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어장 재생사업으로 더 건강해진 득량만새꼬막
청정어장 재생사업으로 더 건강해진 득량만새꼬막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12.0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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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꼬막 원산지 ‘전남 득량만’으로

[현대해양] 지난달 23일 동이 트기 직전의 어스레한 시간,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 자리잡은 대전어촌계 작은선창은 이미 분주했다. 새꼬막 채취를 위해 나선 어부들이다. 출발 준비를 마친 작은 선박은 선주와 선장, 그리고 두 명의 어부와 기자를 태우고 득량만 바다양식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파도 하나 없는 고요한 수면 위로 상괭이와 숭어가 팔딱팔딱 뛰어올랐다.

정상율 선주(새꼬막 양식 어업인)는 “양식장에 종표를 살포하고 자연에서 키우다가 이제 걷을 때가 됐다”라며, “청정어장재생사업 이후 원래 2~3년 걸리던 새꼬막 성장기가 1~2년으로 줄었다”고 밝은 목소리로 자랑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참꼬막과 새꼬막이 제사상에 올랐는데, 환경변화로 참꼬막이 거의 소멸된 지금은 유통되는 꼬막 대부분이 새꼬막이다”라고 덧붙였다.

갯벌 훑어 새꼬막 채취하기

한 시간 정도 득량만을 달리던 선박은 한창 새꼬막을 채취하고 있는 새꼬막 채취선 ‘신성호’로 옮겨탔다. 참꼬막은 수심 3m 이하 갯벌에서 손으로 채취하지만, 새꼬막은 수심 3~15m 사이에 서식하고 있어 바다 깊숙이 그물을 내려 갯벌을 훑는 방식으로 채취한다고.

갯벌을 훑어 기중기로 끌어올린 그물이 입을 벌리자 새꼬막이 선상에 쏟아져 내렸다. 선장은 쏟아진 꼬막을 삽으로 넓게 펴고 어선에 무게를 고루 분배했다. 함께 그물에 딸려온 망둑어와 낚지, 꽃게, 대하, 소라 등이 눈에 띄었다.

정상율 선주는 알이 꽉 찬 새꼬막 하나를 억지로 벌려 보여줬다. 조갯살에 핏물이 가득하다. 꼬막은 다른 조개가 흰색 수액을 담고 있는 것과 달리 붉은색을 띤 헤모글로빈 성분의 피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철분이 많이 함유돼 빈혈에도 좋다고.

정 선주는 꽉찬 새꼬막 살을 보여주며 “해양 조건에 따라서 성장 속도가 달라지는데, 올해에는 성장이 매우 좋은 편이다”라며, “특히 재생사업 전에는 저질(底質)개선이 안 돼서 성장도 느렸고 폐사율도 70% 정도였는데, 현재는 폐사율이 30% 정도로 확 줄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물을 두어 번 끌어올리자 새꼬막이 어선에 가득 찼다. 새꼬막을 싣고 돌아오는 길, 검은 물을 방류하고 있는 어선 두 척이 눈에 띄었다.

최용철 선장이 손으로 가리키며 “새꼬막 종표를 살포하는 중”이라고 알려줬다. 우리는 새꼬막 살포선으로 다가갔다. 그쪽 선상에는 작은 새꼬막들이 가득했다.

최 선장은 “새꼬막 종표는 그물에 붙어서 자라는데, 이 그물을 걷어다가 종표를 털어 따로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매년 7~8월경 종표를 받아 키우다가 11월 무렵에 바다에 뿌린다고.

바다 깊숙이 내렸던 그물에서 쏟아지는 새꼬막
바다 깊숙이 내렸던 그물에서 쏟아지는 새꼬막

새꼬막 주산지 전남 득량만

새꼬막은 돌조개목 돌조개과에 속하는 조개의 일종으로 갯벌에서 자란다. 생식은 하지 못하지만 삶거나 양념을 해 먹으면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전남 남부의 대표 수산물이 바로 새꼬막이다. 전라남도 고흥군과 보성군에 걸쳐진 득량만은 국내 새꼬막의 최대 생산지 중 하나로, 득량만 갯벌은 미네랄이 풍부해 새꼬막의 맛과 질이 좋다고 알려졌다.

산더미 같던 새꼬막은 선창에 설치해둔 꼬막 선별기로 옮겨졌다. 꼬막선별기를 통과해 알이 꽉 찬 새꼬막들은 따로 망태기에 담긴다. 어부들은 망태기를 두 개씩 들어 올렸다. 이 새꼬막들은 오늘의 마을잔치에도 쓰이고, 전국의 시장으로도 나가게 된다.

