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변동에 따른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근본적 대책일까?
「시황 변동에 따른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근본적 대책일까?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12.1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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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산업 자체 자생력 길러줘야”

[현대해양] 지난달 4일 비상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조승환 장관은 관계부처와 함께 「시황 변동에 따른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보고했다. 올해 들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해운운임 등 불안정한 시황 상황에서 ‘위기에 강한 해운업으로의 도약’을 위한다는 목적이다. 조 장관은 해운산업을 살리는 방안으로 △최대 1조 원 규모의 위기대응 펀드 등 국적선사 경영 안전판 마련 △2026년까지 공공선박 50척 확보와 국적선사 임대 △위기에 취약한 중소선사 맞춤형 특별지원 △부산항發 컨테이너 운임지수 발표 △탈탄소 항로 구축, 시범항로 친환경선 투입지원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2018년에 있었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반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해운산업을 살릴 방안이라기보다 자본을 투입해 단기적 효과를 보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해운 운임 추락은 아직 진행 중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19년 811포인트에서 2020년 1,265포인트, 2021년 3,792포인트로 꾸준히 상승했다. 건화물 운임을 뜻하는 발틱운임지수(BDI) 역시 2019년 1,354포인트에서 2020년 1,063포인트, 2021년 2,943포인트로 상승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소비재의 수요가 증가하고 세계 주요 항만의 정체 현상 등 물류난으로 인한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팬데믹이 한풀 꺾인 올해 들어 SCFI는 2022년 1월 5,110포인트에서 지난 10월 1,686포인트로 대폭 하락했으며, BDI도 같은 기간 2,285포인트에서 1,534포인트로 급격히 떨어졌다. 해수부와 전문가들은 2023년의 전망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선화주상생세미나에서 이석주 해양진흥공사 팀장은 “내년 글로벌 정기선 시장은 수급 악화로 운임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건화물 운송 역시 중국의 생산 중단 반복, 러시아 전쟁 등으로 원자재 수요가 위축돼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할 전망이다.

 

조승환 장관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해수부는 이러한 운임 하락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럼 해수부의 이번 「시황 변동에 따른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이번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국적선사 경영 안전판 마련 △해운시황 분석・대응 고도화 △해운산업 성장기반 확충 △친환경・디지털 전환 선도 등의 목적으로 구성됐다.

우선 ‘국적선사 경영 안전판 마련’을 위해 약 3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위험 선사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을 지원하고, 환경규제 등 각종 외부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우선 5,000억 원 규모, 선사 수요에 따라 최대 1조 원 규모의 위기대응펀드를 조성한다. 또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선사를 대상으로 투자요율과 보증요율을 대폭 인하(2,500억 원 규모)하고, 선사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지원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500억 원 규모)도 마련한다.

‘해운시황 분석·대응 고도화’에 있어서는 선종·항로·규모별 선사를 구분하고 군(群)별 경제 상황 및 시황 변동이 미치는 영향을 세분화해 선사군(群)별 위기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영향 분석을 바탕으로 조기 경보를 발령, 금융·정책 지원을 재설계하는 등 맞춤형 위기 지원도 강화한다는 방침. 아울러 상해에서 출발하는 운임을 지수화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대체해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운임 정보인 ‘한국형 컨테이너 운임지수’를 개발, 매주 공표한다는 계획이다.

‘해운산업 성장기반 확충’을 통해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책도 추진한다. 선화주 자율 상생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존의 ‘우수선화주 인증제’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소규모 화주의 안정적 수출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적선사와 업종별 화주협회 간 장기운송계약 체결을 지원한다. 해수부는 이를 통해, 중소 화주들에게 최대 30%의 물류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아울러, LNG 등 주요 전략 물자는 경제성과 공급 안정성을 고려해 국적선사의 운송 비중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친환경・디지털 전환 선도’를 위해 국제해사기구(IMO)와 협업해 ‘미래연료 사업화 방안’을 마련하고, 친환경 선박인 저탄소·무탄소 선박 핵심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한다. 또한, 공공과 민간 선박 528척을 순차적으로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 탈탄소 항로 구축을 선언하는 등 세계 녹색해운을 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자율운항선박 개발·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2026년까지 광양항에 완전 자동화항만을 구축하는 등 해운산업의 디지털 전환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수부 담당자는 “사업별로 다르지만 선사 지원 사업은 이미 지난 11월 3척으로 시작했으며, 운임지수도 지난달 둘째 주부터 발표를 시작했고, 위기대응 펀드는 내년 2분기 이후에 이뤄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이후 다시 원위치?”

