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핵심 보는 혜안 절실
기후위기, 핵심 보는 혜안 절실
  • 강동진 한국해양학회장·KIOST 책임연구원
  • 승인 2022.11.0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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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한국해양학회장은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이학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1990년 한국해양연구소(KIOST 전신) 위촉연구원으로 KIOST와 인연을 맺은 뒤 2012년부터 현재까지 KIOST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KIOST 태평양해양과학기지 기지대장, 해양환경·기후연구본부장 등을 지냈다. 대외적으로 한국해양학회지 편집위원장, ‘Ocean Science’ 저널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1월부터 한국해양학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강동진 한국해양학회장은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이학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1990년 한국해양연구소(KIOST 전신) 위촉연구원으로 KIOST와 인연을 맺은 뒤 2012년부터 현재까지 KIOST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KIOST 태평양해양과학기지 기지대장, 해양환경·기후연구본부장 등을 지냈다. 대외적으로 한국해양학회지 편집위원장, ‘Ocean Science’ 저널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1월부터 한국해양학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현대해양] 올 여름 우리는 연이은 강력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고, 유례없는 더위를 경험하는 등 과거보다 훨씬 많은 이상 기상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게다가 이상 기상현상이 생길 때마다 매스컴에서는 기후변화를 언급한다. 이러한 이상 기상은 기상이변 혹은 극한 기후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보통 30년이란 세월에 한 번 정도 나타날 법한, 좀체 나타나기 어려운 기상현상이다. 그래서 이상 기상을 이상 기후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상과 기후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상 기상의 원인으로 자주 언급되는 기후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상과 기후

일반적으로 날씨라고 말하는 기상은 어떤 장소와 시간의 대기 상태를 나타낸다. 내일 비가 올 것인지 아닌지 혹은 이번 주말에 추울 것인지 등이 기상이고, 이를 예측하는 것이 일기예보이다. 반면에 기후는 오랜 시간에 걸친 평균적인 기상을 의미한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는 장시간의 기후값으로 30년간의 평균을 사용하되 10년을 주기로 그 값을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기상 측정을 위한 주요 요소는 일반적으로 대기 온도, 강수량, 기압, 바람, 습도, 수분의 증발, 구름의 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후에 영향을 주는 인자들은 태양복사의 강도와 위도 변화, 해양과 대륙의 분포, 해류, 탁월풍(무역풍, 편서풍 등 일정한 위도 영역에서 거의 일정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 고기압과 저기압의 위치, 지형, 식생 등이다. 기후변화는 이러한 기후계(climate system)가 자연적인 원인이나 인위적인 원인으로 인해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기상과 기후는 다른 현상이지만 육지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기를 통해 느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혼동이 올 수 있다. 하지만 기후가 단순한 기상현상에 국한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지구 기후 조정자 해양

지구상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태양이다. 지구는 지축이 23.5도 기울어져 자전하고 있기에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는 적도를 중심으로 하는 저위도 열대지방에 집중되고 이러한 에너지 공급의 불균형이 대기와 해수의 온도 분포를 변화시키고 전 지구적인 규모의 대기와 해양의 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대기와 해양의 순환이 저위도 지방의 남는 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공급해주어 저위도는 식혀주고 고위도는 데워주어 지구상의 에너지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

한편 바닷물은 공기에 비해 비열은 약 네 배, 밀도는 800배 정도 크기 때문에 같은 에너지로 동일한 부피의 온도를 1도 변화시키는데 공기보다 약 3,200배의 시간이 더 걸린다. 이렇듯 바닷물의 열저장 기억력이 크고 해양의 순환이 대기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지구의 기후 조정자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 2,000여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가고 간빙기로 접어들면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과정에서 극지방 해수의 염분을 낮추게 되고 이에 따라 해류 시스템이 바뀌어 다시 빙하기 상태로 돌아간 적이 있다. 우리는 이를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라고 부르는데, 드라이아스는 고위도 지역이나 고산지역의 추운 기후에서 잘 자라는 담자리꽃의 이름으로,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서서히 고위도로 물러나던 담자리꽃이 이 시기에 갑자기 다시 번성한 데서 붙인 이름이다. 이는 해류가 기후를 조정하는 큰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인 것이다.

 

기후변화, 핵심 읽는 혜안 필요

최근 정부에서는 기후와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감시와 예측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의 제고를 통해 기후변화로부터 생태계와 기후체계를 보호하며 공공복리를 증진하는 데에 이바지하고자 「기후·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등에 관한 법률」(약칭: 기후변화감시예측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과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후위기 대응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기상법에서 기후·기후변화에 관한 사항을 분법화 하고 기후위기 관련 대책 지원 등 필요사항을 보완해 새로운 법률 제정 내용을 담았다. 주요 내용은 5년마다 기후변화감시 예측을 위한 기본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시행, 기상청 소속 기후변화감시예측위원회 설치, 기후변화 감시 관측망과 기후변화감시예측 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연구개발 사업추진과 전문인력의 양성·국제협력 추진 등이다.

이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로 일컬어지는 현시점에서 필요한 법안이어서 우리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법률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후 또는 기후변화는 마치 기상현상인 것과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이 법안의 목적이 기후와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감시와 예측에 있는 만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상이 아닌 기후,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은 기후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를 종합한 다학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종영한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명대사 중 하나인 고래 퀴즈가 생각난다. “몸무게가 22톤인 암컷 향고래가 500kg에 달하는 대왕오징어를 먹고 6시간 뒤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암컷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요? 정답은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입니다. 고래는 포유류라 알이 아닌 새끼를 낳으니까요.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핵심을 봐야 해요!”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과학자들의 전유물에서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되어버린 지금 핵심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절실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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