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6] 헌법재판에서 제소기간 경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6] 헌법재판에서 제소기간 경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2.07.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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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치포획금지조항 각하 사건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민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여행의 시작>

법은 오직 언어로만 이루어진 순수한 논리구조체입니다. 하나의 법률용어도 무의식적으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단어가 모여있는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로마 시대부터 쌓아 올린 법 제도의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멸시효나 제척기간, 제소기간이나 청구기간 등을 통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면 대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이러한 제도들을 차근차근 배운 변호사들이 아니고서야 1억 원, 10억 원에 달하는 채권들이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소멸시효라는 제도로 사라진다거나, 제소기간이나 청구기간이 지나 재판을 받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이러한 제도가 수천 년간 유지되어 온 것은 자연적으로는 무한히 이어질 수도 있는 다툼에 인위적인 사법적 끝맺음을 더해 사회의 평온을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A는 연안선망어업 허가를 받아 전라남도 해역에서 주로 세목망을 사용하여 멸치를 포획하는 어업을 경영하였습니다. 기존 수산업법 및 시행령에서는 연안선망어업의 어구·어법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멸치포획을 일정기간 금지하고 있었는데, A는 2018. 8. 31. 위 수산업법과 시행령이 직업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헌법재판소의 판단>

1. 수산업법에 관한 심판청구 관련

법령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법령조항에 의하여 직접, 현재,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구체적인 집행행위’에는 입법행위도 포함되므로 어떤 법령조항이 그 규정의 구체화를 위하여 하위 규범의 시행을 예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법령조항의 직접성은 부인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어구의 규모 등의 제한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어구의 규모 등의 제한에 필요한 사항을 하위 규범인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A가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는 위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그 구체적인 제한 사항을 규정한 시행령 조항들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지 이 사건 법률조항 그 자체에 의하여 곧바로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A의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2. 수산업법 시행령상 멸치포획금지조항에 관한 심판청구 관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의 심판은 기본권의 침해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는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고(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법령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하며,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한다.

청구기간의 기산점이 되는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날’이란 법령의 규율을 구체적·현실적으로 적용받게 된 최초의 날을 의미한다. 즉, 일단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그때부터 당해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의 진행이 개시되며, 그 이후에 새로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다고 하여서 일단 개시된 청구기간의 진행이 정지되고 새로운 청구기간의 진행이 개시된다고 볼 수는 없다.

A가 제출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 첨부된 자료 등에 의하면 A는 2017. 6. 16. 부터 허가기간이 개시되는 연안선망어업허가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멸치포획금지조항은 2014. 3. 24. 시행되었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A는 위 시행일 이후인 2017. 6. 16. 경 허가기간이 개시되는 연안선망어업허가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A는 아무리 늦어도 자신이 받은 연안선망어업허가기간의 개시일 이후로서 위 조항에 따라 멸치포획이 금지되는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에 해당하는 날이 처음 도래한 때, 즉 2017. 6. 16. 에는 멸치포획금지조항에 의하여 구체적·현실적으로 기본권을 제한받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A의 멸치포획금지조항에 관한 심판청구는 위 날짜로부터 1년을 경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한 2018. 8. 31. 제기되었으므로, 청구기간을 도과(徒過)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결정의 의의>

법률이나 시행령에 대해 직접 헌법재판을 청구하려면 헌법소원심판을 이용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는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고, 이 청구기간을 넘겨서 심판 청구를 하면 각하되어 아예 판단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멸치포획금지는 수산업법 시행령에 있으므로 A는 일단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산업법보다는 수산업법 시행령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어야 했고, 자신이 멸치포획금지의 효력을 받은 2017. 6. 16. 부터 1년 이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청구는 그로부터도 1년이 더 지난 2018. 8. 31. 에야 비로소 제기되었기 때문에 A의 청구는 전체가 각하되어 아무런 판단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수산업법령과 같이 오랜 세월 시행된 법령의 내용을 더 이상 참기 어려워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싶은 상황에서 제소기간 내지 청구기간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으나 청구기간을 준수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면 설령 본인은 각하되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이 승소하여 법령이 위헌임을 확인받을 수 있고, 그 효과를 본인도 볼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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