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63.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의 조우
청봉의 새이야기 63.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의 조우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2.11.19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먹이활동 중인 저어새들
먹이활동 중인 저어새들

최근 가을 강화도 탐조에 동참하였다. 한로(寒露)가 지났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이 가까운 들판에는 농부들이 가을걷이로 바쁘다. 가을걷이가 끝난 벌판에는 한 떼의 기러기들은 ‘궤엑궤엑’, ‘기럭기럭’ 노래소리로 높고 푸른 하늘을 덮었다. 강화라는 지명은 940년(태조 23년)에 처음으로 역사에 기록됐는데, 강화(江華)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 등의 여러 강을 끼고 있는 ‘아랫고을’이라고 하여 강하(江下)라고 부르다가 ‘강 아래의 아름다운 고을’이라는 뜻으로 강화(江華)라고 불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해안에는 넓은 갯벌이 발달했는데, 오래전부터 인간들은 야생생물의 삶터였던 갯벌지역을 간척사업으로 농경지로 조성했다. 강화도는 해양습지가 잘 발달해 다양한 야생 생물들의 보금자리로 자리를 잡았고, 철철이 찾아오는 철새들의 서식지로 환경·생태보전지역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강화도 탐조 활동 중에 저어새(Black faced Spoonbill)와 노랑부리저어새(Eurasian Spoonbill)를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었다.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는 황새목> 저어샛과> 저어새 속(屬)으로 분류되는 동속(同屬)에 속하지만, 이종(異種)의 조류이다. 우리나라에서 여름 철새인 저어새는 한반도 강화도 주변의 무인도에서 번식하고 겨울철에 동남아지역에서 월동하는 주 서식지가 동아시아지역에 한정된 철새이다. 반면, 노랑부리저어새는 튀르키예(옛 터키), 유라시아 중북부, 아시아(중국, 인도)의 중북부 등 지역에서 하절기에 번식하고, 중국 동남부, 한반도, 일본. 아프리카 북부 지역 등에서 월동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겨울 철새다. 겨울철에 한반도의 천수만, 제주도, 낙동강, 주남저수지, 해남 등 남해안의 해양 습지에서 관찰된다.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는 깃털의 하얀 색, 휘위휘위 부리를 저어서 먹이를 잡는 모습 등이 아주 유사하나, 몸의 크기, 부리의 색깔, 출현 지역과 시기 등에서 차이가 있다. 저어새는 몸길이가 73cm이고 노랑부리저어새는 86 cm로 저어새가 약간 작은 귀여은 몸집을 하고 있다.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는 한반도에서 여름 철새로 3월~9월까지 한반도의 서해안의 갯벌 지역의 무인도에서 번식하고, 9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는 제주도 하도리 습지, 대만,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의 습지에서 월동한다.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2,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는 유라시아 중부, 튀르키예, 인도, 중국의 북부지역에서 여름철(3월~6월)에 번식하고 한반도 남부, 중국 동남부, 일본 남부 지역에서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월동한다. 노랑부리저어새는 저어새보다 넓은 세상을 서식지로 활용하고 있다. 지구상에는 현재 약 10만 마리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한반도에는 겨울철에 약 300마리의 노랑부리저어새가 매년 찾아온다.

저어새는 한국전쟁의 전후로 극심한 멸종위기에 처했으나 한반도 휴전선의 서부 해안지역의 무인도에서 국제적인 관심과 보호를 받으면서 종족을 보존할 수 있었다. 저어새의 개체수는 2014년-2,726마리, 2022년-6,162마리로 늘어나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다.

한반도 서해안의 갯벌에서는 매년 가을, 이때쯤에 여름 철새인 저어새와 겨울 철새인 노랑부리저어새가 들고나는 이사철에 짧은 만남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 ‘강화 댁 저어새’는 듬직하고 멋진 노란색 부리를 가진 ‘노랑부리저어새’의 매력을 푹 빠져, 계획되었던 동남아 월동여행을 포기한 채, 사랑의 마음을 전했단다. 노랑부리저어새도 내년 봄의 북쪽 고향 방문 여행을 포기하고 한반도의 서해안에서 새끼들을 함께 보살필 것이다.

노랑부리저어새, 튀르키예-옛 터키
노랑부리저어새, 튀르키예-옛 터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