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현대해양·이주홍문학재단 공동기획 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 49
월간현대해양·이주홍문학재단 공동기획 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 49
  • 남송우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2.07.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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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부산문단과 향파의 《문학시대》(3)
'문학시대' 표지
'문학시대' 표지

《문학시대》 3호는 1966년 7월 10일 발행했는데, 7, 8월호 합본호로 발행되었다. 전체 구성은 앞선 두 호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시와 소설 중심으로 편집되어 있는데, 소설에 박용숙의 「타인의 마을」 중편이 전재되어 있고, 이호철의 「표면이면」, 전병순의 「파장금 서정」, 왕수영의 「노을이 타는데」 등의 소설이, 시에는 신석정, 신동집, 이영도, 조순, 성춘복의 시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학생들의 소설(경북고교 이상무의 「저 하늘에 깃발을」)이 릴레이로 연재되고 있고, 특별기고로 박종화의 「학생시절과 문학」을 통해 당시 젊은 문학도를 위한 글을 게재하고 있다. 그리고 유치환의 시작교실과 정비석의 소설교실이 지상으로 소개되고 있다. 평론으로는 백철의 「시련적인 것과 한국문학」, 김수영이 번역한 앙드레 지드의 「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글」, 권선권의 「작가의 자세와 그 환경」이 잡지의 무게 중심을 잡고 있다. 또한 새로운 시도로 <작가사진첨> 란을 마련하여 화보로 처리함으로써 잡지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그 첫 주자가 이호철 작가이다. 이호철 작가가 맥주집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인상깊게 남아 있다.

먼저 3호의 성격을 알기 위해 박종화의 특별기고부터 살펴보자. 그는 20대에 쓴 「탱자」라는 시를 통해 자신이 문학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소년 시절에 나중에는 문인이 된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었음을 소개하고 있다. 그 친구들은 노작, 홍사용, 묵소, 정백, 도향, 나빈, 회월 등의 문명을 지닌 후에 작가가 된 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초창기에는 고대소설이나 신소설 그리고 최남선이나 이광수의 글들을 읽고 자랐지만, 이들을 넘어서서 서구문학에 접하면서 이를 극복하고 문학에 심취하게 된 이력을 소개하고 있다. 그 때의 문학에 대한 심취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그의 시 「그대의 세계」를 통해 내보여주고 있다. 문학을 통해 신선한 연애를 발견하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당시 이광수의 연애지상주의 소설이 현실에 미친 악영향들을 비판하고 있다.

평론에서 백철은 「시련적인 것과 한국문학」에서 한국문학에서 욥적인 인간상을 내보이는 작품들이 무엇인가를 추적하고 있다. 욥적인 인간상이란 구약에 나오는 특수한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편성을 띤 것이라고 한다면, 서구의 문학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우리 문학 작품에서도 산재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가 수난의 역사였기에 이 과정 속에서 인고의 상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인간상의 하나로 한국의 농민의 인간상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 농민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남궁벽의 시 「馬」를 들고 있다.

말님/나는 당신이 웃는 것을 본 일이 없습니다./언제든지 숙명을 체념한 것 같은 얼굴로 간혹 웃는 일이 있으나/그것은 좀처럼 하여서는 없는 일이외다/대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온순하게 물건을 운반도 하고 사람을 태워가기도 합니다//말님/당신의 운명은 다만 그것 뿐입니까/그러하다는 것은 너무나 섭섭한 일이외다/나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사람의 악을 볼 때/항상 내세의 심판이 꼭 필요하다가 생각합니다/그와 같이/당신의 운명을 생각할 때, 항상 당신도 사람이 될 때가 있고/사람도 당신이 될 때가 있지 않으면 아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고난을 참고 일을 하고 있으면 후일의 보과를 기다릴 수 있다는 인생관, 이것이 과거의 선조 모습이기도 하고 현재의 한국인상이기도 하다고 본다. 이러한 인간상이 우리 문학의 전통 속에서는 「콩쥐팥쥐」, 「장화홍련전」, 「심청전」, 「춘향전」 등의 작품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1920년대 서정시에 나타나는 기다림의 정서를 나타내는 이육사의 「광야」와 주요한의 「아름다운 새벽」에 나타나는 「기다림」을 앞선 인간상을 드러내는 시편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한국문학에 나타나는 기독교적 모랄을 드러내는 이광수의 「사랑」에 나타나는 주인공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란 속의 인간상을 보인 임옥인의 「월남전후」와 김은국의 「순교자」에 나타나는 주인공들을 예거하고 있다. 결국 백철의 목적은 김은국의 「순교자」에 나타난 신 목사가 현대판 한국의 욥과 같은 주인공이라고 평가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이 번역한 앙드레 지드의 「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글」은 <런던 매가진>지에 게재된 앙드레 지이드의 Advice to a Young Writer를 번역한 것이다.

권선권은 「작가의 자세와 그 환경」에서 「데카메론」과 「혈의 누」를 두고 비교 검토하고 있다. 세계문학사상 근대적 소설의 제1작인 「데카메론」의 작가 보카치오는 그 지독한 독설로서 당대의 최고 권력자인 교회와 성직자를 여지없이 희롱하고 비판하고 공격하였는데, 그의 이러한 용기는 내면적으로는 남다른 불행한 출생과 코스모폴리탄적 생애에 유래하고 역사적으로는 끊임없이 계속된 어둡고 부자유스러운 중세에의 혐오와 때마침 발흥을 보게 된 인문주의의 세례에 연유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문학 사상 근대적 소설의 제1작인 「혈의 누」의 작가 이인직은 지나칠 정도로 일제를 찬양하고 그에 아부했다고 본다. 이는 내면적으로 그가 가지고 있던 공명심과 출세욕 그리고 排淸思想 때문으로 보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한국의 근대적 개혁이 급작히 일제의 억압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개혁이 민중의 환영을 못 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소설의 작가 이인직은 고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의 비교는 한 편은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 또 다른 한 편은 권력에 대한 아부라는 점 외는 별다른 비교연구의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논의 자체의 발상에서부터 본격적인 비교문학연구의 토대에서 멀어져 있다.

<문학 시대>의 출발은 큰 포부를 가지고 시작되었으나 갈수록 운영에 어려움이 찾아왔다. 3호를 합본호로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그래서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문학 시대>사는 기획부장과 영업부장을 두고 있다. 특히 영업부장을 2명이나 임명하고 있다. 어려운 잡지의 형편을 영업의 활성화를 통해 해결해보려는 자구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잡지 운영에 더 큰 어려움은 재정보다는 원고를 모으는 일임을 편집후기에서 밝혀놓고 있다. 이를 위해 <신인작품 모집> 광고도 내보내고 있다. 시, 소설, 평론, 희곡, 아동문학 등에서 신인작품을 모집하고 있으며, 두 번의 추천을 받은 자는 기성 문인의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힘든 작업을 통해 부산지역에서 <문학 시대>는 어려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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