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 송영택 발행인(수산해양정책학 박사)
  • 승인 2022.11.05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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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새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으로 실시된 제21대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달 끝이 났습니다. 국회 국정감사는 행정부가 1년 동안 집행한 행정활동을 감시하고 시정해야할 정책을 찾아내 개선시키는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1년 만에 공수가 교체된 이번 농림해양수산위원회 해양수산 분야 국정감사에서는 2020년 9월 북한군의 총격으로 피살·소각된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월북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을 놓고 여야는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문제는 해양수산부가 이 씨를 순직 처리하고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구속됨에 따라 행정현장에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의 정치적 의미를 떠나 여야의원들이 재발방지를 위한 해양수산부의 대응을 깊이있게 살펴보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이 씨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북방한계선(NLL) 해상이라는 민감한 수역에서 국내 어선에 대한 어업지도와 중국 불법어선을 감시하는 중차대한 업무를 수행중이던 어업지도선의 공무원이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것과 동료 공무원들이 이를 즉시 확인하지 못한 것은 복무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고 당시 ‘국가어업지도선 운용관리 및 지도선 직원복무 규칙’을 위반했고 항해일지 서명도 필체가 달랐다고 합니다.

홍문표 의원(국민의 힘, 홍성·예산)은 해양수산부로부터 어업지도선 복무 감사 자료를 받아 분석해 이 씨 실종 후 선장에게 보고가 10시간이나 지나서야 이뤄졌고 사고 당시 선내 설치된 CCTV도 고장이 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여야 의원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사고 이후 해양수산부가 관리감독자에게 책임을 물었는지, 승선원들의 복무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곪은 종기를 도려내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며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당사자들이야 좋겠지만 비슷한 사고의 불씨는 계속 남아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하는 이 법칙은 어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들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통계적 법칙을 말합니다.

그래서 중대한 국가 사무를 보는 행정활동에서는 작은 사고도 적확한 조치로 미연에 예방을 해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꼭 고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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