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 이어지는 ‘해신당’전설
오늘까지 이어지는 ‘해신당’전설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09.07.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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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옛날, 마을에 사는 애랑이라는 처녀가 미역을 따러 마을 앞 바위섬에 갔는데, 심한 바람으로 풍랑이 일어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 후, 고기가 잡히지 않을 뿐 아니라, 바다에 나간 어부들이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는 사고도 자주 일어나고, 마을은 피폐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한 어부가 술에 취해 고기가 잡히지 않는데 대한 화풀이로 바다를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오줌을 누었다. 다음날, 다른 어부는 여전히 빈 배인데 그 어부는 만선으로 돌아왔다. 이상하게 생각한 주민들이 그 까닭을 물었고, 어부가 이야기를 들려주자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바다를 향해 오줌을 누고 조업을 나가 모두 만선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혼인을 못한 애랑이의 원혼 때문이라 생각하고 애바위가 보이는 산 끝자락에 애랑신을 모시고 남근을 깍아 원한을 풀어주게 되었다’

신남마을 해신당에 전해오는 전설의 요약이다. 그런데 이 해신당 전설내용이 안내팻말과 팸플릿이 각기 달라 약간 혼돈스럽다.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람2리에 있는 해신당 공원은 이 전설을 바탕으로 꾸며진 세계적인 성(性)민속공원이다. 마을에서는 지금도 정월 대보름과 시월의 오(午) 날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 정월보름에는 풍어를 기원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고, 시월 오 날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12지지 중에서 말의 남근이 가장 크기 때문이라 한다.

해신당 공원에는 수년째 해오는 남근 깎기대회에서 나온 작품들을 비롯해서 외국의 남근상 등 다양한 모양의 남근조각상들이 설치되어 있다. 옛날 당 안에 실물보다 조금 크게 깎은 남근을 달아 놓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해신당 공원 일대는 그야말로 남근조각 천지다. 신남항의 등대모양도 남근을 상징하고, 공원 내 산책길 가이드라인의 기둥도 남근형상을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우스꽝스런 모습이나 기발한 상상력으로 희극화되거나 과장된 남근 형상을 보고 웃기도 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된 모양에는 민망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근숭배민속(男根崇拜民俗)이라는 독특한 전래 문화의 생성과정을 생각하며 해학적인 표현에는 고개를 끄떡이기도 한다. 공원 내에는 어촌민속전시관도 시설되어있다. 이 전시관에서는 동해안 어촌의 옛모습, 동해안 별신굿, 디오라마로 형식으로 구현되는 해신당 전설을 볼 수 있고, 영상수족관, 세계 성민속실도 있어 세계 여러 나라의 경이로운 성민속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삼척시청 관광정책과 김부호(50)씨는 지난해 이곳을 찾은 인원은 29만여 명에 이르고, 관람료 수입은 5억3000여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일일평균 관람객 수는 지난해 790명에서 금년에는 850명으로 늘고 있다. 단체관람객의 안내와 해설을 맡고 있는 관광정책과 김해기(여·43)씨는 해신당 공원의 관람객들이 늘어나면서 마을주민과 인근 어업인들의 관광소득 증대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마을포구에 짓고 있는 대형 회센터와 건어물판매장 건물이 완공되면 마을소득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옛날 나무로 깎은 남근이 만선의 기쁨을 안겨주었듯, 해신당공원은 이제 신남마을의 새로운 도약에 든든한 바탕이 되고 있다. 옛날 해신당 전설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해신당공원(033-572-4429) :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2리 30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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