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맹독성 ‘파란선문어’ 조심해야
올 여름 맹독성 ‘파란선문어’ 조심해야
  • 홍현기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연구교수
  • 승인 2022.08.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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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기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홍현기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연구교수

[현대해양] 최근 들어 제주도와 남해 연안에서 맹독성 파란선문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뉴스 시간에 자주 소개되고 있다. 파란선문어는 외국에서 유입된 외래종으로 복어독인 테트로도톡신을 갖고 있어 그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반면, 이 종의 생태적 특성은 덜 알려져 있다.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발견되는 맹독성 문어는 몸통 부분에 뚜렷한 파란색 선모양이 나타나는 파란고리문어속에 속하는 파란선문어(Hapalochlaena fasciata)이다.

파란고리문어속에 속하는 3종의 독성 문어는 아열대 및 열대지역에 분포하며, 파란선문어 외에도 greater blue-ringed octopus(H.lunulata)와 southern blue-ringed octopus(H. maculosa)가 있다. 이 두 종은 파란선문어와는 달리 몸통에 파란색 원형 무늬를 가지고 있어서 파란고리문어라고 불린다<그림 1>. 파란고리문어속에 속하는 문어들은 모두 호주의 암초지대 또는 산호초 지역에 사는 아열대 종인데 지구온난화로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일본과 한국 연안으로 분포역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 파란선문어가 언제부터 유입이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003년 8월 제주도 문섬에서 다이빙 중 파란선문어가 처음 사진으로 기록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림 1. 제주 연안에서 채집된 파란선문어와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한 파란고리문어
그림 1. 제주 연안에서 채집된 파란선문어와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한 파란고리문어

파란선문어의 국내 출현 현황

2015년 6월에는 제주 협재해수욕장 인근 갯바위에서 관광객이 파란선문어에게 손가락이 물리는 사례가 처음 발생하였다. 당시 이 관광객은 바위틈에서 찾은 5cm 정도의 작은 문어를 손바닥에 올려 구경하던 중 손가락이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물린 후 손가락이 마비된 것 같이 고통이 심했고 어지러움 증상이 있었지만, 다행히 병원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팀은 2015년 9월에 제주 서귀포 조수웅덩이에서 채집된 파란선문의 정확한 종 판별을 위하여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파란선문어’란 국명을 부여하였다. 이후 파란선문어는 2015년 환경부에서 발간한 『국가 생물종 목록』과 2016년 한국패류학회에서 발간한 『한국의 연체동물』에 공식적으로 그 이름이 등재되었다. 2017년부터는 파란선문어가 제주도뿐만 아니라 남해안의 거제, 부산, 여수, 울산에서 매년 발견되고 있다.

 

파란선문어의 생태

파란선문어는 10cm 내외의 작은 크기로 주꾸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위협을 느끼면 머리 부분에는 파란선, 다리 부분은 파란 고리 무늬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파란선문어는 조간대 및 수심 10m 미만의 얕은 조하대에 서식하며 작은 게, 새우, 어류 등을 주로 먹는 육식동물이다. 파란선문어는 먹이를 사냥할 때 침샘(posterior salivary gland)에 있는 독을 주입해 마비시킨다. 다른 두족류와 마찬가지로 파란선문어도 교미한 후 암컷은 일정 기간 알을 품은 후 죽는다. 제주에서 잡은 파란선문어를 수조에서 관찰한 결과, 몸에 알을 붙이고 다니는 것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파란선문어의 독성

파란선문어는 복어독으로 알려진 테트로도톡신(tetrodo toxin)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테트로도톡신은 강력한 신경독소로 운동신경의 나트륨 통로를 차단하여 신경을 마비시켜며 심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테트로도톡신은 2mg의 소량만으로도 치사에 이르게 하며, 최소 중독량은 0.2mg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과제(과제명: 해양생물독소 안전관리망 구축)의 일환으로 제주대와 중앙대가 제주에서 잡힌 파란선문어의 테트로도톡신을 질량분석기(LC-MS/MS)로 분석한 결과, 문어 한 마리에는 0.08~0.24mg의 테트로도톡신이 있었다. 테트로도톡신은 70% 이상이 문어의 침샘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그 농도는 259.4~883.5µg/g이었다.

 

파란선문어 주의 필요

파란선문어는 얇은 옷을 뚫을 만큼 날카로운 이빨이 있고 침샘에 맹독이 있어 물리면 위험하다. 테트로도톡신은 열, 건조, 냉동에 의해서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므로 주꾸미로 오인하고 식용할 경우 테트로도톡신에 중독될 위험성이 있다. 특히, 사체의 경우 몸의 파란색 선과 고리가 잘 보이지 않아 다른 두족류와 혼동하고 식용할 수 있다.

실제 2004년 베트남에서는 파란고리문어를 먹고 80여 명이 중독되고 2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제주의 경우 돌 밑에 숨어 있는 문어를 우연히 건드리거나 포획 시 문어에게 물리는 사고에 대하여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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