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전기선외기 역수출하는 ㈜일렉트린
일본에 전기선외기 역수출하는 ㈜일렉트린
  • 이새건 기자 
  • 승인 2022.11.1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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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전기추진체로 세계 시장에 우뚝 서고파”
친환경 전기추진체 생산하는 ㈜일렉트린 회사 전경
친환경 전기추진체 생산하는 ㈜일렉트린 회사 전경

[현대해양] 바다에서 보트를 조종하는 사람이라면 ‘왜 우리나라는 일본 같이 유명한 선외기 엔진 제조사가 없을까?’ 라는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매년 수입을 100% 일본에 의존한다는 중소형선박 선외기 엔진 시장에서 야마하, 혼다 등의 속칭 넘사벽 브랜드에 도전장을 내민 우리나라 선외기 기업이 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산업단지에 위치한 ㈜일렉트린은 2010년에 창업해 정부와 투자기관으로부터 200억 원을 투자받아 친환경선박 추진시스템 개발 한 분야에 전념해왔다. 친환경 전기추진시스템을 장착한 선박을 국내외에 고루 납품하고 있는 ㈜일렉트린은 30명 직원중 60% 정도가 연구개발 부서에서 일하는 빼어난 기술 집약형 기업이다. 2022년 현재까지 독자기술로 개발한 전기선박 핵심 특허만 해도 21개를 출원했다.

2019년부터 해수부 내수면 전기어선 보급사업에 유일하게 납품해왔던 ㈜일렉트린은 교체 비용의 80%를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해주는 전국내수면 전기어선 보급 확대를 위해 해수부와 협업한다. 그간 수자원공사 전기관리선을 건조하며 경기도, 부산, 충청도 등의 지자체에 전기어선을 보급하는 납품실적도 꾸준히 쌓아왔다. 올해는 경기 안산시가 발주한 45인승 30톤급의 친환경 전기유람선을 순수 국내기술로 건조했다. 이 때문에 친환경 유람선 도입을 계획하는 지자체 문의가 폭주해 요즘엔 직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일렉트린 전기 추진시스템 구성품
㈜일렉트린 전기 추진시스템 구성품

원준희 ㈜일렉트린 대표는 “이제 기름을 떼서 가는 기존의 내연기관이 전기추진체 같은 친환경 동력을 이용한 구동시스템으로 바뀌는 전환점에 섰다”며 “우리나라의 중소선박시장도 세계 해양업을 이끌어가는 국내 대형 조선 산업처럼 우뚝 설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세계 조선업 1등 국가인 우리나라가 다음 세대에서도 주도권을 거머쥐려면 중소형선박의 기술개발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

