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선박펀드 재도약 가능한가?
민간 선박펀드 재도약 가능한가?
  • 조규열 세계로선박금융㈜ 대표
  • 승인 2022.09.1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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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열 세계로선박금융㈜ 대표
조규열 세계로선박금융㈜ 대표

[현대해양]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에 대한 부채비율 200% 규제로 국내 선사들은 약 125척의 선박을 매각하여야 했다. 또한 국가신인도 하락과 금융여건 악화 등으로 선사들이 선박금융을 조달할 수 없게 되어 신규 선박투자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에 정부(해수부)에서는 독일 KG펀드와 노르웨이 KS펀드의 사례를 참조하여 선가의 약 20~30%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내 주식시장을 통하여 조달할 수 있도록 2002년에 선박투자회사법(이하「선투법」이라 함)을 제정하였다. 선투법에 따른 선박펀드 조성 절차를 보면, 우선 선박투자회사가 선가의 약 20~30%를 주식시장을 통하여 자본금 형태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여 선박을 발주한다. 선박투자회사는 이 선박을 선사에 대여한 후 대선료 수입에서 차입금에 대한 원리금을 상환하고 남은 금액을 투자자에게 배당하게 된다. 선투법 최초 제정 시기에는 민간 개인투자자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액면가액 3억원 이하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 3억원 초과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15.4%의 분리과세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2004년부터 선박투자회사 제도를 활용한 민간 선박펀드 조성이 활발하였다. 2015년에는 선투법에 의한 민간 선박펀드 조성금액이 약 9,400억원(11개 펀드, 15척)에 이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배당소득세 과세특례가 일몰 폐지된 이후 선투법에 의한 민간 선박펀드 조성이 사실상 어렵게 되었고 현재는 해양진흥공사와 자산관리공사의 S&LB 방식의 정책 선박펀드 만이 조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작년 7월 국내 4개 민간 선박운용회사의 하나인 세계로선박금융(주)의 CEO로 부임한 이후 민간 선박펀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계속 고민해 왔다. 이후 금년 7월 초 국내 4개 민간 선박운용사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여 선박펀드 활성화를 위한 선투법 개정 공동작업을 추진하기로 4개 사장단간 합의하였고 지난 8월 초에 세제혜택 복원 등을 포함한「선투법 개정을 위한 공동 제언서」초안을 마련하여 현재 유관 기관들과 협의 중이다. 금번에 검토하고 있는 선투법의 주요 보완 필요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선투법의 내용을 자통법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선투법에 의한 선박투자회사(SIC)가 선박금융 거래의 vehicle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선박투자회사의 설립, 운영, 관리 등의 절차를 자통법에 의한 집합투자기구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개선하는 것이다. 자통법은 적용대상이 광범위하고 모호하여 해운업 특성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선박투자의 방법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선투법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다. 따라서, 현행 선투법의 적용대상을 선박에서 컨테이너박스, 터미널, 물류단지 등 해양자산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아울러 선박운용사는 해운전담 자산운용사 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실상「선박」만을 취급해야 하는바, 향후에는 선박 외의 여타 자산에 대한 자문업무도 취급할 수 있도록 업무 취급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선박운용사는 해운 및 금융산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선박운용사는 선박금융 거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EOD 등 이슈 발생 시 사후관리 면에서 자산운용사와 비교해서 선사에 대한 로얄티와 해결능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선박운용사의 인적 역량에 더하여 선박투자회사의 제도적 경쟁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에 선박투자회사의 운영과 관련한 법인이사 제도와 연기주주총회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는 등 전문투자자선박투자회사 제도의 경쟁력을 더욱 개선하고자 한다.

셋째, 금융위원회는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유동화증권(Digital Asset Backed Securities : DABS)을 증권형 토큰으로 간주하고 있고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여 카사코리아, 루센트블록 등이 정부의 승인을 받아 현재 DABS를 거래 중이다. 이에 해양대학교, 부산시, KMI, 해진공 등을 중심으로 선박자산도 부동산과 같이 SABS(Ship Asset Backed Securities)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국내 선박 STO 제도에 선박투자회사법이 적용된다면 다양한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접근성이 양호한 선박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 다만, 선박투자회사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선박투자회사가 다양한 유가증권(주식, 채권, 수익증권, 유동화증권 등)을 발행할 수 있어야 하고 선박투자회사의 유가증권 투자 허용 외에 선박운용사의 겸업 금지 조항도 수정되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는 점이 현실적인 제약이다. 따라서, 최근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는 선박 STO (Security Token Offering) 발행이 과거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박투자회사 제도의 공모 방식과 거의 동일한 점 등을 고려하여, 선박 STO 발행이 선투법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선투법 보완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넷째, 2016년 배당소득세 과세혜택이 일몰 폐지된 이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선박투자회사 공모 제도는 사실상 사문화되었다. 또한, 지난 두 차례에 걸친 외환 및 금융위기 이후 정책금융기관을 제외한 국내 금융기관은 우량 거래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선박금융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후순위 선박금융은 해진공의 신용보강 없이는 투자자 또는 대주단 모집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코로나 이후 무너진 물류 공급망 체계를 복원하고 국적선대 확충을 위해서는 선사들의 선박금융 재원을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후순위 선박금융의 원활한 조달을 위해서는 일반투자자들을 선박펀드에 다시 참여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일반투자자들의 선박투자에 따른 배당소득세는 과세혜택 복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금번 4개 선박운용사 공동으로 추진하는 선투법 개정 작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첫째, 현재 선박으로 국한된 선박운용사의 업무 범위가 해양자산으로 확대되어 선박운용사가 해양운용사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되며, 이에 따른 선진화된 선박금융 서비스를 선사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둘째로는 전문투자자선박투자회사 제도의 개선을 통해 선박금융시장에서 선투법과 자통법의 공정한 경쟁을 유인하고 민간투자 유치를 확대함으로써 정책금융 의존도를 축소하고 선사의 선박펀드 선택권을 확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는 공모 선박펀드 활성화를 통해 물류 공급망 위기 해소와 국적선 확충에 기여함으로써 정부(해수부)의 주요 정책과제를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과거 2000년대 중반 이후 잠시 활기를 띠었던 민간 선박펀드가 다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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