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7] 헌법재판소 판례는 어떻게 변경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7] 헌법재판소 판례는 어떻게 변경될까?
  •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2.07.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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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지락 위헌 사건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여행의 시작>

이 사건에서 A는 여수시 선적 근해형망어선 B호의 임차 선주 겸 선장인데, 위 선박의 조업구역은 전라북도 연해로 제한되어 있고, 그 제한에 위반하지 아니할 것 등을 조건으로 어업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A는 조업구역 제한조건을 무시한 채 2008. 5. 24. 14:35경부터 15:20경 사이에 전남 완도군 고금면 장항리 앞 해상에서 조업을 감행하여 수면 바닥에 서식하는 바지락 50㎏(시가 5만 원 상당)을 포획·채취한 공소사실로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약식기소되어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자 2008. 8. 4. 위 법원에 정식재판(2008고정142)을 청구하였습니다.

A는 위 재판 중 구 수산업법 제53조 제2, 3항이 죄형법정주의, 포괄위임금지원칙 등에 위반되어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며 위 법령조항들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위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2009. 1. 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미 헌법재판소는 법정형의 상한과 일부 표현에 차이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던 구 수산업법 제52조 제2항, 제3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었습니다(헌법재판소 1994. 6. 30.자 93헌가15, 16, 17 결정). 헌법재판소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헌법재판소의 판단>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은 일정한 제한이나 금지에 위반한 행위의 가벌성 및 처벌의 정도에 대한 판단인데, 이는 사회공동체의 가치관 또는 법감정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문제로서, 사회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급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미리 법률로 자세히 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이라고 볼 수도 없다. 한편 수산업법이 제정된 이래 형벌로 처벌할 필요가 있는 일정한 위반 행위들에 대해서는 ‘벌칙’의 장에서 직접 규정해 오고 있었고, 최근 개정된 수산업법과 새로이 제정된 수산자원관리법도 어업조정이나 수산자원의 보호에 관한 내용 중 일부를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에 위임하면서도 그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은 하위법령에 위임하지 않고 직접 규정한 점을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처벌조항을 하위법령에 위임하였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통령령으로 필요한 벌칙을 둘 수 있다’고만 할 뿐, 어떠한 사항들의 위반 행위에 대해 벌칙을 둘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령에 규정할 벌칙으로 ‘5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를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령에 의해 처벌될 수 있는 행위유형들도 죄질과 불법의 정도가 다양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처벌의 정도 또한 달라질 수 있는데, 다양한 유형의 구성요건적 행위들에 대해 각각 어느 정도의 처벌이 가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어떠한 사항들을 위반하면 처벌받게 될 것인지, 어느 정도로 처벌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헌법재판소 2010. 9. 30.자 2009헌바2 전원재판부 결정).

구 수산업법 제53조(어업조정에 관한 명령)

② 제1항에 따른 대통령령에는 필요한 벌칙을 둘 수 있다.

③ 제2항의 벌칙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의 규정을 둘 수 있다.

 

<결정의 의의>

헌법재판소는 먼저 수산업법 관련 입법 연혁을 살펴보았습니다. “(1)일제 강점기인 1911. 6. 3. 조선총독부제령 제6호로 제정된 ‘어업령’은 면허의 조건 또는 어업의 제한에 위반한 자를 1,000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업령’의 하위법령이라 할 ‘어업령시행규칙’은 위 ‘어업령’ 규정과는 별도로 일정한 허가조건 또는 어업의 제한을 위반한 자를 200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어업령시행규칙’의 위와 같은 처벌 규정에 관해 ‘어업령’은 아무런 위임 규정을 두지 않았었다. ‘어업령’은 1929. 1. 29. 폐지되었고 새로이 제정된 ‘조선어업령’은 일정한 제한·조건·정지 또는 금지에 위반하여 어업을 한 자를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규정들을 두었고, 그 하위 법령인 ‘조선어업령시행규칙’ 역시 일정한 사항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벌칙을 규정하였으나, 그러한 벌칙 규정에 관하여 ‘조선어업령’은 역시 아무런 위임 규정도 두지 않았었다.

(2)1953. 9. 9. 법률 제295호로 제정된 수산업법은 제48조 제1항에서, “주무부 장관 또는 지방 장관은 수산동식물의 번식 보호, 어업단속 기타 어업조정을 위하여 좌의 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부령 또는 규칙을 정할 수 있다”고 한 후, 이어 제2항에서 “전항의 규정에 의한 부령 또는 규칙에는 필요한 벌칙을 둘 수 있다”고 하고, 제3항에서 “전항의 벌칙에는 부령에는 6월 이하의 징역, 5만 환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규칙에는 3월 이하의 징역, 5,000환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규정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였는데, 그 후 수산업법에 대한 두 차례의 전부 개정을 거쳐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이르게 되었으나, 조문의 위치와 세부적인 내용 및 법정형의 벌금액에는 변화가 있었으나, 하위 법령에서 벌칙을 정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은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

(3)한편 수산업법은 2009. 4. 22. 법률 제9626호로 전부 개정되었는데, 개정된 수산업법 제61조는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어업단속, 위생관리, 유통질서의 유지나 어업조정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조업구역의 제한이나 금지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제한이나 금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제1항), 그 제한이나 금지사항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으나(제2항), 그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은 대통령령에 위임하지 않고 제98조 제8호에서 직접 규정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헌법재판이 진행 중에 수산업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위헌적인 부분이 제거되었다는 것입니다. 위헌적인 부분이 입법적으로 해결되면 미래에는 더 이상 같은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습니다. 또한 개정 법률이 소급하지 않더라도 과거 일부의 사례만이 남아있게 되므로 결정의 부담이 한결 덜어지게 됩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과거 자신이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던 내용에 대해 법률이 개정된 후 위헌이라고 판단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헌법재판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위헌 판결이 나면 법률이 효력을 잃게 됩니다. 그만큼 헌법재판소는 입법부의 태도와 실제 법률을 집행하고 개정에도 관여하는 행정부의 입장을 확인하고 이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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