정 선주는 “득량만 지역에서 나오는 새꼬막은 우리나라 새꼬막의 약 35%를 담당하고 있고, 특히 꼬막 종표의 경우 전국의 약 50% 양을 생산하고 있어 득량만이 새꼬막의 원산지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득량만 청정어장 재생사업

이렇게 새꼬막이 그물을 가득 채우게 된 데에는 득량만 청정어장 재생사업의 도움이 컸다. 2010년 이후 채묘 작황이 악화되고 바닷속 폐각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하기도 했었다. 이에 득량만 청정어장재생사업이 시작됐다. 사업대상 지역은 득량만 고흥군, 보성군 각 500ha로 지정됐으며, 사업 기간은 2021년 12월 27일부터 2022년 12월 23일까지 1년이다.

사업내용은 △어장환경개선 △어장사용관리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목표로 했다.

우선 오염된 저층 퇴적물과 부산물, 폐어구 등 어업 기자재 등 오염퇴적물을 인양하고, 객토・황토 살포와 바닥 고르기, 저질경운, 해상운반, 육상하역, 어장 시설물의 이전·철거 등 환경개선사업으로 어장환경을 개선한다. 아울러 어장 재조정에 대한 측량, 재조정, 어장 재설치 비용을 지원하고, 재생사업이 완료된 어장을 대상으로 종패 살포와 채묘를 지원해 어장사용관리를 돕는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일구기 위한 리더 역량 강화, 공동체 교육, 홍보·마케팅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 사업을 통해 대상 해역의 양식 어장과 주변 해역의 정기적 조사를 통해 어장환경 현황을 파악, 지속적인 환경관리를 위한 환경정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박지광 한국어촌어항공단 어장양식본부 어장관리팀 과장은 “바다에 오랫동안 쌓여있던 오염퇴적물을 제거해 어장 생산성이 더 좋아지고 해양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라며, “앞으로도 해양수산부와 함께 어장 환경 보존, 어장의 지속적인 관리와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사업을 꾸준하게 추진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득량만 지역의 지역역량강화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깨끗하고 풍요로운 어장 득량만의 고부가가치 양식품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다. 득량만 주민들은 지역역량강화사업을 통해 국내 선진지 견학, 리더교육, 어업인 전문교육 등을 받았으며, 현재는 득량만 통합브랜드를 개발하고 새꼬막의 지리적 표시 등록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과정에 들어섰다고.

권승배 한국어촌어항공단 어장생태본부 자문의원은 “지금까지는 전남 새꼬막이 보성·벌교꼬막으로만 알려져 있는데, 현재 지리적 표시를 위해 보성군, 고흥군 각 3개 어촌계 연합의 ‘득량만새꼬막어촌계연합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리적 표시가 되면 ‘득량만새꼬막’으로 상표 표시가 되고 구매자들에게 확실히 어필할 수 있게 되어, 앞으로 득량만새꼬막을 찾는 분들에게도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다양한 맛의 ‘새꼬막장’등을 개발하고 지난달 28일을 시작으로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통해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청정어장 재생사업, 오염퇴적물 수거장면(위)/청정어장재생사업 전(왼)후
청정어장 재생사업, 오염퇴적물 수거장면(위)/청정어장재생사업 전(왼)후

 

다양하게 즐기는 득량만새꼬막

새꼬막을 풍성하게 채취한 이 날, 마을 사람들이 송정마을회관에 모였다. 오늘은 새꼬막 잔치를 하는 날이다. 잔치 음식의 주재료는 물론 득량만새꼬막이다.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새꼬막을 까기 시작했다. 새꼬막은 삶은 후에도 입을 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숟가락을 엉덩이 부분에 대고 살짝 비틀어야 한다. 그래서 전남에서는 새꼬막을 똥꼬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삶은 새꼬막살은 그대로 먹어도 간이 딱 맞다.

삶은 새꼬막, 새꼬막 무침, 새꼬막 전, 새꼬막 꼬치 등 새꼬막만으로도 한 상이 거나하게 차려졌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새꼬막 음식을 즐긴다.

송기은 송정마을 이장은 “새꼬막은 고단백, 저지방, 저칼로리의 알칼리성 식품으로 소화흡수가 잘 돼 회복식으로도 좋다”며 “특히, 청정어장재생사업 후 득량만새꼬막이 한층 더 건강해졌다”고 자랑했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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