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61. 경주 옥산서원의 호반새를 찾아
청봉의 새이야기 61. 경주 옥산서원의 호반새를 찾아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2.09.16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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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물고 있는 호반새
먹이를 물고 있는 호반새

[현대해양]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대서 날, 새벽 2시 길동 생태공원 앞에서 두 분의 탐조 대원들과 만나 경주, 옥산서원(玉山書院)으로 달렸다. 아름드리 고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푸른 계곡 속에 있는 옥산서원의 오래된 느티나무에는 한 쌍의 호반새가 둥지를 짓고, 알을 낳고 품어서 정성껏 새끼를 키운다. 대서 즈음 이소(새끼 새들이 성장해 둥지를 떠남)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호반새가 이소하기 전의 육추(새끼 새를 키우는 어미 새들의 행동)와 생태를 관찰하기 위한 길이었다.

옥산서원은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년~1553년)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1574년(선조 6년)에 창건되었다. 경주시 안강읍에 있는 옥산서원 무변루는 201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무변루에서는 주변의 맑은 계곡과 울창한 숲들이 만든 조화로운 자연경관을 그대로 조망할 수 있다. 무변루는 1572년 창건 이래로 지역 유생들의 교육 기관, 유교 문화창달과 경상도 동부지역에서 사대부들의 공론을 주도한 곳이었다.

우리가 출발할 즘에는 부슬비가 내렸지만, 안개가 자욱한 영천을 지나 옥산서원에 다다랐을 땐 아침 해가 밝았다. 벌써 호반새를 촬영하려는 사진사들이 대포같이 큰 카메라 렌즈를 고목 주변에 설치하고 있다.

필자는 오래전에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열대우림 속에 서식하는 호반새를 관찰한 적이 있지만, 유구한 우리역사 이야기가 깃든 경주, 푸른 숲, 맑은 물이 흐르는 옥산서원 계곡에서 주황색 호반새를 만나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호반새(학명:Halcyon coromanda, 영명:Ruddy Kingfisher)는 몸 전체가 진한 주황색으로 숲속에서 특출한 깃털 색으로 몸을 장식했다. 붉은색의 부리는 크고 굵어서 강성한 폭군의 모습을 하였다. 멧비둘기보다 약간 작게 보이는 몸길이는 약 27cm 정도다.

호반새의 주 서식지는 필리핀 서부, 말레이반도, 수마트라, 자바 등의 열대우림이며 이들 지역에서는 텃새이다. 인도 북동부, 네팔, 방글라데쉬, 중국 북동부, 대만, 일본, 한국 등의 지역에서는 여름 철새로 번식한다. 우리나라에는 드물게 찾아오는 여름 철새로 5월 초순부터 9월 하순까지 관찰된다. 산간 계곡, 호수 주변의 울창한 숲속에서 생활한다. 곤충, 물고기, 가재, 개구리, 뱀 등을 먹이로 하며, 살아 있는 큰 물고기, 개구리, 뱀 등은 바위나 나뭇가지에 쳐서 기절시키고 머리부터 먹는다. 둥지는 산간 계곡 주변 무성한 숲속의 오래된 큰 나무에 생긴 구멍 또는 까막딱따구리의 옛 둥지를 적절히 수리하여 마련한다. 번식기에 수컷은 숲속에서 경쾌한 목소리(홀로로~~~~, 홀로로~~~~)로 크고 길게 노래한다.

6월 중순부터 4~5개의 알을 낳고 포란 기간은 20일 정도다. 약 한 달 기간의 육추기간이 끝나면 이소하여 어미 새들로부터 독립한다. 호반새 어미들은 새끼들의 먹이를 성장도에 따라 달리한다. 어린 새끼에게는 작은 곤충에서 큰 곤충으로, 작은 물고기에서 무당개구리 등 양서류 등으로 먹이의 크기를 키워나간다. 이소 날이 가까이 오면 어미 호반새들의 뱀을 물고 와서 새끼 새들에게 먹여 첫 비행을 위하여 영양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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