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유입으로 인한 연안 생태계 영향
녹조 유입으로 인한 연안 생태계 영향
  • 홍성진 충남대 해양환경과학과 교수
  • 승인 2022.09.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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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진 충남대 해양환경과학과 교수
홍성진 충남대 해양환경과학과 교수

[현대해양] 최근 여름철 전 세계적으로 담수 남세균(cyanobacteria)의 대량증식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현상을 흔히 녹조라 부른다. 기후변화에 의해 호수의 온도가 상승하여 녹조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댐이나 보의 건설로 인해 강물의 유속이 느려지는 것 또한 남세균의 번식을 촉진시킨다. 일반적으로 남세균의 대량증식은 26°C 이상의 수온 조건에서 성층화가 이루어져서 혼합이 활발하지 않으며, 질소, 인의 영양염이 풍부하고 유속이 느려 정체된 호소(湖沼)에서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4대강 사업의 보 건설 완공 이후 물의 체류시간이 증가하면서 녹조현상이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올해 역시 장마 전까지 폭염과 함께 대규모의 녹조가 발생하였으며, 낙동강과 금강 수계에서 특히 심각하게 나타났다.

매년 5월부터 녹조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6~8월 심각하게 발생하며, 9월 이후 기온이 하강하면서 소멸되는 특성을 보인다. 7월 장마 기간에 녹조는 일시적으로 소멸되며, 이후 폭염과 함께 다시 나타난다. 장마 기간에는 많은 양의 담수가 하굿둑을 통해 바다로 방류되고, 이때 녹조는 연안 생태계로 대량 유입된다.

 

녹조가 바다로 유입되면?

녹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남세균은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이며, 이들은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s, MCs)이라는 독소를 만들어 낸다. 미국 환경청(US EPA)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MCs는 간독성 및 신경독성을 일으키고, 잘 알려져 있는 독성물질인 폴리염화바이페닐(PCBs), 메틸수은,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 청산가리보다 수 배~수천 배 강한 독성을 보인다고 한다. MCs는 수층에서 남세균 세포 내에 포함된 형태(입자상, >0.45μm)로 주로 존재한다(전체 중 약 80% 이상).

하구로 녹조가 방류되면, 남세균은 표층의 저염분 층을 따라 멀리까지 입자상의 형태로 부유하며 이동할 수 있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담수종이라 염분이 있는 물에서는 살 수가 없지만 약 17‰ 정도까지는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보다 높은 염분에서는 삼투압으로 인해 세포가 사멸하며, 동시에 세포 내에 포함된 독소를 해수 중으로 방출한다. MCs은 환경 내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하구 및 연안 생태계에서의 위해성이 우려된다.

금강 하구 갯벌에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본인 연구팀과 한양대 신경훈 교수 연구팀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과제인 ‘연안 생태계 내 자연적 및 인위적 유해물질의 다매체 분포, 생물축적 및 먹이망 전이 연구(2016~2021)’에 따르면 금강하구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은 여름철 하구둑으로부터 유입된 MCs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7~8월 총 4.4톤, 2018년 5~10월 총 2.2톤의 MCs가 금강하구로 유입된 것으로 계산되었다. MCs는 금강하구 갯벌에 서식하는 갯지렁이, 게, 동죽, 및 피뿔고둥에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죽의 경우 대표적인 유용 수산물 중 하나로, 여름철 사람이 MCs로 오염된 동죽을 섭식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갯벌 생물의 경우 상위 영양단계의 해양생물 및 바닷새의 주요 먹이로 연안 생태계 전반에 걸친 위해성이 우려된다.

낙동강 하구의 경우 다대포해수욕장이 인접해 있다. 녹조로 오염된 물에서 해수욕을 할 경우 심각한 인체위해성이 우려된다. MCs의 안전 기준은 현재 WHO의 먹는 물 기준인 1.0μg/L가 유일하다. 국내의 수산물 안전기준이나 해수욕장 수질기준, 그리고 해양환경기준에 아직 MCs 항목은 없다.

금강하구둑(오른쪽)에 생긴 남세균 녹조. 사진=김종술
금강하구둑(오른쪽)에 생긴 남세균 녹조. 사진=김종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다양한 정부 부처에서 남세균의 대량 발생과 MCs 관련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의 경우 MCs를 수질 감시 항목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강 및 호소에서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수돗물에서 MCs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MCs는 정수처리 과정에서 제거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MCs로 오염된 물로 재배한 농작물(쌀, 당근, 상추, 무, 배추 등)에서 MCs가 검출되었다는 분석결과가 발표되고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품에 대한 표준분석법 제정 및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해양수산부의 경우 매년 여름철 하구둑을 통해 많은 양의 MCs가 바다로 유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시급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는 연구 주제로는 △해양환경 내로 유입되는 MCs의 정확한 양 산정, △해양으로 유입된 MCs의 거동 파악, △MCs의 생태계 위해성 평가, △MCs의 해양생물 축적 특성 규명, △MCs 해양생태계 및 사람의 건강보호 기준 마련 등이 있겠다.

해양의 입장에서 담수로부터 유입되는 MCs의 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MCs가 대량 유입되었을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인간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유용 수산물의 채취 금지나(현재 패류독소 채취 금지와 유사) 및 해수욕장의 이용 제한(해수욕장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의 조치는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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