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섬을 무인도로 만드는 정부 부처
멀쩡한 섬을 무인도로 만드는 정부 부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2.09.0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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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 
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섬의 날 지정, 한국섬진흥원 설립 등 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간단체의 활약이 대단하다. 지난해 (사)섬연구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등의 시민단체는 주민을 내몰고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에 열을 올려려는 거제시 지심도를 지키고 근대유산을 보존하는 활약을 벌였다.

시민의 승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모 정부 부처가 주민이 사는 섬을 무인도로 만든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 부처가 사람이 살고 있는 섬, 즉 유인도를 무인도로 만들어버린 섬이 있다. 바로 전남 완도군 금일읍 부도라는 섬이다. 완도군 부도는 학교도 있었고 지금도 한 가정(부부)이 거주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 이전에도 사람이 늘 살고 있었다고 한다. 즉 무인도였던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 부처와 지자체의 실수로 이 유인도가 무인도로 전락했다는 것. 게다가 하나인 유인도를 두 개의 무인도로 분리시켜 버리기까지 하는 황당한 사태가 있었다. 그 사이 부도란 이름도 지워버렸다. 현지 주민인 부부가 처음 들어갈 때 주소는 완도군 금일읍 부도로 주민등록이 되었는데 지금은 섭도길 25번지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다. 여기는 완도군 금일읍 사동리다. 섬 관리는 두 개의 정부 부처가 무인도와 유인도를 나눠서 하게 된다. 무인도는 ‘무인도서의보전및관리에관한법률’에 따르고, 유인도는 ‘섬개발촉진법’ 따라 모 부처가 관리하고 있다. 유·무인도를 구분할 때 두 정부 부처가 협의를 거치는데 부도의 경우 무인도를 관리하는 정부 부처와 해당 지자체의 실수로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도는 종달서도와 민등서도 두개의 섬으로 나눠져 있다. 부도는 원래 하나의 섬인데 물에 잠길 때만 두 개의 섬처럼 보인다. 주민인 부부는 종달서도에서 세입자로 살아왔다. 그런데 집주인이 입도해 살겠다고 해서 집을 비워주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부부는 자신들이 매입한 민등서도에 집을 지으려 하다 난관에 봉착했다고. 같은 섬인데도 개발가능지구로 분류된 종달서도는 건축행위가 가능한 반면, 민등서도로 분류된 이들 부부의 땅은 이용가능지구로 분류되어 있어서 건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3년간 부도에 살면서 부부는 부도 해역에서 전복, 다시마, 미역 등의 수산물을 양식하며 생활해왔다. 그래서 부도에 계속 남고 싶어 한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부도의 부부가 사단법인 섬연구소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섬연구소에서는 유인도를 관리하는 정부 부처와 의논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하고 부도를 다시 유인도로 되돌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다행히 만간단체와 유인도 관리 부처의 노력으로 부부의 땅도 지난 7월 개발 가능지구로 변경됐다.

이제 부부도 부도에 집을 짓고 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유인도를 관리하는 정부 부처는 잃어버렸던 부도의 섬 이름도 되찾아 주고 유인도로 다시 편입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터무니없는 실수를 자초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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