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허브의 시작, 육해공 복합물류 구축 전략
글로벌 물류허브의 시작, 육해공 복합물류 구축 전략
  • 김율성 한국해양대학교 글로벌물류대학원장
  • 승인 2022.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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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성 한국해양대학교 글로벌물류대학원장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촉발된 산업혁명은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생산의 기계화와 표준화는 각종 산업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동시에 자국 내 수요를 초과한 잉여 생산물을 외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이동수단이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육·해·공을 넘나드는 국가 간 장거리 수송에 필요한 선박, 항공기, 기차를 지원하기 위해 각국은 항만, 공항, 철도 등의 대형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하였다. 

결과적으로 항만, 공항, 철도 등의 인프라는 생산과 소비 활동이 전 세계에 걸쳐 이루어지는 글로벌 경제 형성의 촉진제 역할을 하였으며, 글로벌 공급망 기반의 국제물류체계가 보편화되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거대해진 글로벌 사회·경제 규모와 복잡해진 글로벌 공급망 구조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각종 리스크로 인한 피해 규모를 증가시키고 있다. 

과거 발생한 사스(SARS), 메르스(MERS) 등의 전염병에 이어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COVID-19는 글로벌 팬데믹(pandemic)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 공장들의 가동과 사람, 화물의 이동을 전면적으로 중단시켰다. 

이렇듯 글로벌 리스크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발생주기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한편, COVID-19라는 거대한 리스크를 기점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구성하는 물류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복합물류 기반의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아마존은 항공기, 선박 등의 대형 수송수단과 드론, 로봇 등 첨단 수송수단에 투자하여 다양한 수송수단을 조합한 복합물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와 MSC, CMA-CGM 등 대형 글로벌 선사들은 복합물류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항공운송, 육상운송, 철도운송, 전자상거래 등 비해운 부분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PSA(Port of Singapore Authority), DPW(Dubai Port World) 등의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들 역시 항만 운영에만 집중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선사나 물류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등 서비스 범위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은 변화하는 시대상과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전략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으며, 신속성, 안정성, 다양성, 위기대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물류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물류의 세 축인 해상, 항공, 철도는 각 운송방식이 보유한 태생적 한계로 인해 기업들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 이에 두바이, 상하이, 로테르담, 싱가포르 등의 물류도시들은 운송방식 간의 유기적 결합을 통한 복합물류체계를 구축하여 기업들의 전략 변화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따라서 Sea & Air, Sea & Rail, Ferry & Truck 등 육해공 복합물류 서비스는 글로벌 물류허브로 나아가기 위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육해공 복합물류 구축을 위해서는 4가지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한 자국의 생산이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신규로 조성되는 항만이나 공항을 적극 활용하는 미래지향적 지혜가 필요하다. 즉, 항만이나 공항을 물류, 제조 기능을 포함한 융복합 Zone으로 재기능화해서 항만, 물류, 제조 간 연계성 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 

둘째, 최근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국가간 전자상거래, 언텍티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상운송이 가지는 리드타임(배송시간)의 한계와 항공운송이 가지는 물류비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상운송과 항공운송의 결합이 중요하다.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을 유치하거나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들을 창출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셋째, 신규로 조성되는 항만과 공항, 배후단지, 산업단지, 배후도심과의 병목 및 간섭을 없애기 위해 효율적인 교통체계 구축을 하드웨어적인 측면과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넷째, 항만이나 공항에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들이 진출을 하고자 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유치를 위한 혁신적인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과감한 지원제도 및 인센티브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물류란? 언제 어디든 어떻게든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에 물건을 배송해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만과 공항, 더 나아가 한반도철도, 아시안하이웨이 등을 통한 트라이포트 구축이 필요하다. 

세계 최초로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한 해상운송을 고안한 말콤 맥린(Malcom McLean)은 당시 완전히 분리된 영역으로 인식되었던 도로운송과 해상운송을 화물의 관점에서 통합하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운송 효율성을 극적으로 개선하였다.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대응 능력이 강조되는 시대에 항만, 공항, 철도의 발전계획이 서로 분리되어 수립되는 것은 물류적인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지닌다. 
우리나라도 과거 말콤 맥린이 화물을 중심으로 인식의 틀을 전환한 것과 같이 항만, 공항, 철도라는 별개의 영역을 트라이포트라는 큰 개념으로 통합하여 운영함으로써 기존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나아가 트라이포트의 가치가 전 세계 국가들과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춰질 때 우리나라는 비로소 글로벌 물류허브이자 물류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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