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바다
기후변화와 바다
  • 김동우 서울대학교 블루카본 사업단 박사
  • 승인 2022.12.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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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서울대학교 블루카본 사업단 박사
김동우 서울대학교 블루카본 사업단 박사

[현대해양] 기상관측 이래 최대 폭우. 지난 8월 8일 서울 동작구에 하루 만에 약 400mm의 폭우가 쏟아진 것에 대한 평가다. 9월에는 기후관측 사상 최초로 아열대 해양이 아닌 북위 25도선 이북에서 형성된 슈퍼태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하기도 했다. 2020년 9월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는 하룻밤 사이 기온이 36도 넘게 떨어져 38도를 웃도는 폭염에서 폭설로 날씨가 급변했다. 작년 6월, 겨울왕국 캐나다에서는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1세기의 주요 이슈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를 매우 심각한 국제적 사안으로 손꼽았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계의 경고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대표적으로 UNEP와 세계기상기구(WMO)는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를 공동 설립하여 1990년부터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한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해왔다.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2020년부터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신기후체제의 근간이 된 파리협정이 채택되었으며, 기온 1.5℃ 상승 시나리오, 탄소중립 등에 대한 경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로 악화되고 있고,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지구 끝 남극에서 시작되는 종말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남극이다. 남극을 생각하면 펭귄과 함께 표면의 98%를 덮고 있는 끝없는 빙하가 떠오른다. 이 빙하가 온난화의 영향으로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음이 세계적 학술지인 ‘Science Nature’를 비롯한 여러 학술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남극 빙하의 소실은 비단 남극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온난화로 똑같이 얼음이 녹더라도 북극해의 얼음들은 ‘바다’에 떠 있어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반면 남극은 ‘대륙’ 위에 얼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 세계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남극에 위치한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는 면적이 약 19만 ㎢로 한반도와 비슷한 규모이다. 이 빙하가 녹아내리며 전 세계 해수면 상승에 4% 가량 기여하고 있으며,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을 50cm 이상 상승시킬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 빙하가 주변의 빙하들이 녹는 것을 막는 제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방이 사라지면 주변 빙하들이 연쇄적으로 녹아 해수면이 약 5m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스웨이츠 빙하는 ‘종말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로 불린다. 투발루나, 키리바시 같은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다음 세기가 오기 전에 국가가 수몰될 위기에 처해있어 ‘종말의 날’에 직면해 있다.

 

사라진 펭귄

기후변화는 남극의 생태계에도 변화를 초래한다. 남극의 마스코트인 황제펭귄은 바닷물이 얼어붙은 해빙 위에서 번식을 한다. 남극 북쪽의 핼리만은 황제펭귄에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번식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번식을 위해 이곳을 찾는 황제펭귄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후변화로 핼리만의 해빙이 빈약해지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번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에는 이곳에서 단 한 마리의 황제팽귄 새끼도 살아남지 못했다. 새끼가 완전히 성장하기 전에 보금자리인 해빙이 폭풍으로 붕괴되며 몰살됐기 때문이다.

온난화로 인한 남극 얼음의 소실은 남극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크릴에도 영향을 미쳤다. 얼음이 사라지며 그곳에 부착하여 살아가는 광합성 조류들이 함께 사라져 크릴의 먹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40여 년간 남극 크릴은 70% 이상 감소했다. 남극생물들의 주요 먹이원인 크릴이 감소함에 따라 고래와 펭귄도 연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아델리펭귄의 개체군은 지난 40년간 80% 감소했다.

 

기후변화의 열쇠, 탄소흡수

‘기후위기’로 치닫고 있는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농도 감축에 있을 것이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몰두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탄소중립의 원리는 간단하다.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만큼 흡수하면 된다. 이 때문에 산림보다 탄소흡수 속도가 빠른 해양이 주목받고 있다. 해양은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를 흡수, 저장한다. 이것이 ‘블루카본’이다. 현재 IPCC가 인정하는 블루카본은 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 3가지뿐이다. 그러나 열대·아열대기후 원산의 맹그로브는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화되더라도 당분간 번성하기 힘들다. 염습지와 잘피림 또한 우리나라 분포 면적이 작고 탄소흡수 기능에 대해 정확히 연구된 사례가 적다. 2050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한 상황에 암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우수한 블루카본이 있다. 바로 갯벌이다. 한국의 갯벌은 약 2,500㎢로 국내 염습지와 잘피림 면적의 약 56배에 달한다. 최근에는 이 갯벌이 약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승용차 11만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에 맞먹는 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갯벌은 아직 탄소감축원으로 국제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들과 기관들이 갯벌의 탄소흡수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등의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 여론을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갯벌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등록하고, 나아가 국가적 차원에서 갯벌의 장기관리 계획 및 탄소흡수력 증진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전 세계가 신규 블루카본 발굴에 매달리고 있다. 대륙붕 퇴적물이나 식물플랑크톤 해조류 이매패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갯벌을 시작으로 국내 연안에서 극지에 이르기까지 진취적으로 도전하여 세계에 먼저 신규 탄소흡수원을 제시하고, 연구와 국제 여론을 선도해나가는 선진국의 면모를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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