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소 해운 위한 IMO와 국제 해운선사의 태동
무탄소 해운 위한 IMO와 국제 해운선사의 태동
  • 김보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
  • 승인 2022.06.1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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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
김보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

[현대해양] 바야흐로 탄소, 선원, 사고가 없는 三無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시대에 진입하였다. 그 중 탄소에 대한 것은 올해의 화제에도 빠질 수 없는 기후위기 대응방안이다. 5월 출범한 새 정부 역시 지속가능한 미래를 목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약속하였다. 그만큼 환경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분야에만 강요되는 것이 아닌 전방위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탄소중립(Carbon Neutral)은 절대적인 탄소 양의 제로(Absolute Zero)가 아닌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합하여 실질적인 제로(Net Zero)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이 중요한 이유는 실질적인 제로를 위한 노력이 절대적인 제로를 만드는데 밑거름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 국제해운도 조금씩 태동을 보이고 있다.

 

탄소중립과 선박용 연료와의 관계

석유의 생애주기를 살펴보자. 석유는 산유국에서 얻은 원유를 △유조선을 통해 수송①된다. 유조선에 실렸던 원유는 원유탱크를 거쳐 △상압증류시설 및 2차 시설(탈황, 분해, 개질 등)②를 거쳐 LPG,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윤활유 등으로 나뉜다. 다양한 제품으로 분류된 석유제품들은 다시 △유조선, 탱크로리, 탱크차 등을 통해 유통③된다. 유통된 제품들은 수송, 가정상업부문, 산업부문, 발전부문에 △공급 및 사용④되고 폐기됨으로서 석유의 생은 끝나게 된다. 여기서 석유는 생애 내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와 같은 대기환경 오염물질을 만들어내는 것(①~④)을 알 수 있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선박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운반하면서 본의아니게 환경파괴의 주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무탄소 해운이 필요한 이유이다.

즉, 바다라는 무대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특성상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은 연료를 연소할 뿐만 아니라 탱크에 저장한 상태로 운항하기 때문에 폐선할 때까지 화석연료의 채굴을 계속적으로 부추기게 되고 채굴된 연료를 수송하는데 다시 선박이 투입되면서 탄소를 배출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중속중형, 저속대형 선박의 연료는 1970년대 중반 유류 파동과 같은 시대적 배경에 따른 연료비 절감을 위해 낮은 품질의 중유에서 탄생하였다. 그러한 저질유의 특성에 따라 선박의 내연기관과 기관시스템의 기능이 맞춰져왔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넘어 종국에 완전한 탈탄소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탄소(Zero-Carbon) 연료공급과 그것에 최적화된 기관시스템을 갖춘 선박이 실현되어야 한다.

 

IMO 온실가스 초기전략에 기반한 차세대 연료의 필요성

IMO의 선임대변인 Natasha Brown은 “선박은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제품 또는 그것을 제조하기 위한 원재료의 80~90%를 가져오고 있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에 따르면 매일 대형선박들이 화물을 적재하여 운항하는데 2019년 선박 화물량의 무게는 110억 톤으로 10년 전보다 약 30억 톤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흐름에서 국제해사기구(IMO)가 2018년에 수행한 ‘제3차 IMO 온실가스 연구’에 따르면 국제해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2.9%를 차지한다고 한다. IMO는 해운의 활동과 역할이 증가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그동안 기술적, 운항적 규제 도입에 관한 논의를 해왔으며, 2018년 ‘IMO 선박 온실가스 감축 초기전략(Initial Strategy)’를 채택하게 된다.

초기전략은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에 지속적으로 전념하여 금세기 내 가능한 빨리 단계적으로 저감하는 것을 비전으로 설정하였다. 또한, 2050년까지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에 포함하였다. 또한 목표 달성을 위해 기간별로 고려되어야 할 조치를 나열하고 있다. 그 중 2023년부터 2030년까지의 중기의 조치로서 저탄소 및 무탄소 연료를 위한 이행프로그램과 신규의 혁신적인 배출량 저감 메커니즘 개발이 있으며, 2030년 이후인 장기 조치에는 무탄소 및 탈화석 연료와 신규의 혁신적인 온실가스 감축 메커니즘 개발이 있다.

