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62. 임인년 가을, 유부도 탐조 여행
청봉의 새이야기 62. 임인년 가을, 유부도 탐조 여행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2.10.20 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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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홀리기, 왕눈물떼새, 조개
새홀리기, 왕눈물떼새, 조개

꼬까도요의 비상/꼬까도요

임인년 24절기 중 열다섯째인 백로(白露)를 지난 어느 날, 아침 일찍 금강하구에 위치한 유부도로 향했다. 안개 자욱한 서해대교, 비 내리는 당진 갯벌,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는 만경평야를 지나서 서산 금강하구둑에 도착하였다. 이번 탐조는 금강하구에 위치한 작은 섬, 유부도에서 도요·물떼새 탐조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금강은 전북 장수군 신무산(神舞山, 897m)에서 발원하여 굽이굽이 백제의 고도를 지나 강경에 이르러서는 충청도와 전라도의 도계를 이루며 서해로 향한다. 강의 길이는 401km로 한반도의 남쪽 지역에서는 한강, 낙동강 다음으로 3번째로 큰 강이다. 상류에는 대청댐(1980년), 용담댐(2001년)이 건설되었고 하구에는 1,841m의 금강하구둑(1983년 12월~1990년 11월)이 강물과 바닷물을 가로막아 하구 갯벌은 기수(汽水) 생태계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고, 금강하구를 찾아오던 도요·물떼새가 서식지를 잃었고, 가까이에 위치한 작은 섬, 유부도를 대체 기착지로 봄과 가을마다 찾아온다.

유부도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에 위치한 대합, 꼬막, 죽합 등의 조개를 채취하는 노인들만 남은 오래된 새들의 섬이다.

오후에 유부도로 이동해 만조 물때를 기다렸다. 만조에 가까워질수록 새들이 줄어들었다. 태풍 ‘힌남노’가 지나갔고 ‘난마돌’이 가까워지니 도요·물떼새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는지 겨우 수백 마리의 도요·물떼새만이 모래갯벌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좀도요, 민물도요, 마도요, 세발도요, 왕눈물떼새, 꼬까도요, 넓적부리도요, 청다리도요 들이 작은 무리의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수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의 군무를 상상하며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우리가 실망감에 젖어있을 때, 갑자기 새홀리기(매의 일종) 한마리가 쏜살같이 내려와 작은 도요새 한 마리를 낚아채 솟구쳤다.

 

조개, 왕눈물떼새, 매

묘한 일이다! 대합조개가 도요의 발가락을 물었고, 새홀리기는 조개가 발가락을 문 도요새를 낚아채었으니, 새홀리기 입장에선 꿩 먹고 알 먹고, 일타 두피의 횡재다. 이 소란으로 도요·물떼새들의 숫자는 더욱 줄어들었다. 해마다 줄어드는 철새들의 개체 수는 인간들의 이기적인 환경·생태관리로 야기된 야생의 서식지 훼손, 파괴 및 기후변화로 야생의 생태환경이 악화된 결과로 여겨졌다. 유부도에 도요·물떼새들의 개체수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 500개체만 남았다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국제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넓적부리도요(Spoon-billed Sandpiper)’를 세 마리나 관찰했다.

대원 중 한 명이 해변 갓길에서 머나먼 하늘길을 날아 유부도에 도착했으나 탈진해 숨을 헐떡이는 왕눈물떼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근무했던 한 대원이 왕눈물떼새에 설탕물을 먹이는 등 응급조치를 했다. 생기를 회복한 새는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다양한 야생의 생물들이 인간들의 편의와 안락을 위한 대규모 건설로 그들의 파손되고 훼손된 서식지에서 생존의 끈을 끈질기게 버티는 처절한 모습을 목격했다. 

탈진한 왕눈물떼새
탈진한 왕눈물떼새

 

새홀리기, 왕눈물떼새, 조개,
꼬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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