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할인 쿠폰, 왜 소비자들은 모를까
수산물 할인 쿠폰, 왜 소비자들은 모를까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07.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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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집행하고 끝? “후속 관리가 더 중요”

[현대해양] 코로나19로 위축된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시작된 할인 쿠폰 사업이 치솟은 물가상승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해 계속되고 있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정부 주도 ‘수산물 할인 쿠폰 사업’이 어업인과 소비자 그리고 자영업자를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2 대한민국 수산대전 설특별전 행사
2022 대한민국 수산대전 설특별전 행사

뛰는 유가, 치솟는 물가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고유가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지난달 기준 어업용 면세경유 가격이 전년 평균(603원/L)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 4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발행한 KMI 동향분석 제181호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나라 해양수산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은 KMI 수산부문 전망모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해 2022년 어로어업 생산량은 기존 전망치보다 5.6%, 일반 해면어업 소득은 9.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비 상승은 어업활동 감소로 이어져 수산물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기 때문. 이에 더해 국제유가 상승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경우, 2022년 어로어업 생산량은 기존 전망치보다 6.6%, 일반 해면어업 어가소득은 11% 감소하고 생산자 가격은 4.2%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국산 냉동 고등어 1kg 가격은 5,482원으로 전년(4,452원) 대비 23%, 물오징어는 1kg에 1만 2,100원으로 전년(1만 1,425원) 대비 5.9% 상승했다. 이에 더해 물가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CCSI(소비자동향지수(CSI)로 산출하는 심리지표)는 96.4로 전월보다 6.2p 하락했다. 장기평균치(2003년~전년 12월)를 기준(100)으로 100보다 크면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지난 1년 동안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상승률을 뜻하는 물가 인식(%)은 한 달 전(3.4%)보다 0.6%p 뛴 4.0%로 집계됐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해양수산부에서 수산물 물가안정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해양수산부에서 수산물 물가안정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어업인 반응 긍정적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2020년부터 코로나19에 따른 어업인 피해 지원 및 내수 창출 차원에서 대규모 수산물 할인 쿠폰을 발행해 수산물 소비 증가를 유도하고 있다. 전체 행사를 이끄는 대표 타이틀은 ‘대한민국 수산대전’으로 1인당 최대 1만 원 한도로 20%에서 최대 40%의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수산물 소비쿠폰 사업은 2020년 7월부터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반영돼 2020년도 210억 원 규모, 2021년에는 590억 원 규모, 올해는 추경까지 포함해 410억 원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수산물 소비 쿠폰 사업에 대해 어업인들의 시선은 호의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수산물이 필수재가 아니다 보니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으면 수산물 소비는 더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소비 쿠폰 사업은 할인행사를 해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정책이기 때문에 어업인들에게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수산물 유통이 활발해야 중도매인들도 산지 어업인들로부터 물건을 사기 때문에 어업인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 체감 효과는 ‘글쎄’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이 쿠폰 발행으로 수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먼저 오프라인 매장에서 진행되는 수산물 소비 쿠폰 사업은 소비자에게 할인 쿠폰이 직접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결제할 때 자동으로 할인되는 방식이다. 또 어떤 품목을 얼마나 할인하는 지는 물가 동향에 따라 업체별로 임의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정확한 행사 가격을 알기 어렵다. 해양수산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행사 전에 미리 정가나 할인가를 정할 수는 없다. 업체별로 기존에 판매하던 가격이 다르고, 이익이 생산자분들에게도 적절하게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할인 효과가 미미하다고 오해하실 수 있지만, 일부 업체의 경우 정상가 자체를 낮게 책정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할인율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외에도 문제는 더 있다. 업체별로 배정된 예산이 소진되면 행사가 임의로 끝나버리기 때문에 혼란을 겪는 소비자가 많으며, 온라인상에서 쇼핑하는 방식에도 어려움이 있다. 업체별로 다르긴 하지만 수산대전에 참여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OO 수산의 경우, 대표 홈페이지로 접속해서는 수산대전 행사에 대한 내용을 전혀 파악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문의하자 업체는 대표 홈페이지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접속해야 할인 품목을 확인할 수 있다는 답을 내놨다.

 

정부의 후속 관리 필요, 유통업체 이익 편중 안 돼

해양수산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보조사업자(한국수산회)나 소비자단체에서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아직은 큰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정부 사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2021년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수산물 소비 촉진 쿠폰 행사’에 대해 알고는 있으나 그 주체가 해양수산부라고 인지하기보다 유통업체 자체 행사로 인식하는 경우가 4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가 좀 더 세심하게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 지향적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매년 해당 정책의 효과 분석을 시행해 수산물 가격 인하 효과 및 수산물 총소비 증가율, 품목별 소비 현황, 소비자 만족도 등을 점검해 정책이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행사 시행 중 유통업체가 제대로 할인을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홍문표 국회의원은 지난해 정부에서 발행하고 있는 할인쿠폰이 대기업의 배만 불려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의원실 관계자는 “할인쿠폰이 수산물 소비촉진에 기여했는지 면밀한 분석이 이뤄져야하나 해당 부처는 대형마트의 단순 매출만 집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경우 정부 보조금이 유통업체 주머니로만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매년 발행되는 수산물 소비 쿠폰이 코로나19와 물가상승으로 힘들어하는 어업인과 소비자 그리고 자영업자들을 위해 쓰이기 위해서는 사업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후속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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