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레저 바로알기 1. 바다의 주 사용자가 바뀌고 있다
해양레저 바로알기 1. 바다의 주 사용자가 바뀌고 있다
  • 김충환 경영학박사・경기도청 전문위원
  • 승인 2022.11.2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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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환 경기도 전문위원(경영학 박사)
김충환 경영학박사・경기도청 전문위원

[현대해양] 최근 들어 해양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해양레저는 수상과 수중에서 하는 모든 레저활동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물과 관련된 레저활동을 즐기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레저산업을 보트와 요트로 한정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해양레저 활동의 범주는 낚시, 스쿠버 다이빙, 서핑, 카누와 카약, 수상스키, 웨이크 보드 등 물에서 하는 모든 레저활동이 해당한다. 해양레저 활동을 하는 해양의 범주도 비단 바다뿐만 아니라 내수까지 포함한다. 해양수산발전법에서는 제3조에서 용어를 정의했는데 ‘해양’이라 함은 대한민국의 내수, 영해 등을 포함한다고 되어있고 해외도 포함하여 언급하고 있다.

해양레저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레저활동인 보팅, 요팅, 낚시, 스쿠버 다이빙, 서핑, 카누와 카약, 웨이크 보드 등 우리나라의 해양레저도 해수뿐만 아니라 내수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보트와 요트를 포함하는 동력수상레저기구는 매년 3,000 대가 넘게 신규로 등록되고 있으며, 이를 운항하기 위한 조종면허자의 신규 취득자도 매년 2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해양수산정책연구소는 2020년 연간 3회 이상 출조하는 낚시 인구는 약 620만 명이라고 추정했으며, 대한서핑협회에 따르면 서핑 인구는 이미 2019년에 약 40만 명으로 5년 만에 10배 증가하였다고 한다. 강원도 고성, 양양, 강릉 등 동해안은 서핑 명소가 되었고, 제주도는 거의 전 해안이 서핑 스팟일 뿐만 아니라 서해안의 만리포 해수욕장에도 서핑 샵들과 레슨을 받으려는 서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가평, 양평 등 북한강은 수상스키를 비롯하여 다양한 수상레저를 소재로 하는 예능프로의 매년 여름 단골 촬영지이다. 북한강의 가평에만 100개 내외의 수상레저 사업장이 있으며 수상레저를 위해 방문하는 사람이 연간 7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남녀노소가 즐기는 해양레저의 ‘다양화’, ‘대중화’

해양레저는 전 연령층에서 즐기는 대표적인 레저산업이 되고 있다. 40대 이상이 약 62%인 전통적인 낚시를 비롯해서 젊은 층이 다수인 서핑까지 큰 활동성이 요구되는 해양레저에 다양한 연령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트렌디한 젊은 층에게 해양레저는 주요한 레저 활동이 되고 있다. 중장년층이 다수였던 낚시조차 20~30대의 비중이 약 38%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비율이 약 37%에 이를 정도로 해양레저는 젊어지고 남녀가 함께하는 전 국민 레저활동으로서 ‘다양화’되고 ‘대중화’되고 있다.

 

