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수산물재해보험 정책 방향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정책 방향
  • 이종호 해양수산부 소득복지과장
  • 승인 2022.07.1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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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는 자연재해, 재해보험 가입이 필수
이종호 해양수산부 소득복지과장
이종호 해양수산부 소득복지과장

[현대해양] 12세기 이탈리아 제노바. 과거 유럽 상선 상인들은 아프리카나 인도로 한 번의 원정을 통해서 천문학적인 이득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선박이나 항해기술,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상황으로 큰 위험성이 있었고, 이러한 불측의 손해를 상쇄시키기 나온 것이 바로 근대적 개념의 보험이다. 그러한 전통이 아직도 남아있어, 보험사들의 영문명에는 Marine & Fire가 들어가 있거나 ㅇㅇ해상(海上)이라는 사명을 쓰기도 한다. 보험제도는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공동체적 위험회피·관리 경제 제도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수요에 의해서 여러 가지 보험이 만들어졌다. 그중에는 양식 어가의 위험을 줄여주기 나온 보험도 있다.

 

자연재해에 대비한 안전장치 절실

제3의 물결로 유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 미래 10대 주요산업 중 하나로 수산양식업을 꼽았다. 또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지속 가능한 자국의 식량 확보를 위해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도입 등 수산자원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양식어업의 발전이 중요시되고 있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이하 양식보험)은 2000년대 이후 양식어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기존 재해대책법에 따른 복구비 지원으로는 자연재해로부터 양식어업을 보호하는 것에 부족함을 느끼면서 그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특히, 우리 수산양식의 경우 대부분의 양식장이 해상에 있어 태풍, 적조, 수온변화 등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자연재해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어업인의 경영불안 해소 및 지속적인 어업 활동지원을 위해 필수적으로 선행될 필요성이 있었다.

2001년부터 도입되어 온 농작물재해보험을 모델 삼아 2002년 양식재해보험제도 도입 연구가 시작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2007년 양식수산물재해보험법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2008년 넙치를 대상으로 첫 시범사업이 시행되었다.

적조에 의한 어류 폐사 현장
적조에 의한 어류 폐사 현장

2018년 태풍 피해 복구에 보험 큰 도움돼

현재 양식보험은 전국적으로 판매되는 넙치・전복・어류・굴・홍합・다시마 등 본사업 17개 품목과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김・멍게・미역・뱀장어 등 시범사업 11개 품목을 대상으로 상품이 구성되어 있다. 보험 대상이 되는 자연재해는 태풍·강풍, 이상수온, 적조, 풍랑·호우, 이상수질 외에 전기적 위험손해, 조수(潮水), 저염분 등 새로운 형태의 재해까지 보장범위를 계속 넓혀가고 있다.

양식보험사업은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어업들인의 협조로 2008년 사업 초기 34어가에서 시작해 2021년 2,194어가로 증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다.

또한, 어업인들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피해보상도 사업 초기 3억 원에서 2021년 142억 원으로 증가하는 등 어업인의 경영안전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솔릭 등 태풍 피해가 많았던 2018년의 경우 1,237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2019년 지급)하여, 양식 어업인들의 태풍 피해 복구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국가기금으로 손해 충당해주는 정책보험

그러나 앞 사례를 보다시피, 양식보험의 운영은 워낙 위험성이 높고, 불확실성이 커 일반보험사는 참여를 꺼린다. 특히 농작물이나 제조업에 비해 수요나 사업 규모가 크지 않아, 보험료 책정도 어렵다. 또한 자연재해가 많은 해는 손해가 급증할 수 있어 민간에 맡긴다면 막대한 보험료가 예상되어 사업 규모가 큰 일부 양식어업인들 외에는 그저 올해는 자연재해가 오지 않기를 하늘에 비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서 정책보험으로 수협중앙회에 운영을 맡기고 운영비 100%를 지원해주고 있으며, 손해율 140% 이상 거대재해에 대해서는 국가기금으로 손해를 충당해주는 정책보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어업인의 보험료 부담완화를 위해 순보험료의 50%를 지원하고, 지자체에 따라 보험료의 20~30%를 추가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가입 어가는 실질적으로 보험료의 20~30% 정도만 부담하고, 자연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손해액의 상당 부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고수온 피해 현장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포스터

가입자 보험료보다 2배 이상 많은 비용 국가·보험사가 분담

그간 양식재해보험은 누적가입자 3만 가구 중 7,600여 가구에 4,700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이러한 보험금 지급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2배 이상 국가와 보험사가 분담한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누적적자가 계속될 경우에는 양식보험사업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없고,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일부 제도개선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2019년부터 보험료율 인상과 양식수산물 밀식 사육 방지를 위한 표준사육기준 제정하고, 보험금 수령액이 높았던 어가에게는 가입 시 보험가입금액(보상한도)을 80~90%로 제한하고, 보험금을 많이 수령한 고손해율자는 조금 더 자기부담(30~40%)을 갖도록 하여 사전적 피해 예방 조치에 더 많은 신경을 써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위험이 높은 곳에 그만큼의 자기 역할이 필요한 보험의 급부·반대급부 균등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보험료는 높아졌는데, 보상한도는 줄었다는 의견, 보험료는 소멸성이고 재해가 매년 나는 것도 아닌데 굳이 가입할 필요가 있겠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며, 보험 가입률도 급감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2년간의 보험수지 안정화 조치로 작년과 재작년 손해율이 다소 나아지면서 올해부터는 그 혜택을 일부 양식어가에 돌려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그 결과로 올해는 보험료율도 다소 인하하였고, 보험료 할인제도도 대폭 강화하였으며, 표준사육기준을 준수하는 저밀도 사육 어가에 대해서는 5% 추가 할인도 제공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고수온 재해 대비를 강화하기 위해 고수온 특약 가입 어가에 대해서는 기존 특약보험료 지원율을 50%에서 60%로 늘려 어가의 부담을 완화하도록 하였다.

