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운사의 고민, 탈탄소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리 해운사의 고민, 탈탄소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이석용 한국해양진흥공사 스마트해운정보센터장
  • 승인 2022.06.1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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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용 한국해양진흥공사 스마트해운정보센터장
이석용 한국해양진흥공사 스마트해운정보센터장

[현대해양] 탄소를 배출하는 여러가지 원천들 가운데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는 원자재와 에너지, 상품을 선박에 싣고 전 세계의 바다를 운항하는 해운산업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해사기구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전 세계 해운업계가 뿜어내는 탄소량이 연간 11억 톤으로 지구 총배출량의 3%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선박이 운항하면서 소모하는 화석연료가 연소 후 뿜어내는 탄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박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대기환경을 해치는 오염물질을 최소화하고, 선박의 감항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선박평형수를 정화하여 바닷물을 오염시키는 요인을 제거하려는 등 대기는 물론, 해양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은 이미 실행중이다.

 

IMO와 EU의 규제

IMO는 1973년과 1978년을 거쳐 석유를 포함한 각종 오염물질 배출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MARPOL(Maritime Pollution Treaty) 협약을 채택한 바 있다. 1997년 MARPOL 협약의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조치에 온실가스 저감을 포함하는 각종 조치가 포함되었으며, IMO가 운영하는 전문위원회 MEPC(Marin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를 통해 이들 조치가 이행되어왔다. IMO는 2013년 1월부터 400톤(GT: Gross Tonnage) 이상의 신조 선박에 화물운송 톤마일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설계지수 EEDI(Energy Efficient Design Index)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2018년 4월 개최된 MEPC 72차 회의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초기전략이 채택되었는데, 이는 2050년까지 선박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한다는 것으로 파리협정 목표와 일치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2020년 75차 MEPC 회의에서 EEDI 기준지수를 5년마다 10%씩 2025년에는 30% 하향한다는 기존의 계획을 2022년 50% 하향으로 강화하였다. 무엇보다 2023년부터 운항 중인 선박도 해당 시점의 동일 선종, 선형에 적용되는 EEDI와 동일수치로 규제되도록 EEXI(Energy Efficiency eXisting-ship Index)를 적용하고, 선박이 운항하면서 배출한 온실가스량을 A부터 E까지 총 5단계 등급으로 구분하는 CII(Carbon Intensity Index)를 통해 제재하기로 했다.

EU는 IMO보다 강력한 규제와 조속한 시행을 압박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2019년 12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European Green Deal’ 로드맵을 수립하고 2021년 7월 탄소배출권거래제(EU ETS: Emissions Trading System) 시행, 감축목표 설정, 관련 규정을 담은 입법안과 기금 구성을 포함한 ‘Fit for 55 package’를 발표하였다. 결론적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기 위해 2023년 20% 감축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100% 감축을 의무로 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EU는 지난 5월 환경위원회를 열어 앞서 발표한 탄소배출권거래제 적용을 2024년으로 유예하되 당초 2026년이었던 100% 감축을 2024년으로 앞당기고, 대상을 총톤수 5,000톤 이상 선박에서 400톤 이상으로 확대하며, 규제물질에 메탄을 포함한다는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본 개정안이 6월 중 EU 회원국 표결을 거쳐 확정되게 되면 EU 역내를 항행하는 선박을 보유한 선사에 당장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EEXI 등급 이하 선박이 72.4%

이러한 일련의 규제는 우리 선사들에게 전례없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여태껏 화석연료만을 사용해오던 선사들은 당장 선박마다 기관출력을 제한하여 감속 운항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해운이 초호황기를 누리던 끝자락에 대량 발주된 선박들은 EEDI가 적용되는 2013년 이전의 것들로,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사례도 제한적이었다. 이제 코로나19 상황이 잦아들며 국적선사들은 노후선 교체 및 수요 증가에 따른 신조 발주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지만, 연료채택에 대한 여전한 불확실성으로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미 2020년 황산화물 규제로 인한 저유황유 사용으로 50%가량의 연료비용이 증가한데다 이제는 EU를 운항하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권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상황으로 비용증가가 예상된다.

해양수산부의 조사에 따르면, BBCHP를 포함한 국적선 649척 중 EEXI를 만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470척으로 72.4%에 해당하며, 이들 중 98.5%의 선박들은 기관출력 제한으로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해양수산부와 KR이 공동으로 조사한 CII의 경우, 대상 684척 중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D와 E등급으로 산출된 선박이 234척으로 34.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EXI와 CII 규제 흐름도 (Drewry, 한국신용평가, 202
EEXI와 CII 규제 흐름도 (Drewry, 한국신용평가, 202
EU와 IMO 규제 시간표
EU와 IMO 규제 시간표

대체연료별 장단점

IMO는 이들 규제를 확정, 이행 함에 있어 필요한 기술적 조치와 이를 보완하는 시장기반 조치를 병행하여 논의하고 있다. 기술적 조치는 결국 화석연료를 대체할 연료 표준화에 관한 문제로 좁혀질 것이고, 시장기반 조치는 개발도상국을 포함하는 후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끄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하고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우선 기술적 조치인 친환경연료는 현재까지는 바이오디젤, LNG, 연료전지를 포함하는 수소, 암모니아, 메탄올 등이 논의되고 있다. IMO의 MEPC 73차 회의에서 논의된 대체연료별 장단점은 <표1>과 같다.

