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 오염과 갯벌 정화
연안 오염과 갯벌 정화
  • 김태우 서울대 블루카본사업단 연구원
  • 승인 2022.11.10 22: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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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서울대 블루카본사업단 연구원
김태우 서울대 블루카본사업단 연구원

[현대해양] 해불양수(海不讓水)란 말이 있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란 뜻으로 무엇이든 차별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바다의 무한한 포용력을 느낄 수 있다. 드라마 ‘도깨비’의 김신과 지은탁이 풀리지 않는 서로의 감정을 헤아린 곳도, 영화 ‘노킹온헤븐스 도어’의 두 남자가 죽음에 맞서 달려가 마주한 곳도, 우리 곁의 수많은 사람이 한숨과 걱정을 파도에 흘려보내는 곳도 바다인 이유는, 바다가 인간의 감정도 포용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디에 있건 우리는 바다와 서로 연결돼 있다.

우리 바다는 수천 년을 이어오면서 깨끗한 물, 더러운 물 모두를 거대한 품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고유의 자정작용을 통해 ‘육상기원오염물질’을 정화하면서 수많은 해양생물을 키워왔다. 이렇게 바다에서 키워낸 싱싱한 수산물은 여지없이 국민의 소중한 먹거리가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우리 바다의 그 훌륭한 포용성은 부메랑이 돼버렸다. 바다로 흘러드는 각종 오염물질의 양이 늘어나 바다가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부하량을 이미 훌쩍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연안 이용과 바다 오염

사이언스지에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해양환경이 직면한 문제점은 총 다섯 가지(남획, 폐기물의 유출과 해양배출, 연안 생태계의 파괴, 육상기원 오염, 기후변화)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육상기원오염’이다(Costanza et al., 1998). 육상으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 대부분은 내분비계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예로,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쳤던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는 수층을 통해 육지로부터 유입된 후, 플랑크톤, 어류, 그리고 바닷새까지 조금씩 축적돼 초기 농도보다 최대 약 1,000만 배(Roach et al., 2019) 농축-확장된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 연안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

다양한 오염원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부하 받는 연안을 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우리나라도 수십 년 전부터 연안에서 일어나는 오염의 부하를 줄이고 체계적으로 해양환경 관리를 위해 노력해왔다. 2000년 지정된 ‘환경관리해역’도 그중 하나다. 해양환경 상태가 양호한 해역을 ‘환경보전해역’, 해양환경 보전에 현저한 장애가 있거나 장애를 미칠 우려가 있는 해역(오염에 영향을 끼치는 육지 포함)을 ‘특별관리해역’으로 구분하여 지정 관리해오고 있다. 특히 국가에서는 ‘특별관리해역’에 ‘연안오염총량관리제’를 도입하여 육상에서부터 오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조절해 바다가 지닌 포용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 몸의 체중감량을 위해 식이요법, 운동 등 과학적 접근을 통해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원리로 빗댈 수 있다. 국내에서는 마산만, 시화호, 부산, 울산, 광양만에서 진행되고 있고, ‘연안오염총량제’ 이후 각 연안에서 오염부하량이 효과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연안오염총량관리제’에서는 연안의 오염을 방지하고 해역의 건강성을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오염물질의 유입 예상량, 해상경제활동, 해역이용도 등 대상 지역에 관한 수많은 정보와 자료를 취합-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육상에서 일어나는 점, 비점오염원들의 동시다발적인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조사는 무척이나 어려우며 특히 조사 이후 지정관리 측면에서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제도의 시행을 어렵게 만든다.

 

해답은 ‘연안 갯벌’에 있다.

오염물질이 육지로부터 흘러나와 먼바다까지 뻗어가기 전에 이를 줄일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갯벌에서는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학적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오염물질이 수층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기 전 오염물질들을 분해 및 활용한다. 독성이 매우 높은 물질을 낮게 분해하고 이를 생물들이 성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실제로 2006년 기준, 5㎢ 갯벌의 1일 평균 COD 제거량은 국내 하수종말처리장의 1일 COD 제거량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해양수산부, 2016). 이러한 갯벌의 ‘정화’ 작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해외에서는 ‘인공습지’, ‘갯벌복원’ 등 갯벌이 지닌 잠재력을 발굴하기 위한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갯벌의 잔류성유해물질에 대한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잔류성유해물질의 갯벌 미생물에 의한 분해, 식생(갈대 등)에 의한 식물환경정화(phytoremediation) 등으로 총량이 갯벌에서 감소하고 있고 잠재적인 독성 또한 낮아진다고 한다. 이렇게 갯벌 내 오염물질들의 침적, 탈착, 분해 등과 같은 일련의 거동 연구가 계속해서 활발히 진행되면 오염물질의 양을 확연히 줄일 수 있는 해답을 갯벌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갯벌의 정화 서비스 가치 환산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갯벌의 잠재적 기능과 가치를 발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안 관리를 위해, 우리 후손을 위해

갯벌 혹은 연안을 정비할 시에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가치 또한 과학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탐색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리빙-쇼어라인 사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리빙-쇼어라인은 염생식물의 식재, 모래 또는 바위와 같은 자연재료를 활용해 연안을 재정비하는 방법이다. NOAA에서는 지난 20년간의 사업 결과를 통해 이러한 리빙-쇼어라인 사업이 연안의 오염물질 정화능력을 배가시킨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또한 이러한 사업은 정화기능뿐만 아니라 최근 화두가 되는 ‘탄소 흡수’의 기능 또한 증진시킨다고 한다. 연안 그리고 갯벌의 심미적 가치의 증대뿐만 아니라 탄소 흡수 그리고 오염물질의 정화 등과 같은 ‘팔방미인(八方美人)’적 능력을 리빙-쇼어라인 사업을 통해 기대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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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2022-11-11 10:04:08
갯벌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몰랐는데,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해양오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어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