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8] 어업조정이란 무엇일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8] 어업조정이란 무엇일까?
  •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2.08.15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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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조정 위헌소원 사건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여행의 시작>

법은 흔히 민사법, 형사법, 행정법 등으로 분류됩니다. 이 중에서도 형사법은 국민의 신체와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법이기에 그 해석을 엄격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단을 받을 가능성을 높이려면, 문제되는 법률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를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A는 전라남도 완도군 ○○면 선적 근해형망어선 B호의 임차인 겸 선장으로 2018. 5. 23. 고창군수로부터 위 선박에 대하여 조업구역이 전라북도 연해 일원으로 제한된 근해형망어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A는 2018. 5. 31. 15:00경부터 15:30경까지 위 조업구역을 벗어난 전라남도 완도군 ○○읍 ○○리 선착장 동방 약 0.45마일 해상 공유수면에서 형망어구 1틀을 투·양망하여 바지락 약 100kg을 채취하였습니다.

이에 검찰이 A를 수산업법 위반으로 기소하자 A는 형사재판 도중에 아래와 같은 수산업법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습니다.


수산업법(2009. 4. 22. 법률 제962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61조(어업조정 등에 관한 명령) ① 행정관청은 어업단속, 위생관리, 유통질서의 유지나 어업조정을 위하여 필요하면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할 수 있다.
2. 근해어업에 대한 조업구역의 제한이나 금지


그러나 형사재판부가 2019. 7. 25. A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자 A는 2019. 8. 22.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쟁점>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어업단속, 위생관리, 유통질서의 유지나 어업조정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근해어업에 대한 조업구역의 제한이나 금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한 수산업법 제61조 제1항 제2호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될까요?

 

<헌법재판소의 판단>

수산업법 제61조 제1항은 ‘어업조정 등에 관한 명령’이라는 제목으로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일정한 행정명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양식한 어획물 및 그 제품의 처리에 관한 제한이나 금지(제1호), 근해어업에 대한 조업구역의 제한이나 금지(제2호), 근해어업의 허가정수(定數) 제한 등 근해어업 허가에 대한 제한이나 금지(제3호), 어업자·어업종사자의 수 또는 자격(제4호), 외국과의 어업에 관한 협정 또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와 외국의 수산에 관한 법령의 시행에 필요한 제한이나 금지(제5호), 수산물의 포장 및 용기(容器)의 제한이나 금지(제6호), 포획·채취하거나 양식한 수산동식물과 그 제품의 양륙 장소 및 매매장소의 지정 또는 그 지정의 취소(제7호)가 그 내용에 포함된다.

그런데 관할청이 행정명령을 발할 수 있는 위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중 제1호의 양식한 어획물 및 그 제품의 처리에 관한 제한이나 금지는 채취·포획한 수산동식물의 처리·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위생관리 목적일 가능성이 높고, 제2호에서 제5호까지의 조업구역, 허가정수 등에 대한 제한이나 금지, 어업종사자 등의 수나 자격, 외국과의 어업협정 등 국제법규 등의 시행에 필요한 제한이나 금지는 수산동식물의 채취나 포획에 관한 제한이라는 점에서 어업단속이나 어업조정과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제6호와 제7호의 수산물의 포장 및 용기의 제한이나 금지, 포획·채취하거나 양식한 수산동식물과 그 제품의 양륙 장소와 매매 장소의 지정 또는 취소는 채취 또는 포획한 수산동식물의 거래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유통질서의 유지에 관한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실제 수산업법 제61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수산업법 시행령 제39조는 수산업법 제61조 제1항 제1호와 관련하여 위생관리 목적으로 제한이나 금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수산업법 시행령 제42조와 제43조는 수산업법 제61조 제1항 제6호, 제7호와 관련하여 유통질서의 유지를 제한이나 금지의 목적으로 정하고 있으며, 수산업법 시행령 제40조와 제41조는 수산업법 제61조 제1항 제2호 내지 제5호와 관련하여 특별히 제한이나 금지의 목적을 기재하고 있지는 않으나 그 내용상 어업단속 또는 어업조정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에서 문제된 근해형망어업의 조업구역 제한의 근거는 어업단속 또는 어업조정에 관한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주변수역의 수산자원이 감소하고, 배타적 경제수역 제도에 의한 근해어장의 축소 등 어업환경이 급변하면서 어업별 조업구역의 조정문제가 지역간 또는 업종간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국제 분쟁으로 심화되기도 함에 따라 이에 대한 갈등과 충돌을 조율할 필요성이 높아지게 된 점, 수산자원의 남획을 방지하여 지속적인 자원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수산자원과 수면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을 위해 수산업법이 제정되게 된 점, ‘어업조정 등’을 규정한 수산업법 제6장에서는 조업수역, 허가정수, 선복량, 어구 제한을 두거나, 면허, 허가 또는 신고어업 외의 어업 금지, 그와 관련한 어업감독 공무원의 명령권한 등을 정하고 있는 점(제61조 내지 제73조), 조정(調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기준이나 실정에 맞게 정돈하는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어업조정(漁業調整)’이란 한정된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수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어업 종사자들 사이에 수산동식물의 채취 등을 둘러싼 분쟁이나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업구역이 서로 중첩되지 않게 지역을 구획하거나 채취 또는 포획이 가능한 수산자원의 종류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어업조정’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을 해할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2020. 5. 27.자 2019헌바334 결정).

 

<결정의 의의>

결국 헌법재판소는 어업조정의 정의를 내리면서, 그 의미가 불명확하지 않다면서 합헌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단어 자체만을 두고 그 의미를 살펴보면 ‘어업조정’이라는 말의 뜻이 아주 명확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법령상의 특정 단어나 문장의 의미가 확정되면 그 이후에는 불명확성이 해소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시 다투기는 어려워진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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