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논란
재점화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논란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7.0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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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따라 바뀌는 20개월 전 진실은?

[현대해양] 지난달 24일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을 포함한 치안감 이상 해경 간부 9명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정 청장이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대국민 사과를 한 지 이틀만이었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진상규명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일괄 사의를 반려했지만 유가족들은 청와대·해양경찰청 관계자를 추가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사건이 발생한 지 20개월이 흘렀으나 여전히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커져가고 있다.

정봉훈 청장은 지난달 24일 지휘관 확대회의를 진행 후, 해경 간부 9명과 함께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제공:해양경찰청)
정봉훈 청장은 지난달 24일 지휘관 확대회의를 진행 후, 해경 간부 9명과 함께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제공:해양경찰청)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밤 북측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 소속 전라남도 목포시 남성 공무원 이대준 씨가 남측의 해역에서 실종된 후, 실종 지점에서 38km 떨어진 북방한계선 이북의 북한측 해역에서 조선인민군의 총격에 숨진 사건이다.

해경은 사건 발생 9일 뒤 중간 수사 결과를 통해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과 정보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 ‘SI(Special Intelligence:특수정보)’와 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이 근거였다. 또한, 해경은 이 씨의 채무내역 등을 공개하며 월북에 무게를 뒀으며, 사건 발생 한달 후인 10월 22일 이 씨의 도박 기간과 횟수뿐 아니라 채무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해경의 판단에 반발한 유족은 2021년 사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으나 청와대에서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유족 측의 소송이 진행됐고 재판부는 청와대가 정보공개를 거부한 국가안보실 정보 중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제외하고는 열람이 가능하다고 판결했으나, 청와대와 해경은 항소를 진행했다.

 

정권 교체와 함께 입장 달라져

지난 5월 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은 전 정부의 항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권이 교체되고, 5월 16일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은 “국방부 발표 등을 근거로 현장조사 등을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브리핑했다. 그리고 김대한 인천해경 수사과장은 실종자의 월북 의사에 대해 “당시에는 그 자료가 중요한 내용이었지만 더이상 추가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해경청의 입장도 바뀌었다는 데에 큰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정 청장을 포함한 치안감 이상 해경 간부 9명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해경청 관계자는 “현재 청장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이 아니라고 볼 수는 있지만, 책임으로부터 가벼울 수 없는 자리기에 책임을 통감하며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같은 날 대통령실은 “진상규명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이를 반려했다. 28일, 이 씨의 형 이래진 씨는 전 정부의 청와대·해양경찰청 관계자를 추가 고발했다. 그는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윤성현 남해해양지방경찰청장(당시 해경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울산해양경찰서장(당시 해경청 형사과장)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출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월북 논란, 결국 여야 갈등으로

최근 이 씨의 월북 논란은 정치권 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22일 국민의힘이 꾸린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TF’ 위원들은 해양경찰청에서 정 청장과 함께 간담회를 열었다. TF 위원들은 2020년 당시의 월북 판단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TF 위원장은 24일 ‘해수부 공무원 TF 종합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월북 몰이를 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며 “7시간 동안의 문서에는 월북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 사용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일에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전 정부가) 월북이라고 발표하면서 조작한 것들이 확인되고 있다”며 월북조작설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맞서 28일 더불어민주당은 ‘서해공무원 사망사건 TF 1차 회의’을 열고 “월북조작 프레임에 대응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이날 김병주 TF 팀장은 “지난 6월 16일 국방부와 해경청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월북이라고 판단한 입장을 번복하고 유감을 표명했다”라며 “입장 번복에서 새로운 증거나 정황은 제시하지 않았으며 월북 의도가 없었다는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않았다. 같은 팩트를 두고 해석만 뒤집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명백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전 정권 조이기가 시작된 것”이라며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사안별 팩트 체크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겠고, 이번 사안 핵심이 월북 여부인만큼 윤 정부 내에서 공개 가능한 자료를 공개하도록 촉구하겠다”고 발표했다.

SI 공개를 둘러싼 양당의 입장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사건 당시 SI 공개를 촉구했던 국민의힘은 현재 대통령지정기록물 공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건을 보고받은 후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반면 사건 당시 첩보 자산의 발각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SI를 공개하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군 당국 SI를 공개해달라는 유족 요청에 “여당이 공개하자고 하면 공개하자”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SI를 공개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에 “SI라고 하는 건 국민에게 그냥 공개하는 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걸 공개하라는 주장 자체는 조금 받아들여지기가 어렵지 않나 싶은데 한 번 검토해보겠다”라고 답변했다.

정권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진실 찾기의 결론은 무엇일지,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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