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지도선 5척 건조 둘러싼 조선소 간 소송전
어업지도선 5척 건조 둘러싼 조선소 간 소송전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9.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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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절차중지 가처분’ 소송, 국내 최고 로펌 가세

[현대해양] 국내 대형 로펌들이 조선소 입찰을 둘러싼 소송전에 나서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해 중순 해양수산부에서 조달청을 통해 입찰 공고를 냈던 5척의 어업지도선 건조에 대한 낙찰건을 둘러싸고 조선소 간 대형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

지난해 10월 12일 C조선소가 해수부와 A, B조선소를 상대로 낸 ‘입찰절차중지 가처분 소송’ 1심은 지난 4월 4일 기각됐으나, C조선소의 불복 상소가 이어져 이달 항소심을 남겨두고 있다.

어업지도선 건조 둘러싼 소송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7월경 서해어업관리단 3척, 동해어업관리단 2척의 어업지도선의 제조 입찰 공고를 냈다. 이번 공고는 ‘협상에 의한 계약’ 건으로 입찰에 참여한 조선소들은 평가위원들의 정성평가를 통해 순위가 결정됐다.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평가위원의 과반수는 외부 위원으로 구성, 관련 경력을 지녀야 한다는 등의 규정에 따라 모집했다”며 “위원 구성은 개인 정보이기도 하고 소송 중이기도 하므로 밝힐 순 없다”고 전했다. 그는 “평가 기준은 행정규칙 ‘조달청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평가 세부기준’을 따른다”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를 통해 서해어업관리단은 1위를 A조선소, 2위를 B조선소로, 동해어업관리단에서는 1위를 B조선소, 2위를 A조선소로 결정했다. 이에 A조선소는 서해어업관리단의 어업지도선 3척을, B조선소는 동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2척의 제조 낙찰을 받았다. 그리고 양쪽 모두에서 3위를 한 것이 바로 C조선소였다.

그러나 C조선소는 이번 평가를 납득할 수 없다며 지난해 10월 12일 해수부를 비롯 A, B조선소를 상대로 ‘입찰절차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A, B조선소에 직접생산능력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참고로 입찰 당시 두 조선소 모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급한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갖추고 있었다. 조달계약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는 유효한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보유하고 있어야 입찰 참가가 가능한 것. 지난 4월 열린 1심에서는 소송이 기각됐으나 C조선소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패소하면 파산”

1심에서 패한 C조선소는 변호단을 국내 최고의 로펌으로 변경, 발빠르게 B조선소의 증명서 취소를 신청했다. 이는 이번 입찰 건이 아닌 이전의 입찰건에서 B조선소가 직계가족이 운영하는 D조선소를 제3공장으로 서류에 기재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B조선소는 취소 처분에 대한 효력 정지 신청을 진행, 현재 B조선소의 직접생산확인증명원은 법적으로 유효한 상태다.

조선업 전문가 ㄱ 씨는 “C조선소는 B조선소가 대형 선박을 다룰 크레인도 없다며, 두 조선소 모두 직접생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C사가 낙찰되기 위해 수십억 원을 들여 준비했는데 3위로 떨어졌기에 두 업체를 밀어낼 작정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업체의 입찰이 모두 취소돼야 3위인 C조선소에게 기회가 온다는 것.

관계자 ㄴ 씨는 “C조선소가 굉장히 공격적으로 소송에 임하고 있는데, 우선 서해어업관리단과 담당자들을 사기 방조, 직권 남용,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항소심은 이달 초 진행 예정이며, 빠르면 이달 중 최종 판결이 날 수도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명확한 기준 세워야

어느 쪽이 승·패소를 할지에도 이목이 모이고 있지만, 소송전이 끝난 후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관련자들의 우려다.

전문가들은 “낙찰된 두 조선소의 공정률이 이미 약 30% 정도이며, 지금까지 사용한 금액도 각 200억 원 정도라는 것이 곤란한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해수부가 패소하는 경우 A, B조선소는 이미 사용한 200억 원에 계약 보증금 10%(약 67억 원씩)를 반환해야 한다는 것.

ㄴ 씨는 “해수부가 패소하는 경우 낙찰된 두 업체의 허위서류 제출이나 직접생산불가판정이 그 이유가 될 것이므로 두 조선소와 해수부의 계약은 자동으로 해지되며, 이미 사용하고 있는 건조 비용 역시 부당이익이 되기 때문이다”라며 “그 정도의 비용을 물어내는 경우 중소조선소인 두 업체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한 지금까지 몇 달간의 공정을 무(無)로 돌리고 다시 업체를 선정하면 선박 건조 일정이 미뤄지리라는 것 역시 문제점이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비슷한 소송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해어업단 관계자는 “내가 알기로 조선 분야에서 이런 소송은 처음”이라며 “이번 선례가 남으면 앞으로 비슷한 소송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의 ‘조달청 제조물품 직접생산확인 기준’이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

ㄱ 씨는 “애초에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시행하는 입찰 제도이며, 중소조선소에서 모든 공정을 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도 알고 있지 않나”라며 “지금까지는 관례상 넘어가던 부분인데, 직접생산이라는 것에 명확한 기준이 있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소송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소송이 반복되고 피해를 보는 중소조선소가 생기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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