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어구, 자원으로 재탄생…
폐어구, 자원으로 재탄생…
  • 고동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근해어업연구실장
  • 승인 2022.07.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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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순환경제’
고동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근해어업연구실장
고동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근해어업연구실장

[현대해양] 폐어구 관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의 목소리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연간 약 4만 4,000톤에 이르는 폐어구가 바다에 유실·침적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며, 이에 따라 해양 생태계 피해 및 어획량 손실 등 관련 피해 추정 금액은 약 3,8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또한 해상에 버려진 폐어구로 인해 선박 안전사고 발생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해상에 부유하는 폐그물·폐로프는 어선을 비롯한 화물선·여객선 등의 선박 프로펠러에 감기거나 얽혀 해당 엔진을 급정거시키거나 손상을 입혀 해양사고를 유발하기도 하였다.

그간 정부는 폐어구 인양사업 및 수매사업, 어장 정화사업 등을 통해 이러한 폐어구 문제를 해결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폐어구 관리에 대한 정책사업은 거의 대다수가 ‘수거’에만 집중되고 있어, 그 이후를 고려한 폐어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지자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비영리기관 등의 공동 노력으로 해상에서 수거해 온 폐어구가 점차 육상(어촌·연안지역 등)에서 쌓여감에 따라, 심한 악취 발생, 경관 훼손 및 폐어구 처리비용에 대한 책임 문제 등 다양한 환경·사회적 정책 이슈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왔다.

 

폐기물 관리방안으로 순환경제 부상

한편 사회 전반에 있어 산업·생활폐기물 저감과 동시에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중장기 방안으로 순환경제의 개념이 부상해 왔다.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라는 용어는 1990년 데이비드 피어스(David Pearce)와 케리 터너(R. Kerry Turner)의 저서인 『천연자원과 환경의 경제학(Economics of Natural Resources and the Environment)』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이후 순환경제의 개념은 지금껏 많은 연구를 통해 정립되어 왔는데, 대표적으로 알려진 순환경제의 개념은 ‘생산-소비-폐기’의 선형적인 물질흐름이 아니라 경제계에 투입된 물질이 폐기되지 않고 유용한 자원으로 반복 사용되는 경제 시스템을 의미한다.

폐기물을 ‘자원’으로 간주하는 순환경제는 플랫폼 구축 및 가치창출 모델 개발을 통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규제 강화 중심의 쓰레기 문제 해결이 아닌 시장·산업의 관점에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대안으로 자원저감, 환경오염 개선, 신산업·고용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국제사회와 우리나라에서도 폐기물에 대한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 및 관련 정책 수립 노력이 점차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순환경제체계를 법령을 통해 제도화하여 기본계획 수립과 함께 산업 전반의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2018년 제정된 「자원순환기본법」과 해당 법률을 근거로 수립된 「자원순환기본계획」은 정부의 적극적인 순환경제 정책 강화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폐어구, ‘자원’으로서의 활용 사례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국내외 제도 기반 마련과 함께 최근 폐어구를 자원으로서 활용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 업체가 주도하는 나일론 등 폐어구 소재의 재활용을 통한 신규 아이템 출시로 경영전략으로서의 순환경제 시스템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일례로, 시계 제조사 율리스 나르덴(Ulysse Nardin)은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을 사용해 ‘다이버 넷(Diver Net)’으로 알려진 시계를 출시한 바 있고, 구찌(Gucci) 또한 친환경 라인 ‘오프 더 그리드(Off The Grid)’ 컬렉션 공개과정에서 나일론 소재의 폐어구를 활용한 가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디다스(Adidas)는 폐어구 등이 재활용 된 플라스틱 소재를 자사의 신발 제품에 활용함으로서 순환경제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 표준모델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2017년 아디다스는 폐기물을 활용한 신발을 100만 켤레 생산한 데 이어 2018년에 500만 켤레, 2019년에는 1,100만 켤레의 신발을 생산한 대량생산시스템을 갖추었고. 100% 재활용이 가능한 러닝화 ‘퓨처크래프트 루프(Futurecraft. Loop)’는 밑창에서부터 신발끈에 이르기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가 접착제 없이 제조될 수 있도록 기술혁신을 이루어 왔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폐어구의 순환경제 구축에 있어 가장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폐어구 수거·처리 부문에 있어 혁신 기술을 가진 벤처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기업에는 대표적으로 폐어망을 재활용한 재생 나일론 생산기술을 보유한 ‘넷스파’, 폐어구 등의 초음파 전처리 시설을 보유한 ‘포어시스’ 등을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부경대학교 등 학계에서는 또한 건물의 외벽마감재 및 벤치·데크 등에 폐어구가 재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폐기물’에서 ‘자원’으로

정부 주도의 수거 중심 폐어구 관리정책은 수산자원을 회복하고, 해양환경·생태계를 개선하는데 단기적 방안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수거 이후의 단계인 폐어구 집하, (전)처리 및 재활용 등에 대한 사항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해상에서 수거된 폐어구는 어촌·연안지역에 쌓여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문제와 한정된 예산투입 등에 끊임없는 마찰과 대안 마련을 반복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순환경제의 개념이 말해주듯이 폐어구가 어업폐기물이 아닌, 재활용 등을 통해 유용한 자원으로서의 역할을 이루어 나간다면, 폐어구는 무엇보다도 업계의 상품 생산을 위한 가치 있는 자원으로 탈바꿈하여, 수거에서부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폐어구 관리의 전 단계에서 민간(업계)이 주도하는 신 환경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지속가능한 폐어구 관리를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폐기물이 가치 있는 자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정부는 순환경제 구축 기반을 조성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조성된 시장에 업계가 참여하여 폐어구가 타 제품의 생산을 위한 원료로서 거래가 되도록 시장(업계)이 주도하는 순환경제가 조성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육·해상의 폐어구 총량 자체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시장주도의 순환경제가 조성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집하시설 및 전처리 기반을 구축하고, 업계는 이를 토대로 폐기물을 구매·재활용한 뒤 타 제품의 원료로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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