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수협 - 섬 교통 책임지는 유일 수협
사량수협 - 섬 교통 책임지는 유일 수협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08.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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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결속력이 무기

[현대해양] 사량도는 남해안 한려수도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마한 섬으로, 청정해역에서 자라는 각종 수산물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또 사량도에 높이 솟은 지리산은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 선정돼 등산, 여행, 트래킹, 낚시 등을 좋아하는 관광객들은 지리산 옥녀봉 코스를 오르기 위해 이 곳을 방문하곤 한다. 사량도에 입도하기 위해서는 여객선을 타야 하는데, 통영에서 사량도로 향하는 여객선 운송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사량수협이다. 전국 수협 조합 중 유일하게 여객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량수협을 만나봤다.

사량수협 전경
사량수협 전경

수협 중 유일한 여객선 사업자

사량수협은 1977년 11월 사량법인어촌계로 출발해 2001년 11월 사량수산업협동조합으로 승격됐다. 현재 사량수협은 14개 어촌계, 270여 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어선은 5톤 미만의 작은 배들이 180척 정도로 가장 많고, 10톤 미만이 15척, 10톤 이상은 8척이 활동하고 있다. 멸치로 유명한 통영 지역의 어촌마을답게 멸치 잡는 권현망 배도 두 척 있지만, 사량수협만의 특별한 점은 어업이 아닌 다른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사량수협은 특별한 사업을 하고 있다. 바로 여객 사업이다. 사량수협은 사량도를 찾는 관광객과 도서민의 편의를 제공하고자 1996년 2월 초 여객선 운송사업을 시작해 현재 2척의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다. 2011년 5월 취항한 400톤급의 사량호와 2018년 2월 취항한 500톤급의 그랜드페리호가 그것이다. 지난해 사량수협은 여객사업으로 278억 6,0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특히 비교적 최근 건조된 그랜드페리호에는 이형석 조합장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21년 된 노후 선박 제2사량호를 대체하기 위해 그랜드페리호를 건조할 당시, 이 조합장은 직접 나서 설계에 동참했다. 그는 “조합원들이 이용하는 여객선을 설계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의 조합원뿐만 아니라 교통약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객선을 건조하고자 했고, 그 결과 노약자실과 장애인 화장실, 그리고 계단과 턱이 없는 경사로를 설계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도 큰 어려움 없이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마침내 그랜드페리호는 길이 54.35m, 1,820마력, 498t 카페리 여객선으로 여객 520명, 차량 45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누구나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게 건조됐다. 그동안 노후 여객선으로는 성수기와 공휴일에 이용객을 수송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랜드페리호 건조 이후에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민원도 크게 줄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랜드페리호 앞에 선 이형석 조합장
그랜드페리호 앞에 선 이형석 조합장

“여객 사업도 유류비 지원 받아야”

사량수협 여객선은 결항이 거의 없다. 1년 중 결항하는 날이 많아 봐야 20회 정도로 태풍이나 해무가 심하게 낀 날이 아니면 항상 출항한다. 이 조합장은 “사량수협은 지난 2019년 해양수산부에서 58개 해상여객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평가하는 해사안전 우수사업자에 내항여객부문 우수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며 “배가 자주 있어 교통이 좋고, 이동 거리에 비해 요금도 저렴한 편”이라고 자부심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사량수협은 유류비 증가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유류비가 크게 오르고 있는데, 올해 5월 말까지의 여객 사업을 결산해 본 결과, 작년에 비해 기름값만 1억 원이 더 지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여객선 운임 인상을 최대한으로 미뤄왔는데, 어쩔 수 없이 이번에 500원씩 인상하게 됐다. 해양수산부에 여객선 유류비를 지원해 줄 것을 건의한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청정해역에서 크는 조개와 문어

그렇다면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사량도 주민들은 어떤 어업활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이 조합장은 잠수기 어업과 문어 양식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사량수협은 잠수기어업(8톤 미만의 어선을 사용해 잠수부가 호스를 통해 공기를 공급받으며 패류 등의 수산 동식물을 채취하는 어업)으로 포획한 조개를 잠수기수협에 위판하고 있다. 특히 지금은 코끼리 조개가 많이 잡히는 시기인데, 코끼리 조개는 사량도 특산물로 아주 유명하다. 또, 사량수협은 사량대교 아래 해역 일대에 문어 양식장을 조성해 약 500g대 문어를 키우는 중간 육성을 하고 있다. 문어는 두 달 정도만 키우면 5~6kg까지 성장해 조합원들의 좋은 수입원이 되고 있다.

사량수협이 특이한 점은 위판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배를 타야 한다는 불리한 교통 여건 때문에 중도매인이 모집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 조합장은 “중도매인들이 배 여객선 시간에 제약을 받아 제때 물건을 팔 수 없어 모집 자체가 어려워 우리는 위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조합원들은 어획한 수산물을 가까운 통영수협이나 삼천포수협에 위판하고 있다. 조합이 섬에 있어 위판 조건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픔 딛고 경영 정상화

사량수협은 지난 2013년 발생한 93억 원의 직원 횡령사고로 그해 결산에서 적자를 초래하는 아픔을 겪었다. 조합원들과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2014년 1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이 조합장은 전국을 다니며 예금을 유치하고 공제사업을 추진했는데, 그 결실로 2018년 연도대상 C그룹 3위를 달성했다. 그리고 피나는 노력을 통해 경제사업 사고금 회수, 불건전채권 관리 및 건전여신 증대로 조합경영수지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 조합장이 사량수협에 온 지 5년 만인 2019년에는 약 9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모두 정리해 부실조합에서 정상조합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제27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철탑산업훈장을 수훈하는 영예를 안은 이 조합장은 조합 건전경영으로 경영정상조합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수산업 경제 발전과 어촌마을·어업인 살리기에 앞장서고, 남다른 책임감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사량수협을 주민들의 신뢰를 받는 든든한 조합으로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또 그는 어업자원 사업을 통한 어업인 복지향상, 도서지역 해양교통 활성화에 앞장섰으며, 해양수산단체 자문위원으로 활동해 해양업무 발전에도 기여한 부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작지만 강한 결속력

사량수협은 어장환경 정화 사업, 치어 방류 사업, 해양폐기물 수매 사업 등 조합원을 위한 지도사업을 펴고 있다. 먼저 어장환경 정화 사업으로 해적 생물로 분류된 성게와 불가사리 구제 사업을 매년 실시해 수산환경을 보호하고, 치어 방류 사업으로는 어린 문치가자미와 해삼을 꾸준히 방류해 수산 자원을 조성하고 있다. 어업인이 조업 중 인양한 해양쓰레기를 수매하는 해양폐기물 수매 사업도 실시하고 있어 연안 어업인의 어장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내수경기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량수협은 흑자 경영을 이끌어 지난해 조합원에게 6,000만 원을 배당할 수 있었다. 2019년 우수여객사업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 1,000만 원 역시 전 직원에게 돌아갔다. 이 조합장은 “우리 조합의 강점은 직원들과 단합이 잘 된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작은 조합에서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조합의 결속력이 강하고 직원들과 조합장 간 소통이 잘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사량수협과 서귀포수협은 여객선 이용과 특산품 판매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맺었다.
지난 6월 사량수협과 서귀포수협은 여객선 이용과 특산품 판매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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