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씨그랜트(Sea Grant)가 성공하려면
한국형 씨그랜트(Sea Grant)가 성공하려면
  • 이병걸 제주대 교수·제주씨그랜트센터장
  • 승인 2022.07.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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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걸 제주대 교수·제주씨그랜트센터장
이병걸 제주대 교수·제주씨그랜트센터장

[현대해양] 씨그랜트(Sea Grant)는 20여 년 전 해양수산부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직수입하여 우리나라에 적용한 프로그램이다. 해수부는 씨그랜트를 ‘해양한국발전프로그램’으로 명명했으며, 현재 8개 광역지자체에서 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특이점은 전국 8개 센터의 명칭이 한국어 명칭 대신 초기부터 ‘OO씨그랜트센터’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씨그랜트라는 고유 명칭이 주는 중요성과 무게감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씨그랜트사업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100여 년간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그랜트사업(Grant Program)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그랜트사업으로 랜드그랜트(Land Grant), 스페이스그랜트(Space Grant), 씨그랜트 등이 있다. 이 사업들의 공통점은 중앙정부가 지역대학의 인프라와 전문인력을 적극 활용하여 지역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지역대학의 연구를 활용하여, 농생명산업, 우주산업, 해양수산산업을 각각 지원한다. 한마디로 말해 지역대학을 활용한 가성비 최고의 R&D(연구개발) 사업인 것이다.

이 사업을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 연구(Research), 교육(Education), 대민(Outreach)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을 수행하는 대학은 우선 지역주민의 애로사항이나 지역의 니즈에 부합한 연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반드시 인재육성이나 주민을 위한 교육과 대민사업으로 연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연구, 교육, 대민프로그램이 하나의 사슬로 연결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R&D 사업과는 확연히 차별된 미국의 실용주의 정책의 대표격이라고 볼 수 있다.

해양수산부가 씨그랜트사업을 도입한 것은 신의 한수라고 본다. 현재까지 경기도부터 제주도까지 8개 씨그랜트센터가 운영되어, 지역대학이 해양수산문제를 해결하는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씨그랜트사업을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불안하고 불완전한 사업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은 그랜트사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으로 매년 예산이 반드시 반영되게 되어 있다. 즉, 법으로 규정된 사업이므로 특별한 사유 없이 예산지원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다. 그 예로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가 눈엣가시 같은 씨그랜트 예산을 없애려 노력했으나, 법에 부딪혀 실패하였다. 즉, 대통령조차도 없앨 수 없도록 강력한 법의 바탕 위에 씨그랜트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씨그랜트사업은 4년마다 R&D 일몰제의 대상으로 평가를 받으며 평가결과에 따라 일거에 사라지는 풍전등화 같은 사업이다. 결과적으로 지역의 해양수산산업 발전을 위한 5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은 꿈도 꾸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평가로 인해 리스크 있는 사업을 과감히 시행하기가 힘들게 되어 있다.

어렵게 도입되어 지금까지 익힌 한국형 씨그랜트 경험으로 그 열매를 맺을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만일 그 열매의 맛이 의심스러우면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씨그랜트사업을 살펴보면 된다. 씨그랜트사업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업임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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