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침식문제와 잠제 등 인공구조물의 역설
해안침식문제와 잠제 등 인공구조물의 역설
  • 류청로 부경대 해양공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2.08.0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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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로 부경대 해양공학과 명예교수
류청로 부경대 해양공학과 명예교수

[현대해양] 한국 연안에서도 해안침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해안공학 관련 전문가들의 기술적 토론, 논란의 대상으로까지 부상하고, 각종 대책공법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평가와 견해의 차이가 노정되기도 한다. 침식문제의 심각성, 기술공법에 대한 견해차가 격렬한 토론의 장을 만들고 있는 것은 새로운 기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의 필수조건인지도 모르겠다.
연안의 개발과 이용 강도가 크지 않았던 1970년대 이전의 자연해안에서는 하천으로부터의 유입 토사와 해안의 파랑작용에 의한 표사 이동이 연안역에 풍부한 사빈, 백사장, 석호를 발달시키며 평형을 이루고 파랑에 의한 과도한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제어하는 자연호안, 방재시설의 기능까지를 발휘하는 공간이었다. 해양과 육역의 수계를 연결하고 생태계의 연속성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완충과 융합의 다양하고 풍부한 연안어장의 원천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해온 공간이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산업화, 도시화 그리고 다양한 연안이용의 강도가 증가되면서 호안, 항만-방파제, 도로, 발전소 등 각종 산업·에너지 플랜트의 연안입지에 따른 해안선의 변화와 해역의 거대한 인공시설이 연안역의 파랑-수리환경을 극단적으로 변화시키고, 이는 파랑작용이 중심이 된 연안의 표사이동-표사수지의 불균형과 극단적 침식구간-퇴적구간을 창출하면서 연안역의 각종 재해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논란의 대상이 된 잠제(潛堤)
이제는 모래사장, 해수욕장이 심각한 침식으로 기능을 상실하고, 호안, 도로 등 연안시설의 파괴를 유발하는 재해, 항만의 매몰 등 표사수지의 극심한 불균형을 유발한다. 이에 연안방재, 사빈 복원사업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그 요구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표사 제어구조물로 사용되어온 호안, 하구도류제, 돌제, 이안제, 잠제, 광폭잠제 등의 대표적인 구조물들이 현장에 따라 복합적으로 그리고 약간의 변형과 융합의 형태로 적용되어 왔고, 그 결과는 실패도 하고 효과를 보기도 해왔다. 우리나라 동해안의 경우, 최근의 추세는 광폭잠제 구조물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으나 그 효과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기술적 관점에 따라 논란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해양파랑의 파향, 파고, 주기의 불규칙성과 불확실성은 지구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큰 차이가 없다고 전제하면, 침식방지를 위한 잠제를 비롯한 각종 인공구조물의 밀도 증가와 연안역 개발압력의 증가가 부른 치명적 파랑환경의 변화와 이에 의한 단기적(극단적), 지속적(장기적) 침식 및 재해 강도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융합기술 방향을 생각한다
이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해석-평가가 기술적 과제라 한다면, 단편적 설계조건에 의한 정성적 예측결과를 기반으로 한 대책공법의 구상과 최소한의 잠제 등 해역시설 신설과 호안-도로-연안관리, 하구역 및 하천관리 기술의 고도화와 연계한 표사유입기능의 회복 등 연안역의 통합적 관리개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표사의 선순환시스템 표사수지의 건강성을 시·공간적으로 확보하면서 개발 이전의 자연해안이 가졌던 재해 적응력은 물론 침식에 대한 유연한 적응·수용력을 강화하는 면적-공간적 기술융합과 전략적 노력을 기반으로 한 침식방지대책, 연안복원·방재대책이 요구된다. 해역과 변화되는 해안의 특성에 부합하는 최적의 시스템을 구상하는 전략적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유연한 재해적응·수용력, 지속 가능한 침식방지·표사순환 시스템의 구축이라는 사업구상으로 융합적·협업적 기술 대안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의 방재시설에 대한 기술적 평가, 치열한 논의를 통한 성찰과 새로운 기술적 도전이라는 기술발전에 대한 선순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이는 기술공동체의 사명이고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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