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마약류 사범 급증하는데
해상 마약류 사범 급증하는데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11.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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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청 전문인력, 예산 턱없이 부족”
2020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약탐지견이 마약과 제한 품목을 수색하기 위해 유람선에 싣기 전 농산물을 확인하고 있다.
2020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약탐지견이 마약과 제한 품목을 수색하기 위해 유람선에 싣기 전 농산물을 확인하고 있다.

[현대해양] 최근 몇 년간 국제마약조직을 통한 밀수가 급증하고, 해상 마약류 밀반입 사범 역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해양경찰청의 ‘최근 5년간 마약범죄 단속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56건이었던 단속 건수는 2019년 173건, 2020년 412건을 넘어 올해에는 지난 8월 기준 844건을 기록했다. 

육지보다 단속이 어려운 바다를 통해 마약류를 밀반입하는 경우나,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마약류 유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마약류 사범의 급증에도 예산·인력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현대해양>은 우리나라 해양경찰의 마약류 사범 검거 시스템을 알아보기로 했다.

늘어나는 마약류 사범과 특별단속
한때 ‘마약청정국’이라고 불렸던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간 마약류 사범이 급증하며 ‘마약 신흥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유명인들의 마약 투약 사건이 늘어나고 저연령층의 범죄도 늘어나는 등 이제 마약은 먼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약청정국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인 나라를 지칭하는 UN 기준인데, 한국은 2016년 1만 4,214명을 마약류 사범으로 적발하며 이 기준을 넘겼다.

이렇게 ‘마약류’ 문제가 대두되며 해양경찰청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1일까지를 ‘하반기 해양 마약류 사범 특별단속’ 기간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해경청은 먼저 국제여객선과 외항선 등 외국을 오가는 선박을 이용해 국내로 밀반입될 수 있는 필로폰, 코카인, 대마 등 마약류에 대해 범죄 첩보 수집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수사·형사 경찰관으로 구성된 육상 마약단속반을 별도로 구성하고, 경비함정·파출소 및 항공대와 연계해 해상 단속을 강도 높게 펼칠 방침이라는 계획이다.

“99.9%는 첩보에 의존”
특별단속 기간엔 뭐가 다를까.
해경청 관계자 A 씨는 “어차피 99.9%는 첩보 수집으로 단속하게 되기에, 특별단속 기간엔 좀 더 많은 첩보를 수집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첩보 수집이란 현장을 뛰며 그동안 마약류 사범으로 구속했던 범죄자에게 재접근해 윗선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A 씨는 “단순 투약자의 경우 1년이면 출소하는데, 그동안 약을 끊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다시 판매책을 찾기 마련이다”라며, “이때 판매자가 공급을 거부한다거나 하면 보복심리로 판매자 정보를 우리에게 넘기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약류 범죄는 ‘점조직’으로 이뤄지기에, 첩보를 듣는다고 해도 해당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한 명의 판매책을 구속하면 또 그 위의 한 명의 판매책을 알아낼 가능성이 생기는 정도.

A 씨는 “사건에 따라 한두 명만 잡고 끝날 수도 있고, 대여섯 명을 잡는 때도 있는데 거의 운에 달렸다”라며, “공급자와 구매자가 서로의 정보를 모르는 상태로 마약 공급이 진행될 때는 첩보를 받아도 사람은 못 잡고 마약만 입수하는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첩보를 입수한 뒤에는 평균 다섯 명 정도가 한 팀을 이뤄 출동한다. 다만 특수한 경우에는 더 많은 인원이 출동하기도 한다고. 2021년 1월 부산 신항에 입항한 외국적 선박 내 코카인 35kg을 입수했을 때는 배가 크고, 범죄자가 무장했을 가능성이 있어 약 40명의 경찰이 출동했다.

현장에서 구속된 범죄자는 유치장에서 10일간 조사한 뒤 검찰청으로 송치한다. 이후 단순 투약자는 1년의 징역을 살고 대부분 출소한다.

마약 전담 인력 필요
마약 밀반입 사건은 점점 늘어나는데, 해상을 통해 마약 밀반입에 대응해야 하는 해양경찰의 마약 전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전국 해양경찰 중 마약 전담 인력은 20명에 불과하다. 출동할 때도 다른 청이나 인근 서에 인력을 요청하기도 하고, 형사계에 인력을 요청하기도 한다.

2012년 인천 해양경찰서 형사계 마약반장으로 근무했던 손상헌 보령해양경찰서 계장은 “밀반입하는 선박이 우리나라를 거쳐 다른 나라로 가는 경우도 꽤 많았는데,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으로 알려져 단속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을 역이용한 것”이라며 “구속 수감자에게 인천항으로 마약류가 들어온다는 진술을 받은 적도 있는데, 해경청 마약수사대 인력이 너무 적어서 진행하지 못한 일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A 씨 역시 “대부분 첩보로 진행되는 만큼 인력 부족은 첩보 입수 부족이라는 의미”라며, “특히 검찰과 달리 경찰에는 마약 전문인력을 따로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일을 맡게 된다는 것도 전문성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농해수위 국감에서도 이원택(더불어민주당, 김제부안) 의원은 “해경은 해상마약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타 국가와 해경 간의 공조체계 구축을 위한 국제마약수사과와 같은 전담조직을 신설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A 씨는 “관련 전문 조직이 갖춰지면 밀반입의 시도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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