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60. 마라도-제주도 탐조 여행(2)
청봉의 새이야기 60. 마라도-제주도 탐조 여행(2)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2.08.12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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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리습지에서 촬영한 중대백로, 황로, 왜가리

하도리습지에서 촬영한 중대백로, 황로, 왜가리

중·일 전쟁을 앞둔 1926년, 아시아 패권의 야욕을 품은 일본은 제주도 동쪽, 알뜨르(아랫마을) 지역 우리 땅에 우리 노동력으로 알뜨르비행장 건설을 시작하였다. 1937년, 11년의 긴 공사 끝에 20만 평의 비행장이 완성되었고, 태평양전쟁이 계속되던 1945년까지 40만 평의 비행장으로 확장되었다. 일본은 알뜨르비행장의 건설을 위하여 조상 대대로 가꾸어온 논밭을 무상으로 압류하였고, 민중들의 노동력은 착취당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비극의 처참한 역사를 감싸 안고 평화와 화해의 미래를 품어 안은듯이 고요하다. 우리가 이 곳을 방문한 소만에는 넓은 알뜨르비행장의 여기저기에 하얀 메밀꽃이 피었고, 밀과 보리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 2공항’의 건설 부지로 개발, 자연생태계의 보존 및 문화·역사적인 가치 등에 심한 사회적 갈등을 나타내는 현장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알뜨르비행장의 맑고 푸른 하늘에는 종달새(Eurasian Skylark)들이 하늘 높이 날아 ‘지지배배~~, 지지배배 ~~’ 봄 사랑의 노래를 불러 짝을 찾고 있다. 종달새는 번식기에 공중을 높이 날면서 길고 연속적으로 노래하는 특성이 있다. 강가의 풀밭, 보리밭, 밀밭 등에서 서식하나 최근 보리밭이 감소하여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희귀종이 되었다.

알뜨르비행장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희귀한 미조(迷鳥)인 ‘작은뻐꾸기사촌’을 발견하고는 대원들이 새로운 새의 발견에 큰 기쁨을 나타냈다. 내가 필리핀 루숀 섬에 근무할 적에 자주 관찰했던 Lesser Coucal(작은뻐꾸기사촌)으로 뻐꾸기(Common Cuckoo)와는 구별되는 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리핀에 있던 새가 왜 여기까지 먼 거리를 날아왔는지 궁금하였다. 하도리 습지에는 많은 새들이 이미 떠났지만, 몇 종의 도요새, 물떼새, 물수리, 저어새, 흑로 등을 관찰하였다. 숙소 주변의 짙은 숲속에 막 도착한 긴꼬리딱새(Paradise Flycatcher)가 아침과 저녁 시간에 우리 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긴꼬리딱새는 여름 철새로 거제도, 제주도 등 남부지역에서 드물게 관찰된다. 긴 꼬리를 펄럭이면서 숲속을 나는 수컷(L-45cm)의 모습은 가히 매혹적이었고, 오월의 숲속에서 숨어서 노랫소리만 즐기는 두견이는 소리로만 확인하였다.

이번 탐조여행의 마지막 날, 마지막 목표였던 팔색조를 만나기 위하여 동백동산에 갔다. 동백동산 방문자 센터에서 이틀 전에 팔색조가 동백동산에 도착했다고 확인하여 주었으나, 이번 탐방 중에 팔색조의 소리는 듣지도 못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올해는 여름철새들의 이동 시기가 늦어져서 아직 많은 수의 여름 철새들이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었다.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 또는 한반도에서 일어난 봄 산불 영향은 아닐까? 걱정되어 6월 초에는 최근에 발생한 ‘울진산불피해 현장’을 직접 답사하여 잦은 산불의 원인과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3박 4일의 짧은 탐조여행 기간이었지만, 마라도와 제주도에서 새들의 다양한 서식지를 관찰하였고 80여 종의 새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으며, 자연과 야생의 새들을 좋아하는 벗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행복했다. 

하도리습지에서 촬영한 노랑발도요, 뒷부리도요 등
하도리습지에서 촬영한 노랑발도요, 뒷부리도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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