이렇듯 IMO는 장기적으로 무탄소 해운을 현실화하기 위해 무탄소, 탈화석의 차세대 연료 개발과 메커니즘을 구상하고 있다. 각 연료에 대한 수급, 수요, 인프라 등을 고려하여 IMO 차원의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시간은 소요될 수 있겠지만, IMO의 정책적 방향이 기존의 화석연료를 시장에서 퇴출하고 저탄소, 무탄소 연료의 선박 적용으로 기울어져 있기에 IMO 온실가스 초기전략에 기반한 차세대 연료가 필요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국제해운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Shipping)의 의뢰로,독일 응용과학대학의 스테판 울라이히(Stefan Ulreich) 교수가 저술한「Fuelling the Fourth Propulsion Revolution: An Opportunity for All(4차 추진 혁명 촉진: 모두를 위한 기회)」
국제해운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Shipping)의 의뢰로,
독일 응용과학대학의 스테판 울라이히(Stefan Ulreich) 교수가 저술한
「Fuelling the Fourth Propulsion Revolution: An Opportunity for Al
l(4차 추진 혁명 촉진: 모두를 위한 기회)」

 

국제 해운선사의 움직임

산업계는 IMO의 향후 규제 도입에 대비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LNG, 메탄올, 수소 및 암모니아 등의 친환경적 연료를 고려하여 시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세울만한 선두주자(First-mover)는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1> 머스크(Maersk Line)

세계적인 대형 해운선사인 머스크라인(Maersk Line)는 20021년 14억 달러를 투자하여 기존 벙커유 컨테이너 선박보다 10~15% 더 비싼 메탄올 추진 컨테이선 8척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하는 등 탄소중립 운항을 위한 연료 전환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것은 국제해운의 탈탄소화를 위한 큰 발걸음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해당 선사는 화석연료 추진선박을 교체함으로서 연간 100만 톤 이상의 탄소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음을 공표하였다. 또한, 지난 1월에는 2024년까지 총 12척의 노후된 컨테이너선을 탄소중립의 메탄올 추진선박으로 교체할 계획을 밝혔다. 다른 선사들이 청정연료의 비용적 문제와 저수급성을 이유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에 비교적 수동적임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라인은 ‘해운이 미치는 기후적 영향을 해결하려 한다면 지금이 행동을 취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불어 재생에너지 회사인 라인트그라테(REintegrate)와 함께 메탄올 추진선박을 위한 연료 생산에 노력할 계획이다.

<2> MSC(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

MSC는 해운의 탈탄소화를 위해 수년 전부터 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MSC는 차세대 연료로서 명확하게 결정한 것은 없지만 다중연료(Dual Fuel) 혼합을 통해 20% 정도의 탄소 저감효과를 가지는 LNG를 활용한 연료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그에 따라 MSC는 2021년 중국 대련조선소(DSIC)에 LNG 추진선 7척을 발주한데 이어, 올해 1월 중국 대련조선소(DSIC)에 LNG와 암모니아를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다중 연료의 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하였다.

MSC는 글로벌 무역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책임감 있게 선사를 운영하는 동시에 기후변화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탄소 해운을 추진하는 데는 수조원 달러의 비용이 수반되므로 연료, 유통시스템 및 기반 시설을 제공하는 해운 전반의 이해관계 집단 간의 상호의존성을 활용하여 협력할 계획이다.

<3> CMA-CGM

CMA-CGM는 2050년까지 무탄소 기업이 되기 위한 방안으로서 LNG, 메탄과 바이오연료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해당 선사는 2023년까지 LNG 및 바이오메탄과 같은 대체연료와 함께 바이오연료를 선대의 10%에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2월 싱가포르 해양항만청(MPA)의 지원을 받아 바이오연료 벙커링 테스트를 진행하였으며, 6개월 간 적용된 최대 32척의 컨테이너선의 테스트 결과를 확보하여 공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청정연료로서 바이오연료의 성능을 검증하고 광범위한 적용을 통해 무탄소 해운을 위한 솔루션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차세대 선박용 연료를 위한 우리나라의 방향성

현재의 시장에서 무탄소 해운이라는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No.1의 차세대 연료는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 지금은 세계적인 해운선사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와 많은 국가들이 각자의 방향성을 가지고 근육과 신경을 움직이고 있는 태동기이기 때문이다. 활발한 태동은 탄생으로 이어지는 소중한 단계이며,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국제적 태동기에 발맞추어 적기에 세상의 빛을 보아야 한다. 이러한 태동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좁게는 국적선사, 넓게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유리한 무탄소 연료 선정과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친환경 연료라는 타이틀 하에 수소, 암모니아,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등 모든 것들에 눈길을 주고 있으며, 어느 방향으로 갈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느낌이다. 국제 해운선사들이 각자의 방향을 가지고 달리고 있을 때 출발점에 멈춰있는 상태로 머물러서는 결코 시장을 주도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속도를 내어 뛰어서도 안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국내 여건과 더불어 향후 기술적, 정책적 개발 계획을 고려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원활한 수급 가능성, 사용자의 안전성과 실질적 탄소저감 효과를 가지는 차세대 연료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순위를 바탕으로 주력할 연료를 조속히 선정하여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방향성의 이해집단 간 긴밀한 협력체계가 운영되어야 하며, 차세대 선박연료에 대한 인증기준, 국제표준화 및 법제도 개발 등의 세부적 숙제들도 풀어나가야 한다. 무엇이든지 올바른 방향과 속도의 결합은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의 우리는 어느 위치에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갈지 지속적으로 되새기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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