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안전 관련 법률 ‘충돌’ 모순
해양안전 관련 법률 ‘충돌’ 모순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2.09.1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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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법, 수상레저법, 낚시법 안전조항 달라

[현대해양] 해양안전을 규정하고 있는 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소관 법률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어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낚시 어선 승선원과 수상레저 활동자는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화돼 있는 반면 어선에서는 구명조끼 등 안정장비를 비치만 하면 된다. 어선에서는 어선안전조업법에 따라 기상특보가 발효된 경우에만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화 돼 있다.

또 구명조끼의 한계를 극복한 팽창식 구명조끼, 어선용 구명의 등 안전장비가 민간에서 개발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수상레저안전법에 따르면 수상레저활동을 위한 장비로 구명조끼 이외의 안전장비는 착용할 수 없다. 즉 어선에서는 구명의(구명슈트) 착용이 가능한 반면에 수상레저활동에서는 이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구명조끼는 해상 사고의 위험을 크게 줄여줄 수는 있지만 조난자 체온 저하, 밀폐된 공간에서의 탈출 어려움 등에 처할 수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박창호 세한대 항공해양물류학과 교수(전 수상레저안전협회장)는 “사고시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저체온증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발생한 인천 낚싯배 전복 사고에서 탑승자 22명 중 절반이 넘는 15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들의 사인(死因)은 ‘저체온증’에 의한 의식불명이었다.

또한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승객 대부분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 오히려 탈출에 어려움이 있었다. 구명조끼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탈출을 오히려 방해해 위험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 반면 구명의는 부력이 전신에 분산돼 잠영(潛泳)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구명조끼의 불편함과 한계를 극복한 구명의 등 다양한 안전 장구가 등장하고 있으나 관련 기관의 대응은 매우 수동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20년에 낚시 관리 및 육성법(낚시법)을 개정해 낚시어선에서도 구명조끼뿐만 아니라 저체온증을 예방할 수 있는 구명의를 착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민원이 ‘규제개혁신문고’ 제도를 통해 제기됐다.

이 때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구명조끼는 낚시어선 안전사고 발생 시 생명과 직결된 장비로 구명조끼 기준 완화 시 낚시어선업자 및 낚시 승객의 편의성을 도모하는 측면이 있으나, 안전관리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공식 답변했다.

또 해수부 관계자는 현대해양 취재과정에서 “어선의 경우 선원의 작업 편의를 고려했고, 낚시어선의 경우 일반 국민이기 때문에 안전규정이 더 엄격하게 적용된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결국 규제 완화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명조끼만 안전하다?

그리고 지난 6월에도 비슷한 취지의 글이 규제개혁신문고에 올라왔다. 내용은 부력과 체온 유지가 가능한 구명의 등 안전장구가 출시되고 있지만 법 제도가 따라주지 않아 법 제도 정비를 건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낚시어선에서 허용되는 구명조끼는 2015년 돌고래호 사고 이후, 승객의 안전 확보를 위해 도입된 규제로 법률 개정 취지와 국민 안전성 확보 등을 위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또 해수부 담당자는 “어선용 구명의는 구명조끼에 비해 성능시험 기준이 단순하고 배면복원시험이 면제되는 등 안전성 등이 완화된 반면, 낚시어선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선박인 만큼 안전성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즉 낚시어선에서 구명의는 어선과 달리 안전장구로 착용할 수 없고 구명조끼만 안전장구로 허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수부 담당자 답변과 달리 실제로는 해수부 장관 고시를 근거로 어선용 구명의에 대한 배면복원력 시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낚시어선 또한 이처럼 고시를 제정해 배면복원력 시험을 하거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 민원인 등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해수부는 행정 편의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구명의(구명슈트)를 입은 해양경찰. 해양레저인들은 구명조끼보다 구명슈트가 해상 활동에 편하고 안잔하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해양레저객들은 “지금은 삭제됐지만 2020년 11월 수상레저안전법 시행규칙 개정 전까지는 구명 슈트 등이 안전장구로 허용됐었다”며, “해양경찰도 구조업무 및 해상활동 때 구명슈트를 착용한다. 이는 구명조끼보다 구명슈트가 해상 활동에 더 편하고 안전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장에서 이런 모순과 혼선이 일어나는 이유는 어선안전조업법, 수상레저안전법, 낚시 관리 및 육성법 등 해양안전 내용을 담고 있는 법률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같은 어선인데 여기서는 되고 저기서는 안 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모순이다. 구명의 조항을 모든 관련법에서 같게 만들어야(개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해양안전 전문가인 박창호 교수는 “외국의 경우 부력만 보증되면 유사 구명조끼로 인정한다”며 “중요한 건 부력이다. 부력이 확보되면 디자인은 중요한 게 아니다. 형태를 규정한다는 것은 해양레저 활성화 저해요소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부력만 확보되면 나머지는 패션인데 패션까지 규제한다는 건 개정돼야 한다.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데 담당 기관의 경직된 사고로 개정이 안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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