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9] 헌법상 비례의 원칙이란?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9] 헌법상 비례의 원칙이란?
  •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2.08.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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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치 제외 헌법소원 사건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여행의 시작>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되는 법률이 있다면 기본권이 그 성격에 따라 어떤 정도로 보호받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직업의 자유라는 기본권도 세부적으로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로 구별되는데,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직업을 선택할 수는 있되 일정한 내용을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더 큰 제한이므로 전자가 더 강한 보호를 받게 됩니다.

그 다음에는 법률이 헌법상 비례원칙(또는 과잉금지원칙), 즉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4가지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살펴봅니다. 법률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면 어떤 목적으로 제한하는 것인지 그 목적이 정당한지를 살펴보고,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그 목적의 실현이 가능한 수단을 쓴 것인지를 살펴봅니다. 이 4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비로소 합헌으로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A는 2척의 동력어선으로 경상북도와 울산광역시의 경계와 해안선의 교점에서 방위각 107도의 연장선 이남과 이서의 해역에서 저인망을 사용하여 멸치를 제외한 수산동물을 포획하는 서남해구쌍끌이중형저인망어업인입니다.

A는 2014. 3. 24. 개정된 수산업법 시행령 중 서남해구쌍끌이중형저인망어업의 포획대상에서 ‘멸치를 제외’하는 부분이 A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4. 8. 8.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쟁점>

멸치를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 A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일까요?

 

<헌법재판소의 판단>

(가) 헌법은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제120조 제2항),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제122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획량이 많은 주요 수산자원인 멸치를 보호하여 수산자원의 지속적인 이용을 가능하도록 하고, 연근해 어업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하여 서남해구쌍끌이중형저인망어업의 포획대상물에서 멸치를 제외한 것인바, 국토와 자원의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 보전을 위하여 제한과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직접적으로 멸치의 남획을 방지하는 한편, 저인망어업의 본래적인 어법에서 벗어난 탈법적 조업을 방지하여 경쟁적인 멸치 포획을 둘러싼 어업인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나) A는 멸치의 산란기를 금어기로 지정하거나 총허용어획량제도 및 양도성 개별 어획할당량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덜 침해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정한 기간 조업을 금지하는 것이 조업을 계속적으로 허용하면서 포획대상만을 제한하는 것에 비하여 반드시 덜 침해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총허용어획량 제도는 총허용어획량에 이르기까지 어선 간의 어획경쟁을 격화시켜 조업일수 단축 및 어업경비 상승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총허용어획량 제도를 전제로 어획쿼터를 배분하고 필요하다면 거래를 통하여 이를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양도성 개별할당제도는 어획쿼터 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피하기 어렵고, 할당된 쿼터의 양도과정에서 담합이나 독점, 양극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덜 제한적이면서도 어업간 분쟁조정이라는 목적 달성에 보다 효과적인 규제임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한다고 할 것이다.

(다) A는 이 사건 시행령조항으로 말미암아 멸치를 포획할 수 없게 되므로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게 됨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는 A의 조업을 실질적으로 금지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며, A는 멸치 이외의 다른 수산동물을 대상으로 포획활동을 할 수 있다.

한편 A 이외에 서남해구쌍끌이중형저인망어업허가를 받아 전라남도와 제주 해역에서 조업하고 있는 사례에서는 멸치의 포획이 보고되지 않은 점이나 A와 같은 경상남도 해역에서 조업하는 서남해구외끌이중형저인망어업의 경우 멸치의 포획량이 미미한 정도인 점 등을 고려하면 경상남도 해역에서 이루어진 서남해구쌍끌이중형저인망어업에 의한 멸치 포획은 어구와 어법의 변화에 기인하는 부분이 컸다고 할 것이다.

어구의 예망속도를 높이면 어구가 부상하는 점을 이용하여 필요에 따라 바다의 중층에서 어구를 예망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상황에서, 이미 1990년대 초반 대형저인망어업을 중심으로 망고를 높게 할 목적으로 트롤어업에서 사용하던 점보형 어구를 도입하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멸치와 같은 소형어의 포획은 망목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는데, 비교적 작은 그물코의 어구를 사용하거나 소형어가 탈출할 수 없도록 이중의 어망을 사용하여 수심이 얕은 바다의 중층을 예망하는 경우 멸치의 포획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라) 결국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A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5. 7. 30.자 2014헌마653 결정).

 

<결정의 의의>

헌법재판소는 멸치 제한 규정이 비례원칙에 위반되는지를 살펴본 후 합헌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비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목적의 정당성이 부정되거나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령을 제정하는 데는 대부분 정당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들을 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방법 이외에 국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논하는 침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피해가 너무나 극심해 국민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인지를 살펴보는 법익의 균형성 요건은 상당 부분 받아들여지고 있으므로 얼마나 타당한 논리를 갖고 설득하는지에 따라 위헌 결정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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