레저산업, 치열한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힐링 산업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국가 경제가 커진다고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 행복 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2010년대는 일본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넘나들던 시절이다. 2016년은 약 3만 9,000 달러였는데 이 시기 국민행복지수는 5.9점으로 전 세계 53위였다. 일본을 분석한 기사에서 나라는 잘사는데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는 걸 본 기억이 있다. 소득은 높아도 물가가 비싸니 끊임없이 소득을 위해 일하지 않으면 생활이 궁핍해질 수 밖에 없는 쳇바퀴에 들어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마찬가지로 치열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도 해당하지 않을까? 참고로 2022년 행복 지수로는 일본이 54위, 우리나라는 59위이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삶과 세계 경제에 많은 영향이 있었다. 2020 경기해양레저포럼에서 전 세계 대표 해양레저매거진 중 하나인 IBI(International Boat Industry)의 Ed slack 편집장은 상반기 인터뷰를 통해 세계 해양레저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데미지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하반기 세계해양협회(ICOMIA)의 여러 컨퍼런스에서 각국의 해양레저협회는 그 반대의 성과를 발표했다. 여행과 크루즈, 수영 등 실내 레저활동은 부정적 영향을 받았지만, 반대로 야외 레저활동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온 것이다. 전 세계적 전염병 속에 여러 이동과 활동이 제한되면서도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경제활동을 해야 했고, 그만큼 우리는 더 ‘힐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름이 길어지는 우리나라, 해양레저 활동에 최적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태풍은 점점 강력해지고, 우리나라 수산업에도 큰 영향이 있다는 기사와 연구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기온과 강수량도 크게 변화하여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1912~1941년 대비 1988~2017년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12.6도에서 14도로 1.4도나 상승하였다. 특히 일 최저기온이 모든 계절에 걸쳐 상승하였는데, 여름을 제외하고도 봄은 2.1도, 가을은 1.8도, 겨울은 2.3도나 올라갔다. 사계절의 비중도 달라져 1912~1941년 대비 1988~2017년의 우리나라 계절은 여름은 19일이나 길어지고 겨울은 18일 줄었다. 즉, 우리나라는 점점 더워지고 있으며, 여름형 레저활동이 적합한 지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겨울 온도가 올라가니 우리나라에서 겨울 레저활동은 점차 위축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겨울스포츠인 스키 인구의 경우 2011시즌에 약 686만 명에 이르렀으나 2020시즌에는 약 400만 명대로 감소했다. 스키 업계는 대중성을 잃고 마니아층 중심의 스키 산업으로 제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스키장도 슬로프를 줄이고 테마파크, 썰매장 등의 대중적 시설을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스키장의 매출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스키 산업 활성화는 아니다.

 

해양레저활동이 활발해지기 위한 두 가지 환경, 여건과 소비력

해양레저 활동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해양레저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과 소비력이 있어야 한다. 날씨까지 해양레저에 최적화 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해양레저 활동을 하기에 환경도 좋다. 국토의 3면이 바다인데다가 한강, 낙동강 등 유역면적이 200㎢ 이상인 국가하천은 5개가 전국에 걸쳐 분포해 있고, 높이 15m 이상이며 저수용량이 300만㎥ 이상인 큰 댐도 우리나라에 1,200개가 넘게 있으니 물과 관련된 활동을 즐기기에는 자연적 환경은 매우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중 낚시 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3면의 바다에는 계절별 다양한 어종이 가득하며, 3,000 개가 넘는 섬은 해양관광과 연계하여 성장 시킬 수 있는 잠재력도 풍부하다.

다음으로 해양레저 활동을 즐기려면 소비력이 있어야 한다. 해양레저 활동을 위해서는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장비 없이 물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수영 등 제한적이므로 레저 선박이든, 낚시 도구든, 서핑 보드든 해양레저 활동을 위해서 장비는 반드시 있어야 하며, 이 장비를 구매하거나 빌리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레저활동 보다는 높은 소비력을 요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19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들어섰다.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이 3만 달러가 해양레저산업 성장의 기준점으로 불린다. 그 이유는 바로 소비력 때문이다. 4인 기준 가구 소득으로 보면 12만 달러가 넘는다는 것이므로 사실상 가구당 수입이 1억 원이 넘는다는 의미이다. 가구당 1억 원을 넘는 소득이 있다면 장비사용을 위한 레저활동을 위해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소비력과 규모를 갖춘 국가들의 해양레저산업이 발전한 것은 명확하다.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며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긴 이른바 30~50 클럽의 국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6개국이었는데 우리나라도 2018년에 3만 달러를 넘기며 이 조건을 충족했다. 해양레저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우리나라도 갖춰지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국가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국가

바다의 주 사용자가 바뀌고 있다.