원 대표는 “초기 5~6년을 예상했는데 지금까지 12년이 걸렸다”고 운을 떼며 “일렉트린은 전기자동차가 시장에서 걸음마를 떼던 시기에 사업을 시작해 프론티어로서 겪어야 하는 모든 어려움을 다 겪었다”고 국내의 열악한 기술개발 현주소에 대해 얘기했다. 선외기 엔진을 만들어 테스트하기 위해 물에 띄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부 인증을 받아야 했고 그 다음 단계를 해결하면 생각지 못한 인증 과정이 또 가로막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는 전기선박 외에도 수소연료전지 선박, 하이브리드 선박에도 ㈜일렉트린의 추진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을 만큼 일렉트린의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기추진시스템 전문기업중 가장 업력이 오래된 독일 회사의 경우에도 15마력급 내외의 저마력 제품판매가 대다수를 차지할 만큼 고마력 전기추진체 생산업체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같은 환경에서 ㈜일렉트린은 90마력과 110마력 등의 고마력제품 개발에 집중해 상용화에 성공했고, 100마력 이상의 전기추진 선외기 시스템을 생산하는 유일무이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더욱이 올해는 매년 일본에 100% 수입을 의존해 오던 시장 관행을 부수고 자체 개발한 전기선외기를 역수출한 성과를 올렸다. 1,000억 원 대의 수입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 야마하, 혼다 등의 브랜드에 전량 수입을 의존했던 국내 중소형선박 시장에 새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원준희 대표는 “중소형 보트에 활용되는 선외기는 보통 후미에 달려 볼록 튀어 나와 있는 엔진인데, 기존의 내연기관 선외기 종주국 일본의 인증을 받아 처음으로 역수출에 성공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중소형선박의 선외기 시장은 그간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개발을 시도할 때마다 일본이 갖고 있는 특허의 벽에 막혔고, 대기업이 뛰어들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아 틈새시장 성격을 띄는 시장으로 인식됐다. 사실상 일본이 독점하다시피한 시장을 ㈜일렉트린이 뚫고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과 동일한 내연기관 추진체가 아닌 100% 전기동력으로 움직이는 전기선외기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원준희 ㈜일렉트린 대표가 올해 수출 성과를 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원준희 ㈜일렉트린 대표가 올해 수출 성과를 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전기추진엔진을 일본으로 수출하고자 ㈜일렉트린은 2년에 걸쳐 전기선외기로서는 세계 최초로 일본소형선박검사기구 JCI(Japan Craft Inspection) 인증을 받았다. 이는 기술력 검증 뿐 아니라 다른 주요 국가들의 인증에도 영향을 미쳐 일렉트릭 전기 선외기 제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미 일본 바이어인 토모이케이(TOMOIKE)사와 1년간 레저보트 해양 실운항 테스트를 마쳤고, 지난 7월엔 400억 규모 구매 LOA(협정서)를 체결했다. 이번 JCI 인증 획득으로 ㈜일렉트린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큰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쪽으로도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어 현지 유력 유통 바이어들과 100~200세트의 수출 협의를 끝마친 상태라고 한다.

 

친환경 선박시장 생태계 만든다

설립 이래 12년간 친환경 선박시장을 선도해온 일렉트린은 중소형 전기선박 분야의 전후방산업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시장 전반의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원 대표는 “배터리 렌트-교체, 충전-수리-재사용으로 이어지는 통합 배터리서비스 사업을 구축해 친환경 선박 생태계 전반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육상과 수상 모빌리티를 연계해 과밀한 도로교통 체증을 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상모빌리티란? 예컨대 택시를 타고 올림픽 도로를 지나다 러시아워에 막혀 전기선박으로 갈아타고 한강을 건너는 육·해상의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합해 디스플레이로 구현하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효성중공업과 같은 국내 굴지의 대형조선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이브리드 어선의 자율운항 관련 추진시스템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사업에 참여해 모빌리티 공유서비스를 움직이는 자율운항 관련 기술을 조금씩 축적해왔다고 한다.

지난 6월에는 해수부 형식인증도 획득했다. 국가시험 인증기관이자 세계 3대 국제공인 인증기관인 과기부 산하 한국전기연구원(KERI)에서 배터리 열폭주 전이 시험, 고장모드 영향분석(FMEA)을 통한 센서 고장 시험 등 수십 가지 안전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다. 이로써 최고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한 선박용 전기추진체 배터리팩 생산 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원 대표는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 구입이나 회사 운영 차원의 자금 마련에도 정부가 나서 정책적인 금융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금융 기관은 대출을 해줄 때 기업의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대출을 판단하고 채권을 회수하다보니 ㈜일렉트린처럼 오랜 연구 개발 기간이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에는 좀 더 다른 대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 대표는 국내 근해 어업 현장을 누비는 중소형 어선 건조 시장에도 뛰어들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어민들이 사용하는 작은 배에 탑재되는 저마력 선박 같은 경우는 비교적 저렴한 천만원대부터 구동시스템을 맞춤형으로 주문할 수 있다고.

차세대 전기추진체를 들고 중소형 선박 시장을 주름잡겠다고 청사진을 그리는 ㈜일렉트린의 미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친환경 선외기와 전기추진체 구성품을 생산하는 ㈜일렉트린의 1층 공장 내부 모습
친환경 선외기와 전기추진체 구성품을 생산하는 ㈜일렉트린의 1층 공장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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