나 외부 연구기관에 해양지질시료 234점, 해양생물시료 58점, 환경시료 6점, 해양플랑크톤 배양주시료 85점을 분양한 상태다.

이밖에 해양지질시료 관련 특허 등록 1건, 출원 1건 등 해양시료를 활용한 연구 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국립현대 미술관 ‘대지의 시간’ 전에 시료를 전시하면서 예술분야까지 진출해 시료 공동 활용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연구소는 선박이 항해할 때 배로 유입되는 선박평형수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바닷물에 섞여 선박 내부로 들어오는 해양생물 외래종과 이로 인해 야기되는 여러 가지 환경오염이 매우 심각한 탓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해마다 100억 톤 이상의 해수가 선박평형수에 의해 들어오며 이때 살아남은 외래 생물이 강한 번식력으로 항만이나 연안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국제해사기구는 05년에 ‘선박평형수 관리협약’을 채택하고 전 세계적으로  6만 8,000여 척의 배가 의무적으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협약이 만들어졌다. 남해연구소 선박평형수센터는 국제 공인시험기관으로서 선박평형수와 선체부착에 의한 생물위해성 연구선박평형수관리장치 산업을 지원하고 미국정부 형식승인 시험도 수행한다. 삼면이 바다로 향하는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 연구역량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길목에 남해연구소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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