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진행 ‘조선산업 AI역량강화 교육’ 실효성 의문
국비 진행 ‘조선산업 AI역량강화 교육’ 실효성 의문
  • 현대해양 기자
  • 승인 2022.12.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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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야”

[현대해양] KOMEC 홈페이지 첫 화면에 교육 팝업창이 뜬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KOMEC)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국생산성본부가 ‘2022년 조선산업 산업전문인력 AI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은 조선 분야의 AI(인공지능) 적용을 위한 인력양성 사업으로, 조선·해양 분야에 AI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전환이 가능한 산업군의 리더·중간관리자·AI융합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교육대상은 조선·해양산업 부장급 이상의 관리자와 임원, 조선·해양산업 3년차 이상 혹은 대리급 이상, 그리고 조선·해양산업에 관심 있는 AI개발자 등이며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그런데 국비 10억 8,000만 원을 들인 이 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식의 보여주기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야 발전이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KOMEC 홈페이지 첫 화면에 교육 팝업창이 뜬다.
KOMEC 홈페이지 첫 화면에 교육 팝업창이 뜬다.

실무 역량 강화 목표의 교육과정

‘2022년 조선산업 산업전문인력 AI역량강화 교육’ 프로그램의 홍보와 진행을 담당하고 있는 KOMEC 측은 지난해에도 ‘산업전문인력 AI역량강화 교육’은 이전에도 산업별로 진행됐지만, 조선산업 분야에서는 올해가 첫 시행이라고 밝혔다. KOMEC 담당자는 “내년에 계속할지는 NIPA에서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KOMEC은 △조선해양산업 분야의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PBL(Project-Based Learning) 진행 △리더, 3년차 실무자, 개발자를 대상으로 실제 문제상황 시뮬레이션을 통한 실무 역량 강화 △울산대, 해양대, 서울대, 부산대 등 우수 교수진을 통한 교육과정 전문성 및 신뢰성 확보 등을 교육목표로 꼽고, 이를 위해 총 7개의 교육 과정을 준비했다.

상세 교육 과정은 △조선산업 인공지능 기술과 응용(리더) △AI활용 구매/자재/재고관리 및 운영 KPI 관리, 예지/보전 기반 제조공정 검사 자동화 및 이상탐지, AI/IoT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위험감지 및 상황 모니터, 기상 빅데이터 처리를 통한 선박운항경로 최적화, 인공지능 활용 선박 엔진 데이터 처리와 진단(실무자) △조선해양산업 AI 융합역량 향상(AI개발자) 등으로 구성됐다. 모든 교육은 온라인 교육(zoom)으로 진행된다.

온라인 강의 모습 (사진제공_KOMEC)
온라인 강의 모습 (사진제공_KOMEC)

협약 직전 변경된 주관기관 및 일정

KOMEC 측은 지난달 17일 홍보 안내서를 언론사 등에 배포했다. KOMEC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2022년 조선산업 산업전문인력 AI역량강화 교육’의 팝업창이 뜬다. 이 창의 상세안내 페이지로 들어가자 8월부터 12월까지가 교육 일정이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교육 기간이 끝나가는 시기에 홍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의아해 혹시 2023년 8월에 실행되는 교육인지 묻자 담당자는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것이 맞으며, 당초 계획한 교육 일정은 올해 4월부터 12월까지였다”라며, “이번 교육이 이뤄지는 과정을 설명하기가 꽤 복잡하지만, 중간에 변동이 많았다”고 말했다.

KOMEC에 따르면 올해 사업을 기획할 당시,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교육생을 모집하기로 했던 울산대학교가 협약 단계 며칠 전에 갑자기 빠지면서 KOMEC이 모집·주관까지 담당하게 됐다고. 그러면서 일정이 전체적으로 지연돼 4월의 첫 교육도 8월로 늦춰졌다는 것.

담당자는 “갑자기 우리 기관이 업무를 맡게 되며 일정이 굉장히 타이트해졌다”라며, “담당기관도 바뀌고, 담당자도 바뀌고 그래서 협약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는…(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무의미한 숫자 채우기에서 벗어나야”

이번 교육의 목표는 총 470명의 수료였다. KOMEC은 지난달 말 기준 362명이 수료를 완료했으며, 114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에 참여한 수백 명의 수료자는 정말 AI 실무를 제대로 익힐 수 있었을까? 교육이수자와의 연결을 요청하자 담당자는 “개인정보 보호로 생산성본부에서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교육한 강사의 입장은 어떨까? 이번 교육에 참여했던 A 씨는 “지금 같은 식으로 진행하는 건 엄청난 세금 낭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전문성을 높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강의에 40~50명이 영상으로 참여하고, 한 주에 한 번씩 영상 수업을 듣는다고 실무능력이 키워질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실제 대기업이나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직업훈련 교육의 경우 8~9주 정도를 투자해 풀타임으로 교육을 받는다.

A씨는 “실무교육은 집합 교육이 기본이고, 줌으로 하더라도 최소 1주일 이상은 풀타임으로 참석해 진행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또한, 교육의 커리큘럼을 고려해 적절한 강사를 섭외하는 데 애쓰기보다는 시간이 임박해 유관 업종의 알려진 전문가들, 그중에서도 일정이 되는 사람을 강사로 섭외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KOMEC 담당자 역시 아쉬운 부분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 산업 현장에서 중간관리자급 인원을 48시간(6일) 교육에 할애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다”며, “향후에는 많은 리더 교육을 통해 조선해운산업 분야 AI기술융합을 위한 기초지식과 산업 이해도 증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A씨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인력양성 사업은 대부분 숫자 채우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문제”라며, “이런 마인드가 변화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교육은 의미 없는 세금 낭비가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비용 효용성이 떨어지더라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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