지난 10년간 바다의 주 사용자가 어민에서 레저 사용자로 역전되었다. 어가인구는 2011년 약 17만 7,000명에서 2021년 약 9만 3,000명으로 약 47.5% 줄어들었다. 연평균 약 6.2% 씩 감소한 것으로 2020년 이후 10만 명 이하로 내려왔다. 2020년 국감자료에서는 40세 미만 청년 어가 비율은 33%에서 17%로 낮아지고, 65세 이상은 29%에서 39%로 증가하며 고령화 되고 있다고 우려하였다. 특히 어가 소득이 도시 근로자 대비 약 73.4%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반면, 해양레저 사용자는 증가하고 있다. 보트와 요트를 운항하기 위한 조종면허자 수는 2011년 약 11만 1,000명에서 2021년 약 28만 7,000명으로 약 256.9% 증가하였다. 연평균 약 9.9%씩 증가한 것으로 2017년에 이미 20만 명을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2016년까지는 매년 취득자가 1만 5,000명 내외였으나 2017년 이후에는 매년 2만 명 내외로 그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어가 인구 및 조종면허자수 변화추이
어가 인구 및 조종면허자수 변화추이

 

변화하는 시대, 변화에 끌려가지 말아야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바다는 수산업을 하는 분들의 터전이었다. 전통적으로 물과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굳이 바다를 방문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점점 바다를 터전으로 삼고 있지 않아도 바다를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힐링을 위한 리조트 중 대표적인 곳 중 하나인 소노호텔&리조트(옛 대명리조트)의 최근 15년 동안 신규 개장한 리조트 지역을 살펴보면 제주, 양양, 변산, 여수, 거제, 삼척, 청송, 진도인데 청송을 제외하고 모두 바닷가 근처이다. 한화리조트도 여수, 거제 등에 신설하고 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설악산, 속리산 등 산에서 힐링했다면 이제는 바다를 찾고 있다. 21세기 국민의 힐링 포인트는 산보다는 바다이다.

변화를 주저하다 기회를 놓친 사례는 너무 많다. 경영학에서는 이 실패 사례를 케이스스터디로 다뤄 학습하고 있을 정도이다. 휴대폰 2G 시대 절대 강자로 2004년 세계시장 점유율이 약 34.7%로 1위였던 핀란드 기업 노키아는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에 실패해 2016년에는 약 6%로 낮아졌고 2021년에는 아예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다. 브라운관 TV의 최고 기업은 소니였다. 트리니트론이라는 고화질 브라운관 TV 기술로 1년에 약 2,000만 대를 판매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OLED 기술도 갖고 있었으나 LCD/LED 전환을 주저하다 진입 시기를 놓쳤다. 지금 1년에 2,000만 대 TV를 판매하는 세계 1위는 선제적으로 LCD 시장에 진입한 삼성전자이다. 최근 변화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내연기관 단종 문제이다. 벤츠, 현대자동차 등 주요 자동차회사는 이젠 기름으로 가는 엔진은 더 이상 개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2030년부터 신차의 절반은 친 환경차로 제한하고, 유럽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판매가 금지된다. 아직도 내연기관 규모는 자동차 및 선박 분야에서 매우 크지만 이를 대비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자동차 업계에는 가득하다.

국가가 성장하고 바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 그동안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오고 관리해온 분들에게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고 불편한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변화의 흐름은 누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바다를 이용하는 시설, 제도, 방법 등은 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 준비되어있는가? 아니면 변화할 마음의 준비라도 되어 있는가? 변화는 어떤 면에선 고통스럽다. 변화를 선제적으로 준비한다면 질서 있는 바다의 이용과 경제활동의 효익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변화를 주저한다면 사고와 문제를 수습하는 데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될 수 있다. 어짜피 써야 하는 에너지라면 변화를 준비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아라마리나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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