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자정능력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바다 자정능력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 이창근 서울대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 선임연구원
  • 승인 2022.08.0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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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서울대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 선임연구원
이창근 서울대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 선임연구원

[현대해양] 바다는 최초로 생명이 탄생한 장소이자 예로부터 인류가 식량자원을 얻기 위한 보물창고이며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인류는 우리에게 늘 베풀기만 하던 바다를 배신하고 말았다. 인류의 활동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거꾸로 인류의 목을 죄어왔으며, 해양의 지속가능성을 낮추었다.

인류가 등장한 이래 지구환경은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데 학자들은 이를 인류세(Anthropocene: 인류에 의해 지구 환경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 시기)로 명명하고 그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해양환경을 지속적으로 파괴해왔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산업혁명 전 인류는 필요한 만큼만 자원을 이용하였고, 이는 바다가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 바다는 외부로부터 일정량 가해지는 충격(기후변화, 오염, 남획 등)에 대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회복능력(혹은 자정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한 이후의 바다는 회복탄력성(resilience: 급변하는 해양환경에서 스트레스를 흡수하여,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회복 및 복원 능력)을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처럼 인간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극지의 해류 순환에 영향을 주었고, 바다의 탄소저장능력을 악화시키고 있다.

 

계속된 해양 생태계 피해

해양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해양에 대한 회복탄력성의 중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인간활동으로 인해 많은 해양생태계 피해를 겪은 나라 중 하나다. 시화, 새만금의 간척과 태안 유류오염사고는 우리가 겪은 수많은 피해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2015년 Nature communication 저널에 발표된 연구결과(Halpern et al., 2015 (Spatial and temporal changes in cumulative human impacts on the world’s ocean)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238개 나라 중 8번째로 높은 인간활동의 영향을 받은 국가였는데 기후변화, 무분별한 어획, 외래종, 환경오염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해양생태계 영향을 받은 나라로 꼽힌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간활동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는 적지 않은 시기 동안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피해를 보고만 있어야 할까? 아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인간활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예측하고 해양환경의 회복능력을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스트레스에 대한 해양의 회복능력을 가늠하고 미래영향을 예측하여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다의 회복능력

하지만 해양생태계의 회복능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하기란 매우 어려워서 많은 생태학자들이 복잡한 생태적 상호작용을 단순화함으로써 이를 해석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고 있다. 특히 해양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서는 국민의 인식 증진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해양환경 관리에 노력을 쏟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일반인이나 정책결정자에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바다의 회복처럼 복잡한 생태계 현상을 국민이 더 쉽게 인식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 역시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다. 필자가 참여한 우리나라 연안의 생태계서비스 가치를 추정하기 위한 연구(주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해양의 회복 능력 중 수질정화 능력의 가치를 연간 16조 3,786억 원(연간 질소 정화능력 약 2조 8,000억 원, 연간 인 정화능력 약 11조 1,000억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메조코즘 연구의 중요성

더불어 갯벌의 재해저감 가치(연간 2조 1,414억 원)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 가치를 추산하였는데, 우리가 모르는 사이 바다는 우리에게 18조 원 가량의 혜택을 매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는 선호도 기반의 평가방법이 가진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원격탐사기법과 메조코즘(mesocosm: 해양환경과 생태계를 현실에 가깝게 모사하는 일종의 가상생태계)을 구현하여 전국 단위의 수질정화 능력을 확인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해양연구는 드넓은 바다를 대상으로 하고, 기상 조건에 따라 연구할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기에 일반적인 연구보다 어려움이 많다. 이때 메조코즘의 위력이 발휘되는데, 메조코즘은 비교적 좁은 규모의 연구시설에서 해양환경 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며 인공 해양환경 모사하여 실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해양현상을 단순하게 함으로써 재현성, 반복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불확실성을 보완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설이다.

물론 이러한 메조코즘도 만능은 아니다. 현장조사를 통한 자료의 보완·보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두 연구가 적절히 병행된다면 예측 불가능한 바다를 예측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다학제적인 이해와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관련분야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체계적인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상처를 주기만 했던 바다를 치유하고 건강하게 이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바다를 이용함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손상되는 가치가 훨씬 클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가장 피해를 받는 건 수억 년 동안 모진 풍파를 견뎌온 지구가 아닌 우리 인류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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