그 밖에 김·전복 종자는 가입 가능지역이 확대되고, 보상하는 재해도 추가하였다. 또한 보험료 절감형 보급형 상품의 대상 품목도 기존 전복・조피볼락에서 돔류・다시마까지 확대하였다.

태풍 피해 현장
태풍 피해 현장

작년 고수온 피해 심해

향후에는 보험수지 안정화를 공고히 하여 이로 인한 혜택이 늘어나 어업인 부담이 더욱 줄어들 수 있도록 노력해가고, 갈수록 심화되는 고수온 등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수온 등 보상체계를 더욱 촘촘히 하며, 현재 보험 가입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 품목도 지속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어업인들도 양식재해보험을 어업의 동반자로 여기고 양식재해보험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가입하기를 부탁드린다. 보험은 가입자가 많을수록 보험료가 내려가고 혜택도 늘어나는 상부상조의 공동체 금융이다.

그렇다면 양식어가는 양식보험을 언제 가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일까? 보험은 가입시 입식신고서 제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입식과 동시에 신청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가입 신청 후에는 보통 15일 내 가입심사를 거쳐 보험료가 산출되며 보험료 납부와 동시에 보험 가입이 완료된다.

태풍, 적조와 같은 주요 재해는 주계약만으로 보장이 되지만, 고수온은 특약으로 보장되고 있으니 꼭 챙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각 지자체에서 적조 대비 황토 살포나 고수온 대비 산소공급기 지원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 오히려 어가에서는 이를 믿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고수온 특약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매년 보험에는 가입했지만, 고수온 특약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를 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자연재해는 어떤 형태로 올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고 꼼꼼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작년의 경우 고수온 피해가 심했고, 고수온 현상이 빈번한 전남, 경남, 제주 지역을 넘어 충남 지역까지 고수온 현상이 나타났다. 사실 남부지역이 아닌 일부 양식어가들은 보험료 부담에 고수온 특약에 가입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고수온 현상은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른다.

 

고수온 특약 국가지원 상향

충남 태안 천수만 지역의 양식어업인 A씨의 사례는 고수온 특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려준다. A씨는 수만 마리의 조피볼락(우럭)을 가두리양식하고 있었다. 천수만 지역에는 2016년에 고수온 현상으로 집단 폐사 사례가 있었긴 하나, 한동안 고수온 현상이 없어 주변 양식 어업인들은 양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A씨는 2016년의 사례를 생각하고, 매년 가입하듯 작년에도 고수온 특약도 가입하였다. 작년 8월 폭염에 천수만도 고수온으로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상당수 양식 어가들은 피해를 보았다. A씨 양식장 또한 조피볼락 수만 마리가 폐사했다. 그러나, A씨는 고수온 특약에 가입돼 있어 3억 원이 넘는 보상금을 받아 경영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정부는 날로 심해지는 고수온 현상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어업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올해부터 고수온 특약에 관한 보험료 국고 지원을 50%에서 60%로 상향했다. 어업인들께서는 고수온 특약 가입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적지 않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수조・가두리시설을 갖춘 경우 시설할인 5~10%, 추가적으로 비상발전기, 산소발생기, 닻(규격) 등 일정 설비를 갖춘 경우 방재시설할인 5~20%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전년도에 사고가 없었던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무사고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할인제도 외에도 작년부터 전복・조피볼락 품목은 기존 상품과는 별도로 보험료를 대폭 낮춘 보급형 상품이 출시되었으므로 이를 이용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보급형 상품은 기존 보상가격(산지 가격의 85~90%)보다 조금 적게 보상(기존 보상가격의 50~75%)받는 대신 보험료가 기존 상품 대비 22% 또는 35%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을 느끼는 어가에서는 이용해볼 만하다.

 

예측할 수 없는 바다 환경에 안전장치 필요

자연은 부단히 건설하고 부단히 파괴한다는 격언이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바다 환경에서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러한 재해로부터 양식어가를 보호하고, 지속적인 어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양식재해보험과 같은 안전장치가 꼭 필요하다.

양식어가에서도 지속적인 어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양식수산물재해보험’ 가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인식하면 좋을 것이다. 어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제도의 불편함이나 개선할 점을 건의하면 해양수산부와 보험 당국에서는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양식보험이 폭풍이 몰아치는 험한 바다에서 양식어가를 든든히 지켜주는 방파제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고수온 피해 현장
고수온 피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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