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4] 어업권을 임차해도 무면허 어업이 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64] 어업권을 임차해도 무면허 어업이 될까?
  •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2.06.2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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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차도 무면허 사건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여행의 시작>

흔히 무면허라고 하면 면허를 위해 아무 행위도 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면허를 빌리면 무면허는 아니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무면허란 유효한 면허가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형식적으로 면허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복잡한 법리에 따라 면허가 무효가 되는 상황이라면 무면허가 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A는 1991. 5. 중순경 전북 부안 앞 해상에서 면허권자인 B로부터 B의 어장 중 해태 60책분 약 2.3ha에 관하여 1991. 8. 말경부터 1992. 봄까지, 임대료는 1책당 1만 원씩 60책분 합계 60만 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후 A는 위 어장에 김 양식 60책을 설치하여 김 양식 어업을 하였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은 A가 당국의 면허를 얻지 않고 1991. 8. 25.부터 1992. 2. 15.까지 위 어장에서 김 양식을 했다는 이유로 수산업법 위반으로 기소를 하였습니다.

1심과 2심은 새만금간척사업의 시행에 따라 위 어장에서 발생한 어업보상금에 대해 가압류 결정,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의 소 등을 거쳐 A가 B와 사이에 2,500만 원을 지급받는 대신 위 가압류 신청과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의 소를 각 취하하여 주기로 합의하였고, 위 약정에 따라 B로부터 1993. 1. 10.경 1,500만 원을, 1993. 2. 6.경 500만 원을 각 지급받아 가압류 신청과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의 소를 각 취하하여 위 분쟁을 종결시켰으므로, A가 어업면허권자인 B로부터 임차를 한 것이 분명하다면서 A가 B로 부터 임차를 한 이상 무면허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A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습니다.

 

<쟁점>

어업권을 임차하여 수산업을 경영한 A의 행위가 무면허 어업행위에 해당할까요?

 

<대법원의 판단>

구 수산업법은 일정한 수면을 구획하여 그 수면의 바닥을 이용하거나 기타 시설을 하여 해조류를 양식하는 어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시·도지사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 법에 의한 어업권을 취득하지 아니하고 어업을 경영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수산업법은 어업권은 이를 임대차의 목적으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위 규정에 위반하여 어업권을 임대한 자와 임차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이 어업권의 임대차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는 적격성과 우선순위 등에 대한 판단을 거쳐 자영할 의사가 있는 자에게 해당 수면을 구획·전용하여 어업을 경영하게 하고 그 이익을 제3자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수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목적 아래 마련된 어업면허제도의 근간을 유지함과 아울러 어업권자가 스스로 어업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부재지주적 지대를 징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자영하는 어민에게 어장을 이용시키려는 데에 있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도2458 판결 참조).

또한 위 관계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어업권자의 어업 경영참가를 배제하는 내용의 어업권 임대차는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업면허를 취득하지 아니하고 어업권자로부터 어업권을 임차하여 어업을 경영하였다고 하더라도 구 수산업법상 무면허 어업행위에 의한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A가 어업면허를 받지 않고 김 양식 어업을 경영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서도 어업권자인 B로부터 어업권을 임차하였다는 이유로 A의 행위가 위 무면허 어업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위 규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대법원 1996. 6. 28. 선고 95도2604 판결).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우선 수산업법상 어업권의 임대차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가 자영하는 어민에게 어장을 이용시키려는 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전제로 어업권자의 어업 경영참가를 배제하는 내용의 어업권 임대차는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A와 B의 위 임대차계약은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무효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A는 B가 가지고 있는 어업면허와 관련하여 어떠한 권리나 지위도 가지지 못하게 되어 결국 A는 무면허로 김 양식 어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1, 2심 모두 A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지만, 대법원은 A가 유죄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여행을 마치며>

법적으로 유효이면 유효이고, 무효이면 무효일 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법적으로는 절대적 무효인 경우도 있고, 상대적 무효인 경우도 있으며, 민사적으로는 유효하나, 형사적으로는 무효인 경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수산업법상 어업권의 임대차는 강한 의미의 무효라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업권 임대차계약을 유효로 보고 여러 가지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지 않고, 아예 임대차계약을 무효화 시키고 그와 관련된 법적 보호를 박탈해 버리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이렇게 엄정한 해석을 하는 경우 민사적으로 계약이 무효가 됨은 물론 형사적으로도 무면허 행위로 인정되어 강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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