현재 국적선사가 사용하고 있는 연료와 관련하여 올해 초 KR(한국선급)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KR에 입급한 선박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가 있었다. 이에 따른 조사대상 선박의 전체 연료사용량은 2019년 9,300만톤에서 2020년 1억 만톤으로 1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고유황유 비중은 2019년 82%에 해당하는 7,600만톤에서 2020년 40%에 해당하는 4,100만톤으로 급감한 반면, 저유황유 비중은 2019년 2%인 22만톤에 불과하다가 2020년 40%인 400만톤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19년부터 LNG가 전체의 5%를 차지하였고 2020년 소폭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표1. 대체연료별 장단점 비교 (IMO MEPC.308(73), KMI 정리)
표1. 대체연료별 장단점 비교 (IMO MEPC.308(73), KMI 정리)
대체연료별 경제성 및 잠재감축량 비교 (KMI, 2022.5, ESG학회)
대체연료별 경제성 및 잠재감축량 비교 (KMI, 2022.5, ESG학회)

LNG 연료 선호 현상

친환경연료 가운데 LNG에 대한 선호는 2020년 이후 발주되는 선박의 수주잔량을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조선 수주잔량을 보면 2020년 이후 총 2,284척의 수주량 가운데 24%에 해당하는 555척이 LNG와 LNG DF(Dual Fuel)를 포함하는 친환경연료를 채택하였고, 여기에 추후 개조를 위한 부담이 남아는 있으나 LNG를 채택할 수 있도록 Ready 상태로 발주된 선박 100척을 포함하면 총 655척으로 30%에 가까운 수주잔량이 LNG DF 또는 Ready임을 보여준다. 신조 발주만을 놓고 보면 친환경연료 선박의 약 80%가 LNG DF로 추정된다.

선박 건조에 적용할 연료기술, 연료공급의 편의성,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LNG DF가 가장 유효한 대안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0년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의 LNG DF 발주현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벌커와 같이 국내 조선소보다 중국의 조선소 건조 비중이 높은 선종의 경우에도 가격부담은 한층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조선소의 LNG DF 건조가격이 국내보다 다소 저렴하기는 하나, 아직은 기술 수준과 안전성 면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이러한 기술적 조치와 병행하여 IMO에서는 다양한 시장기반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 올해 6월 예정된 IMO MEPC 78차 회의에서는 배출권거래제, 탄소부담금, 무탄소연료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국제 해사 지속가능성 기여금 및 보상금 제도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EEXI, CII 규제 대응 시급

그렇다면 우리 선사들은 어떻게 대비하고 이행해야 할까. 선사는 당장에 닥쳐올 EEXI와 CII 규제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관출력을 제한하여 운항속도를 줄이는 것은 일정한 시간을 벌어줄 뿐 근본적인 대안일 수는 없다. 한층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또한,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대비를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급한대로 EEXI를 넘어서더라도 해마다 2%씩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CII가 기다리고 있다. 5개 등급 가운데 C등급을 충족하지 못하면 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하거나 운항을 제지당할 수도 있는데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수도 없다. 따라서 신조 발주와 병행하여 보유 중인 선박에 대한 단기적 조치로 엔진출력제한장치(EPL: Engine Power Limitation)를 설치하거나 중단기 조치로 에너지효율개선장치(ESD: Energy Saving Device)를 통한 연료 저감을 고려해볼 수 있다.

IMO를 비롯해 EU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해운산업에 대한 환경규제 동향과 정보를 파악하여 공유하고, 규제 시간표에 맞춰 각 선사의 보유 선박별 대응 전략과 이행방안은 물론, 필요한 기술적 컨설팅을 제공하며, 아울러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정책적 지원과 연계하는 노력이 어우러져 선사들의 규제 대응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ESG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해운협회, KR 등과 체결한 ESG 협약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 ESG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에 들어간다. 아울러 MEPC 등 IMO 회의체에 참여하면서 규제 동향을 파악하여 선사와 공유하고, 선사별 대응현황 조사와 협의를 통해 지원정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기술고문(Technical Advisor)이 더해져야 한다. 물론, 선사도 EEXI 대응은 물론, CII와 EU ETS 등 규제를 준수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해운업계가 협력하여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기나긴 마라톤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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