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대응, 안보실 방침 따라 진행"
감사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대응, 안보실 방침 따라 진행"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10.14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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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기관 20명에 대해 검찰 수사 요청, 엄중문책 계획
지난 6월 24일 정봉훈 청장은 해경 간부 9명과 함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일괄 사의를 표명했었다. 

[현대해양]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 수사요청을 받은 감사원은 14일 국방부와 해경 등이 이대준 씨의 '자진 월북' 결론과 맞지 않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분석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9월 22일 발생한 고 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월 16일 국방부와 해경 등이 기존 발표 내용을 번복하며 "월북을 인정할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여야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에 감사원은 국방부, 해경 등 9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7월 19일부터 10월 14일까지 특별조사국 인력 등 18명을 투입해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원은 14일 직무유기, 감사원법 위반 등의 혐의가 있는 안보실, 국방부 등 5개 기관의 총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으며,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 감사위원회의 의결 등을 거쳐 엄중문책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동 조치 없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9월 22일 16시 40분경 이대준 씨의 발견정황을 처음 보고받은 직후 합참 상황평가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국사대비태세 강화나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검토 등을 하지 않은 채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군에서 대응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19시 70분경 월북 의사 표명 첩보를 보고받은 후, 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다.

한편 통일부에서는 18시경 국정원으로부터 발견정황을 최초 전달받은 후 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22시경 국정원으로부터 추가 상황파악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은 후 상황을 종료했다. 

해경도 이날 18시경 안보실과 국정원으로부터 발견정황을 전달받았으나, 안보실로부터 "정보는 보안사항"이라고 듣고 더 이상 다른 정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구조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대준 씨는 21시 40분경 피살된 후 소각됐다. 

관련 사실 은폐
감사원은 이들 기관이 관련 사실을 은폐한 정황도 확인했다. 

9월 23일 01시 안보실 관계장관회의에서는 회의참석기관에 '보안 유지' 지침을 하달했으며, 같은 날 대통령에세 보고할 '국가안보일일상황보고서'에 이대준 씨의 피살,소각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 

해경은 같은 날 2시 30분경 안보실로부터 피살 정보를 전달받았으나 "보안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수색구조를 종료하면 사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수색구조 상태를 유지했다. 

국방부 등은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후 장관 지시에 따라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 
이어 13시 30분경 기자단에 배포한 문자메시지와 16시 35분경 대북전통문에도 이대준 씨를 실종상태인 것처럼 기재했다. 

9월 24일 14시경 통일부는 장관 주재 간부회의에서 '통일부가 이대준 씨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을 언제라고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그리고 실제 전달받은 9월 22일 18시가 아닌, 9월 23일 01시로 하기로 했으며, 이 시점에 맞춰 언론 대응자료를 작성했다. 

'월북' 결정 내린 안보실
9월 21일 15시 25분경 국방부는 합참으로부터 이대준 씨의 월북가능성이 낮다고 보고받았다.

9월 22일 19시 40분경 국방부장관에게 이대준 씨의 월북 의사 표명 첩보가 최초 보고됐고, 피살 이후의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내용이 공유됐다. 

23일 8시 30분경 안보실은 대통령에게 이대준 씨의 피살소각 사실 등을 대면보고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방위에서 "대통령께서 정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북측에도 확인을 하도록 하라. 국민들께 사실 그대로 알려야 한다고 지시하셨다"고 발언했다. 

안보실은 월북 의사 표명 첩보 입수 후 국방부(합참)로부터 "이대준이 자진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는 초도판단을 보고받고는 이대준 씨가 타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 조끼를 착용했고,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을 벗어놓고 실종됐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다음날인 9월 24일 관계장관회의에서 자진 월북 내용을 기초로 종합분석 결과를 작성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 

안보실은 월북 여부에 대한 해경 수사가 진행중인데도 국방부에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근거를 들어 지시하라고 했으며, 국방부는 24일 11시 국회에서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언했다. 

9월 25일 14시경 북측 대남통지문이 접수되고, 19시경 개최된 NSC 상임위에서 국방부는 안보실로부터 월북의사 유무 등 대남통지문과 국방부 발표간의 차이점을 분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때에도 자진 월북이라는 결론에 맞추기 위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포함했으며, 이대준 씨의 구명 조끼에 한자가 쓰여있었고 그것이 해경의 구명조끼가 아님에도 남한 구명조끼로 단정지어 분석하는 등 여전히 월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분석을 마쳤다. 

안보실은 관계기관에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라고 방침을 내렸다. 

해경, 실험 분석결과 왜곡 
해경은 9월 23일 이대준 씨의 자진 월북 정황을 언론에 알리라는 안보실의 대응지침이 전달되자, 다음날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상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29일 수사팀 발표자가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으나 해경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2차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10월 22일 3차 발표에서는 "(이대준 씨가)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이대준씨의 구명조끼에 한자가 적힌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구명조끼(B형)의 착용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했다.

해경은 국립해양조사원 등 4개 분석기관의 표류예측 분석 등을 활용해 2차 발표문을 작성했으나, 이 자료에서 이대준 씨가 북측 해역으로 자연표류했을 가능성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으며, 그 외 실험을 실시하는 과정에서도 분석 결과가 월북 주장에 맞지 않는 경우 제외하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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