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의 새이야기 58. 공포의 맹수, 살쾡이의 오리 사냥
청봉의 새이야기 58. 공포의 맹수, 살쾡이의 오리 사냥
  • 淸峰 송영한
  • 승인 2022.06.17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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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에 성공한 살쾡이
사냥에 성공한 살쾡이

옛날, 우리 할머니는 찰랑찰랑 맑은 소리를 내는 마른 기다란 대나무를 마루에서 마당으로 늘 걸쳐 놓았다. 대나무 장대는 마을 뒷산에서 닭장의 닭과 병아리를 낚아채려 내려오는 살쾡이(삵)를 쫓아내는 중요한 도구였다. 그러나, 할머니는 자주 닭장의 닭을 살쾡이에게 빼앗겼고, 나는 그때마다 애석한 표정을 짓던 할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살쾡이는 분류학적으로 고양이과 살쾡이(삵)속(영명 : Leopard cat, 학명 : Felis bengalensis)으로 분류된다. 몸길이는 45cm~75cm에 약 35cm의 긴 꼬리를 달고 있다. 살쾡이는 밤에 사냥감을 찾아다니며 새나 작은 포유동물류(청설모, 쥐, 토끼, 꿩, 오리, 등)를 먹이로 한다. 살쾡이의 먹이사냥 전략은 ‘살금살금 주변 상황 파악’, ‘은밀한 먹이감의 사전 선택’, ‘남몰래 목표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 그리고 ‘폭발적인 힘을 집중한 먹이감의 숨통을 공격’ 등으로 사냥의 성공확률은 높은 편이다. 한반도에서는 호랑이, 늑대 등의 대형의 육식성 동물이 멸종된 현재의 자연생태계에서 살쾡이는 ‘먹이사슬’에서 최상위의 지위에 있다.

지난 겨울, 12월 말경의 철원 한탄강 강가 언덕에는 시베리아와 아무르강의 초지와 늪지에서 추위를 피하고 먹이를 찾아서 따뜻한 남쪽 땅을 찾아온 두루미, 재두루미, 고니, 기러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텃새)들이 평화스럽게 먹이활동에 분주하다. 겨울 해가 서산으로 기울쯤에 한탄강 강가 갈대 숲속에서 갑자기 솟구쳐올라 열심히 먹이활동 중에 있던 흰뺨검둥오리의 목덜미를 공격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살쾡이이었다. 살쾡이는 벌써 오래전부터 흰뺨검둥오리(주변에서 먹이활동 중인 철새 들 중에서 연약한 흰뺨검둥오리)를 잠재적인 먹잇감으로 선정하고 살금살금 ‘몰래 가까이 접근’하여 ‘집중된 힘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공격’으로 먹잇감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살쾡이는 제압한 먹잇감을 근처 도랑언덕 아래 한적한 장소로 이동시켰다. 독립생활을 영위하는 살쾡이는 습성대로 조용하고 안락한 식사를 위한 조치이었다.

힘이 약한 오리가 살쾡이의 공격을 받아 죽어가는 모습이 애처롭게 여겨졌지만, 이것이 살아있는 자연생태계이며 건강한 먹이사슬의 자연법칙으로 생각되었다.

유영하는 오리 떼
유영하는 오리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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