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누구를 위한 진상 규명인가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누구를 위한 진상 규명인가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7.0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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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엘진 기자
김엘진 기자

[현대해양] 2020년 9월 22일 밤 북측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이 실종돼 북한측 해역에서 조선인민군의 총격에 숨졌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사건 발생 약 20개월 만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건 당시 정부는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5월 정권이 교체되고 불과 한 달만인 지난 6월 해경과 국방부는 “월북 시도를 입증할 수 없었다”며 발표를 번복했다. 유족들은 사건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 씨가 월북했다는 발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SI(Special Intelligence:특수정보) 공개 요구 및 관계자를 고발한 상태다.

사건은 지난달 24일 해경청장을 비롯한 고위직 간부 9명의 집단 사의 표명으로까지 번졌다. 같은날 대통령실에서 사의를 반려했으나 논란은 커졌다. 2020년 당시 사건을 맡았던 해경청장은 지금의 청장이 아니다. 직접적 책임자가 아닌 현재 청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은 당시의 사건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와중에 양 정당은 사건을 정치 싸움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당시의 조사를 ‘월북 조작설’이라고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최근의 발표 번복과 월북 조작설이 ‘전 정권 조이기’라고 응수하고 있다. SI 공개를 둘러싼 양당의 주장도 흥미롭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조사가 조작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의 SI 오픈 제안에 ‘문재인 정부의 대대적인 월북 몰이가 있었다’며 대통령지정기록물 공개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고 당시 보안 문제로 SI를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하더니(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는 ‘여당이 공개하겠다고 한다면 상관없다’고 말한다. 윤 대통령은 ‘SI 공개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뿐만 아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지난달 28일 “해경과 국방부가 월북 판단을 번복한 상황에, 현 정부 국가안보실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고, 해양경찰청은 29일 “현 정부 국가안보실의 지침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 쪽은 분명한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논란들이 진짜 피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공무원 이 씨와 유가족들이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사건이 일어난 2020년 9월부터 지금까지 내내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지는 못하고, 정치인들의 이야기에만 이리저리 흔들려야 했다. 지금 정치권의 싸움에 유족들을 위한 주장은 없다.

사건 20개월이 지난 지금 진상규명이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어째서 20개월 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는 지, 당시 해수부와 해경의 담당자들은 왜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혀내 유족들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진 공무원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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