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는 어쨌든 이용될 것이다
북극항로는 어쨌든 이용될 것이다
  • 김기태 영산대 해운항공드론물류학과 교수
  • 승인 2022.10.1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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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영산대 해운항공드론물류학과 교수

[현대해양] 북극해의 얼음은 매년 조금씩 더 많이 녹고 있는 추세다. 얼음이라는 장애물이 없어진 바다에서 인류는 새로운 항로를 마음대로 이용하고 항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다양한 액체화물이 북극항로를 통해 운송되었다. 대다수가 우리나라의 수출입 화물이었다. 이쯤 북극항로를 통해 화물을 운송하는 낙관적인 전망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다뤄지곤 했다. 그런데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북극항로를 통한 화물운송이 급락하였다. 이후 우리선사의 북극항로 항해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북유럽과 중국 선사의 북극항로 항해는 올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점진적으로 증가하였다.

러시아는 북극에 매장된 탄화수소자원을 아시아와 유럽시장으로 수송하기 위해 북극항로(북동항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극해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두꺼운 철판이 갖춰진 그리고 외부 갑판의 결빙을 막아주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선박이 필요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북극항로는 조선업과 연관됐다. 2017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러시아 Yamal LNG플랜트에서 생산된 LNG는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된 15척의 쇄빙 LNG운반선에서 실려 북극항로를 유럽과 동아시아 방면으로 운송되고 있다. 중국 COSCO는 2013년 유럽 수출화물을 싣고 북극항로를 항해, 2021년까지 북극항로 항차를 증가시켰다. COSCO의 다목적선 대부분이 북극항로 운항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정기 운송을 필요로 하는 컨테이너 운송은 북극항로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2018년 중국에서 건조된 Venta Maersk호가 우리나라와 블라디보스톡에서 컨테이너를 선적하고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항해했으나, 신조 선박의 이동 과정에 컨테이너를 선적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올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북극항로 상황을 변화시켰다. 2022년 현재 외국 선사 선박의 북동항로 항해 사례가 전무하며, 러시아가 북극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원과 인프라 개발에서 서구의 자본과 기술이 모두 철수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하던 쇄빙 LNG운반선의 계약도 취소됐다. 예년에 북극에서 이루어지던 해운과 개발 활동이 대폭 축소돼 러시아 자본과 기술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은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요인과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북극 기후변화는 더 빠르게 진행된다. 현재 1년중 4개월만 안전한 항해가 보장되지만 그 기간은 확대될 것이며 먼 미래에는 북극점의 얼음이 녹을 수도 있다. 그땐 북극의 공해를 항해할 수도 있다. 문제는 본격적인 상업 운항 개시의 시점이다.

러시아는 지금 그 시점을 당기려 노력하고 있다. 일부 도전적인 선사는 북극항로를 기회로 보고 있으며, 대부분의 선사는 북극항로 활용이 이루어질 때 다른 선사와 같이 진출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선사는 북극항로 진출에 매우 신중하며 후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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