해수부에서는 최근 5년간 이런 관계부처 합동대책을 총 3번 발표했다.

먼저 2018년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내놓은 정부는 △한국해양진흥공사 중심의 지원 강화 △컨테이너선사 경영혁신 지원 △해운산업 지원 인프라 구축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같은 해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 2022년 8월까지 49개 해운기업에 총 4조 2,830억 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지난해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을 내놓은 정부는 지난달엔 ‘시황 변동에 따른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합동대책은 어떠한 목표로 진행됐고, 얼마나 성공했을까? 5개년 계획의 ‘선사 지원’과 ‘지원 인프라 구축’은 이뤄졌을까?

해수부 담당자는 “5개년 계획은 우리 해운산업의 유동성 확보가 제때 되지 않았고, 우리 선사 경쟁력이 글로벌 선사에 비해 낮았다는 데서 시작됐다.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고, 우리 선사들의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초대형 컨선 발주를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발표한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은 시황이 좋은 시기에 신조를 지원해주기 위해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정책 펀드를 조성하는 게 주 내용이었다”며, “이번에는 또 반대로 1년 사이 시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올해만 해도 1월과 비교하면 현재 컨테이너 운임이 70% 넘게 떨어졌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시장에 안전하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자는 “그러나 우리 해수부는 아직까진 해운업계가 위기 상황이라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니며, 어려움을 겪기 전, 미리 안전판을 마련하자는 의도로 이번 대책을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운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해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자는 의도가 담겼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저시황에 대비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 자체를 지적하기도 했다.

류성원 전경련 산업전략팀장은 “해운산업은 나라의 기간 산업이기에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라면서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성공은 꼭 그 정책 때문에 시황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던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교수 역시 “팬데믹 상황에서 글로벌 선사는 같은 기간에 해운재건 계획 같은 정부지원 없이 더 크게 성장했는데, 같은 시기에 우리 해운업이 호황이었던 것을 우리 정부의 해운재건 계획의 성공이라할 순 없다”라며, “결국 해운재건 계획의 성공, 해운 강국이라며 자화자찬했지만 지금 와서는 다시 원위치가 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달 3일 세종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기자실에서 해운산업 지원 정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해수부 제공)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달 3일 세종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기자실에서 해운산업 지원 정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해수부 제공)

“중소조선 선사 위한 지원은 3조 중 3,000억에 불과”

이번 해수부의 지원 방안이 특정 대형선사나 특정분야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 교수는 “재정이 넉넉하다면 3조 아니라 10조를 투자해도 문제가 없겠지만 재정에는 한계가 있는데 특정산업인 해운에만 지나치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방안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금까지 해양진흥공사가 HMM에만 지원한 금액이 전체의 65%정도는 되지 않느냐”며, “해운에만 선심 행정을 하듯 지원하고 있지만, 어려움은 반복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자꾸 지원만 해준다고 해운기업이 자생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준우 성결대학교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전 교수는 “장기적인 대책 없이 지원하고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라며, “무엇보다 이번 대책에서는 3조 원에 달하는 투자금액 중 중소선사를 위한 비용이 겨우 3,00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쉬웠다”라고 의견을 냈다.

그는 “북미나 구주지역, 원양선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트라아시아 선사에도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앞으로도 한-중 항로의 개방 압박이 있을 것이며, 동남아 항로 선사들의 경우 과징금 부여 등으로 힘든 상황이고, 특히 친환경 선박에 대한 규제 강화 상황에 중소선사의 대응은 쉽지 않을텐데 중소선사 지원은 너무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시황 변동에 따른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자료_해수부)
시황 변동에 따른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자료_해수부)

장기적인 방안 마련 필요해

호황과 불황을 번갈아 겪는 해운업의 특성상 불황은 몇 년에 한 번씩 우리를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때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일까? 장기적으로 해운 산업이 자생력을 갖출 방법은 없을까?

해수부 담당자는 “물론 문제가 생겨도 산업 자체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우선은 시장 상황에 따라 상대적인 대응 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번 대책은 안전판 마련에 집중돼 있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힘을 뺀 것은 사실이다”라며, “민간의 자발적인 투자를 통한 선박금융 생태가 조성돼야 한다는 부분이나, 친환경 이슈에 있어 선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주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선박금융에 대한 지원과 국적선사의 점유율 회복 방안 등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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