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현대해양·이주홍문학재단 공동기획 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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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송우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2.06.2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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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부산문단과 향파의 《문학 시대》 (2)
『문학시대』 표지
『문학시대』 표지

《문학시대》 2호는 1966년 6월 1일에 발행되었다. 제2호의 전체적인 구성은 창간호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몇 가지 특징은 제2호에는 <한국의 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창간호 소설 특집에 이어 시에 대한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 문학의 반성>이란 주제로 좌담회를 가지고 이를 지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좌담회는 3월 5일 백만석이란 장소에서 이루어졌으며, 참석자는 박목월, 조병화, 주요섭, 이호철, 한노단이며 사회는 향파 이주홍 선생이 주재를 했다.

특집은 장백일의 「방향없는 한국시」, 김광림의 「한국 시의 새로운 가능성」, 이유식의 「과도기에 접한 오늘의 시」, 박철석의 「발굴되어야 할 언어광맥」, 김현의 「시인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백일은 「방향없는 한국시」에서 당시 3백여 명의 시인들의 목소리는 쉬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고, 산아제한없는 시인의 양산은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 문제의 핵심 중 두 가지를 제기하고 있다. 그 하나는 <한국적 서정시 운동에 대한 비판>이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적 서정시는 순수시 즉 동양적 서정시를 말한다. 그 대표적 주자인 서정주 시의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서정주의 시 「꽃」을 예시하면서 그의 역사의식 현실의식은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직선적 연속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한다. 현재야말로 과거와 미래를 대립된 양극으로서 그 속에 지니고 있는 영원한 절대적인 것인데, 서정주는 이 점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서구적 실험시에 대한 비판>이다. 조향의 「바다의 층계」를 예시하면서 이 시는 서구시의 모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규정한다. 조향은 이 시를 전혀 현실적인 논리나 연관성이 없는 두 개의 이미지를 결합시켜놓는 슈르 리얼리즘에서 있어서 데빼이즈망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장백일이 보기에는 이는 너무 많은 이질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이미지의 무책임한 나열이라고 판단한다.

김광림은 「한국 시의 새로운 가능」에서 우선 당대 시의 큰 흐름을 심정으로 쓰는 시와 머리로 쓰는 시로 양분하고 이들 시의 문제를 논하고 있다. 심정으로 쓰는 시의 전형으로 서정주와 박목월을 지목한다.

이들 심정의 시와는 대조적인 입장에 서 있는 시인으로 박남수와 김춘수 시인을 거명하고 있다. 두 시인은 존재성에 근원을 두고 있지만, 박남수는 보다 이미지의 조형에 김춘수는 이미지의 실험에 보다 부심한다고 본다. 이런 김춘수 시인과 같은 조심스런 변모를 좀 더 노골화하고 적극화한 시인이 김수영이라고 본다. 그래서 김춘수의 「동국」과 김수영의 「말」을 두고 분석하고 있다. 분석의 결과는 전자가 이미지의 복합과 言語感覽의 재평가를 시도하고 있는데 비해 후자의 시는 이미지의 단순화와 說喩調의 웅변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즉 김수영은 파괴적이고 직접적인 다혈질의 시인이라고 본다.

이유식은 「과도기에 접한 오늘의 시」에서 한국시는 지금 방향감각을 잃고 있다고 진단하고, 현 시단의 몇 가지 양상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 첫째가 전후 시인군의 한 부류이다. 이 그룹의 시인으로는 동양적 민족적 고유정서에 뿌리를 둔 서정파의 시인군으로, 이동주, 이형기, 구자운, 박재삼, 김관식, 이성교, 최계락, 고은 등을 들고 있다. 이들은 소월이나 서정주, 박목월류의 세계와 악수를 하고 있으며, 이 시인들의 시학과 궤를 거의 같이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음 제2의 그룹으로 주지적 서정시파를 들고 있다. 이 그룹에 속하는 시인으로 김광림, 민재식, 박성룡, 김종삼을 들고 있다. 그리고 제3그룹으로 내면의 시를 쓰는 시인들을 논하고 있다. 오브제의 내면응시 의식의 심층에서 잠재의식의 표출 등 그 방법론은 각양각색인데 이 그룹에 속하는 시인으로는 전봉건, 김구용, 조향, 신동집, 김춘수, 문덕수, 성찬경, 송춘복, 박희진, 조순 등을 예거하고 있다. 제4그룹으로는 현실파 시인을 들고 있다 여기에는 김수영, 신동문, 송욱, 전영경, 유정, 정공채, 유경환, 이상화, 신동엽, 김규태 등을 예거한다. 이들은 현실을 직접 고발하거나 아니면 풍자나 아이러니의 방법을 도용하여 현실비판에 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본다.

이유식이 내린 결론은 오늘의 한국 시단은 몇 가지 경향은 있으나 뚜렷한 지표를 찾지 못한 채 서로 혼류하고 있을 뿐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를 과도기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철석은 「발굴되어야 할 언어광맥」에서 현대 한국시의 모습을 <전통에 대하여>, <현대시의 효용>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논의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시에 있어서 언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국 현대시가 가야 할 길에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스스로의 경험을 적절하게 조직시키는 기술적인 문제가 과제인데, 그 핵심은 언어라는 것이다.

김현은 「시인론」에서 황동규, 박이도, 최하림, 정현종의 시를 논하고 있다. 김현이 황동규의 여러 시편을 분석 해명한 결과는 “「비가」가 나에게 항상 되떠오르는 것은 비가가 한국재래의 가요와 톤과 감각이 거의 비슷하단 바로 그 점에서이다. 특히 두시언해의 음조와 매우 흡사한 그의 어법은 한국시의 틀에 관해 매우 희망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한다. 박이도의 세계는 황동규의 짙은 허무의 세계에 비해서 원초적인 생명력의 찬가를 내보여주고 있다고 긍정한다.

다음 최하림의 세계는 그의 『만남의 행진이여 만남의 행진이여』라는 시집 속에 요약되어 있는데, 그의 가장 큰 특질은 가난함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시 전편에 기아와 빈곤이 쏟아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현종 시인의 시는 앞선 세 시인과는 외면상으로는 다른 것처럼 보인다고 본다. 앞선 시인들은 구문론적인 문제가 야기될 필요가 없게끔 주어, 동사, 목적어의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으나 정현종의 시는 심한 르제(rejet)가 곳곳마다 행해져 있어 마치 미숙한 번역투처럼 서구어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문학의 반성>이란 주제로 한 좌담회는 이주홍의 사회로 박목월, 조병화, 주요섭, 이호철, 한노단이 참석해서 난해시, 소설이 나아갈 길, 그리고 희곡의 어제 오늘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었다. 난해시 문제는 여러 가지 입장에서 비판이 제기되었다. 소통이 안 되는 시의 문제, 그 원인으로 서구시의 영향, 복잡해진 현실세계, 기본이 안 된 신인들의 언어 감각 등이 논의되었다. 결론은 이 난해시가 한국시단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소설의 갈 길에서는 요즘 소설이 재미가 없다는 점, 모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폭로 소설 유행의 문제,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안목의 필요, 작가의 성실성과 모랄 등이 논의되고 있다. <희곡의 어제 오늘>에서는 희곡부재 시대, 희곡과 연극의 관계성, 연극관객 동원의 문제, 한국적 연극 등이 한노단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특집과 좌담회의 내용은 당시 한국 문학을 향한 의미있는 문제제기였다는 점에서 《문학 시대》의 무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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